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극중 최대치와 윤여옥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나눈 키스신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작년 뮤지컬 초연에 이어 2020년 더 큰 무대로 돌아왔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까지 격동의 세월 속에 윤여옥(김지현, 최우리, 박정아), 최대치(테이, 온주완, 오창석), 장하림(마이클리, 이경수) 세 남녀의 운명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동아시아 전쟁 10년을 관통하며 일본군 위안부와 서북청년단, 제주4.3 사건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비극을 담고 있다. 전작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 '애드가 앨런 포' 등에서 드라마틱 한 연출을 보여주었던 노우성 연출가는 지난달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6.25 전쟁을 무대에 올리기는 힘들어 대신 제주 4.3 사건을 통해 이념 대립으로 어제까지 친구였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했던 우리 역사의 비극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밝히며 "역사를 직시하고 아는 만큼, 생각하는 만큼 말하는 것이 예술가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시대적 의미뿐만 아니라 신념과 회의가 교차되고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절박한 상황 속에 삶에 대한 희망과 남녀 간의 사랑 역시 더욱 애틋하게 그려내었다. 건빵 한 봉지와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최대치의 배려는 윤여옥은 물론 관객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인다. 특히 오랫동안 사랑해온 여옥을 최대치 곁으로 떠나보내며 그녀의 행복을 비는 장하림의 넘버 '행복하길'을 듣고 있으면 굴곡진 세월만큼이나 파란만장했을 감정들을 스스로 가다듬어온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져 묵직한 감동이 전해온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김현주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김현주 객원기자

 
무대는 작년 대비 큰 변화를 꾀하지는 않았으나, 작년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던 생동감 있는 관람을 위해 사라진 나비석 대신 원근감을 강조하는 경사진 무대로 공간감을 극대화했으며 장면 장면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연출했다. 무대 앞쪽은 계단으로 구성하여 배우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빨래터로 활용하는 등 장면에 따라 공간감을 확대하기도 했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영화 '파이란' 등을 통해 다채로운 선율을 선보여왔던 음악 감독 J.ACO는 "작년 대비 더 커진 극장 규모에 맞추어 메시지 전달이 잘 될 수 있도록 편곡하였고, 오케스트라적인 사운드를 더했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김현주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김현주 객원기자

 
초연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같은 배역을 맡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윤여옥역의 김지현 배우는 "여명의 눈동자는 처음부터 마음에 훅 들어왔던 작품이고 올해는 작년 대비 추가된 최대치와의 장면을 통해 여옥이 생각하는 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맡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고, 장하림 역의 이경수 배우는 "항상 음악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답했다. 작년 초연에 장하림 역을 맡았던 테이 배우는 "전반적인 캐릭터에 대해 공부할 때, 이해받기 쉽지 않아서 많이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최대치에게 정이 많이 갔었다"면서 연출가와 이야기 나누면서 이번 시즌에는 자연스럽게 최대치 역을 맡게 되었다고 밝혔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프레스콜 / 사진 : 손미선 객원기자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배우들 역시 포부를 밝혔는데, 첫 뮤지컬 도전인 오창석 배우는 "3~4년 전부터 뮤지컬 제의가 있었고 평소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필요를 느끼던 차에 '여명의 눈동자' 제의가 들어와 수락하였는데, 뮤지컬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초연을 관람하지 못하여 순수하게 대본에 기대어 연습을 했고 동료 배우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말하며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첫 작품이라는 데 더없는 영예로움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온주완 배우는 "드라마 속 최대치와는 다른 나만의 최대치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멀티캐스팅의 다른 배우들과도 느낌이 다 달라서 다행이다"라며 개성을 드러냈고, 최대치와 우정을 나누는 권동진 역을 맡으며 첫 뮤지컬 데뷔를 한 한상혁 배우는 "다양한 도전을 좋아하고 작품성도 좋아 망설임 없이 선택하였고, 연극 '잃어버린 마을 : 동혁이네 포차'에 이어, 어린 연령층의 팬들에게 제주 4.3 사건을 알릴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2월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성희 Life&Culture팀 객원기자 shkim@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