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겸 소설가인 문형렬 작가의 첫 시집 '꿈에 보는 폭설'이 출간 30년만에 재출간(도서출판 북인, 128쪽) 됐다.

그의 시집은 불안·비애의 내음을 짙게 풍긴다. 그 비애는 삶에 대한 실존적 그것에서 출발해 젊음의 방향으로 인한 고뇌, 시인이 겪는 육체적 고통으로 인한 고뇌까지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 혹은 부조리의 미학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문형렬의 시적 분위기를 이루고 있는 고통·허무, 사랑·꿈, 또 그것들 간의 긴장들이 압축돼 표현된다.

여기다 '그리움'은 그의 시와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어다. 그만큼 그의 시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복합성을 지닌다.

문형렬 시인겸 소설가
문형렬 시인겸 소설가

'...보아라 헤어지기에는 너무 어려운 날씨지만
사는 데 지나친 일이 어디 있겠느냐
헛되이 목청만 봄바다로 날아서 눈앞에 터져
흩날리는 것들이 죄다 꽃잎으로 흐드러짐은
아직 눈물이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들 나이 탓일까?
쪽빛 고운 봄바다에 웃음기 많은 네 마음이
어른거린다 어른거린다...'<그리운 4월에>

'...눈이 내린다, 불꽃 속으로 창자를 긁어내는 오늘 밤의 눈보라는
꿈꾸는 속눈썹에 방울방울 쉼 없이 솟아오른다
젖어라 나무들이여, 딱정벌레 몸뚱이여
천지사방(天地四方) 우리는 외로워서 온몸에 불꽃을 달고
그 불꽃 갈피 없이 눈보라 속으로 흩날리어,
어딘가, 그리운 넋들의 사랑은...'<꿈에 보는 폭설(暴雪)>

문형렬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당선, 그 후 198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한 작가가 꾸준히 소설창작과 시창착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두 작업의 상호 대립성 때문이다. 그는 소설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시로 쓰고 시로 표현할 수 없는 속내용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일관되게 해왔다. 결국 그의 시쓰기는 소설쓰기의 연장이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시는 언제나 내 인생의 무기(武器)였다. 그리하여 스스로 지우는 무기(無己)가 되고, 기록함이 없는 빛과 바람의 무기(無記)가 되고 싶었다"고 이번 개정판 서문에서 밝혔다.

지금까지 소설창작집 『언제나 갈 수 있는 곳』, 『슬픔의 마술사』, 장편소설 『바다로 가는 자전거』, 『아득한 사랑』(전3권), 『눈먼 사랑』, 『연적』, 『굿바이 아마레』, 『어느 이등병의 편지』 등과 시집 『꿈에 보는 폭설』, 『해가 지면 울고 싶다』 등을 상재했다. 2012년 현진건문학상을 받았다

온라인뉴스팀 onnews2@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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