심정지 후 뇌손상 치료에 이용되는 저체온 치료가 뇌졸중 환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호걸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주최로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신경과·신경외과 및 중환자의학 분야에서 뇌손상 치료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의료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KTTM 아카데미' 에서 저체온 치료법에 대한 강의를 했다.

저체온 치료법은 심부 체온을 낮추어 신경 보호와 뇌부종 감소를 유도한다. 이미 수많은 동물실험 모델을 통해 저체온 요법의 이러한 치료 효과가 확인되었고, 저체온 요법은 심정지 환자의 뇌손상을 최소화해 생존율을 높이고 신경학적 예후를 향상시킨다고 알려져 있으며, 신생아 저산소 허혈뇌손상에서 확실한 뇌신경 보호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해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고 알려진 후부터 일반에 많이 익숙해졌다. 이보다 훨씬 앞서 저체온 치료는 기원전 히포크라테스가 부상당한 군인을 눈과 얼음으로 감싸는 치료를 했다는 기록부터 1930년대 두부외상, 익사, 심정지 환자들에게 적용되었다는 기록까지 오래 전부터 시도돼 온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런 치료법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많이 쓰이지 못했다. 중환자실 인력 및 장비 부족과 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 점, 저체온 요법에 대한 환자들 및 의료진의 인식 및 경험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7월부터 저체온 치료가 보험급여 적용이 되면서 비용 부담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

우호걸 교수는 저체온 치료를 이용해 중증 뇌졸중 환자의 뇌손상을 최소화하고, 저체온 치료 사용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호걸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우호걸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다음은 일문일답

- 현재 국내에서 저체온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저체온 치료는 국내 70여 곳의 상급종합병원에서 심근경색 환자에게 활용되고 있는 검증된 치료법이다.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에서, 24~48시간 이내에 저체온 치료를 하면 사망률이 줄고, 의식을 찾을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은 이미 수십 년의 연구로 증명됐다.

최근 뇌경색 환자에게 적용을 하려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뇌경색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뇌경색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를 하면 어떤 이득이 있나?

►뇌경색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는 이유는 신경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뇌경색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면 일단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한 치료가 이뤄진다. 혈관을 뚫는 치료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예상되는 뇌손상이 크다면 저체온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저체온 치료는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손상 및 초기 처치 후 혈액이 다시 유입돼 발생하는 추가 뇌손상 모두에 효과가 있다. 저체온 치료를 통해 신체 대사를 낮추어 이런 뇌졸중으로 인한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 모든 뇌경색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를 적용할 수 있나?

►저체온 치료는 모든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뇌졸중, 중증 뇌졸중 환자 등에는 저체온 치료가 도움이 된다. 뇌손상으로 인해 뇌압이 높거나, 높을 가능성이 큰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를 권고한다. 뇌손상 정도는 첫날 혈액검사, 영상촬영, 환자의 증상 등을 토대로 비교적 정확히 알 수 있다. 의료진은 병원 내원시 뇌손상 정도 및 추가 뇌손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저체온 치료가 필요한 지 결정한다.

저체온 치료가 뇌압을 떨어트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런 처치가 장기적으로 환자 사망률이나 합병증 위험을 낮춘다는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가 아직 없다. 그래서 모든 환자에게 저체온 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지는 않다. 현재 뇌졸중, 뇌손상의 저체온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저체온 치료를 시행하는 도중 심혈관계 이상, 예상치 못한 출혈이나 체내 수분, 전해질 불균형 등의 문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현재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로 받아들여야 하며 의료진도 문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저체온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저체온 치료는 환자의 체온을 일시적으로 32~36도로 낮춘 뒤 유지하다가 정상 체온으로 되돌리는 치료다. 환자의 체온을 목표한 온도로 낮추어 유지한다고 해 ‘치료 목적 체온 조절 요법(Targeted Temperature Management)’이라고도 한다.

기본적으로 치료는 크게 3단계로(저체온 유도, 저체온 유지, 정상 체온으로 복온) 진행된다. 유도 단계는 초기 1~4시간 동안 4도 정도의 차가운 생리 식염수를 체내 주입하거나, 차가운 젤·패드 등을 이용해 심부 체온을 가능한 빠르게 떨어트린다. 유지 단계는 자동 체온 조절 기계가 심부 체온을 실시간 측정하며 질환에 따라 24~48시간에서 최대 7일까지 낮은 체온을 유지하게 된다. 마지막 복온 단계는 뇌부종이 생기지 않도록 천천히 정상 체온으로 체온을 회복시켜 치료를 마무리하게 된다.

저체온 치료의 세부적인 적용 방법 즉, 유도 단계에서 냉각 방식을 체외 또는 채내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지, 질환에 따라 어떻게 목표 온도를 설정하는 것이 좋은지, 유도 단계 및 복온 단계에서 어떻게 온도를 변화시키며, 확인해야 될 환자 상태 및 검사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 및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직 표준화가 돼 있지 않아 전문적 지식을 갖춘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