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 (알토미디어 제공)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 (알토미디어 제공)

'문신을 한 신부님'(감독 | 얀 코마사, 수입 | 알토미디어㈜)은 신부를 꿈꾸지만 신부가 될 수 없는 스무 살의 소년원 출신 청년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 그가 소년원에서 훔쳐 온 단 한 벌의 사제복으로 마을 성당의 주임 신부를 대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부가 되고 싶지만 전과자는 신부가 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다니엘은 훔친 사제복 하나로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신념으로 신부 행세를 한다.

폭력이 난무하고 윤리 의식은 찾아볼 수 없던 소년원에서 성당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다니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신부 행세가 아닌 진짜 신부가 되어간다.

얼떨결에 병세가 악화된 주임 신부를 대신해 마을 사람들의 고해성사를 들어주게 된 다니엘. 이후 다니엘은 마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을 공동체의 모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가짜 신분을 들킬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부도덕한 시장과 맞서는가 하면, 성당 미사와 장례식 추도 행사 등을 통해 스스로가 변해간다.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 (알토미디어 제공)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 (알토미디어 제공)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다니엘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성직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문신, 힙합 등 신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설정이 신선하다.

하지만 스토리는 이와 달리 진지하게 전개된다. 성당의 기존 관행에 맞서 슈퍼 히어로 마냥 모든 것을 바꿀 것만 같던 다니엘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진중한 태도로 뼈 있는 메시지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관객들을 감정적으로 흔들어 놓지 않고 중립적 시선을 유지한 채, 판단을 관객들의 몫으로 남긴다. 인간, 사회, 종교의 연결고리 그리고 신의 존재와 의미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과 신이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극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는 주인공 다니엘 역의 배우 바르토시 비엘레니아의 존재감이다.

뱀파이어 같이 창백하고 날카로운 얼굴과 움푹 들어간 눈매는 극 중 다니엘 캐릭터와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비엘레니아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을 깊이 있는 강렬한 연기로 승화시킨다. 캐릭터가 영화의 분위기 그리고 동유럽 특유의 차가운 감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포스터 (알토미디어 제공)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포스터 (알토미디어 제공)

영화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혹은 선이고 악인지 모호한 경계선을 두고 증오, 용서, 구원에 대해 말한다. 또 그 선택과 판단은 누구의 몫인지 그 안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많은 숙제를 남긴다.

상영시간 116분. 15세 관람가. 2020년 2월 13일 개봉.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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