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큰아이가 다니는 College는 학생 스스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이다. 부모가 결정해 주어야 하는 행정적인 부분들은 메일을 이용하여 소통하고 해결한다. 큰아이가 학교생활의 주체이고 아이는 은연중에 독립심과 자립정신을 익혀나가는 듯하다.

한국에서도 자신의 일을 스스로 잘 해내던 큰아이라서 타지인 이곳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와서는 엄마인 내가 신경 쓸 일이 더 줄어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의 대부분이 큰아이보다는 작은아이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게 되는 것 같다.

작은아이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초등학생이고 연재의 맨 처음에 밝혔듯 작은아이가 다니는 타우랑가 학교의 유학생 1호이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와는 다르게 작은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부모들의 참여도도 높은 편이다.

방과후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도 다른 아이의 부모들이 그 역할을 해주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모두가 함께 공동체화 되어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을 돕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작은아이의 학교에서는 매번 새로운 이벤트가 생기고는 하는데 얼마 전에는 자전거나 무동력 스쿠터를 이용해 등교하는 날이 있었다. 이 행사를 통해 아이들은 자전거나 무동력 스쿠터를 이용하는 경우 밝은 색의 옷을 입어야 하는 필요성을 자연스레 인지할 수 있다.

형광색이나 그에 버금가는 밝은 색의 옷을 입어야 하기에 작은아이에게 한국에서 챙겨온 형광 초록색의 옷을 입자고 하였다. 하지만 작은아이는 뉴질랜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싶어 했고 날을 잡아 쇼핑을 해야만 했다.

피아노 레슨 방과 후가 있던 날에 레슨이 끝나고 작은아이의 새 옷을 사기 위한 외출을 감행했다. 작은아이는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옷을 골랐고 스쿠터를 타고 등교하는 그날에 교복 대신 그 옷을 입었다.

두발자전거가 아직 익숙하지 못한 작은아이는 스쿠터를 챙겨서 학교에 갔는데 대부분의 뉴질랜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온 듯했다. 학급별로 자전거를 놓아두는 장소가 미리 공지되었고 엄청난 수의 자전거들이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부린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고 그들 나름대로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교장선생님의 핫핑크 가발과 교감선생님의 핑크빛 티셔츠와 반바지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고 교직원분들의 알록달록한 차림새가 계속 주의를 끌었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분위기였기에 자꾸만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다니던 한국 학교에서는 바퀴 달린 운동화 하나도 금지되었었는데 이렇게 학교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로 자전거와 무동력 스쿠터를 생활화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이런 행사를 할 때면 뉴질랜드의 화폐단위인 1달러, 2달러를 기부하기도 하는데 뉴질랜드 달러에서 1달러와 2달러는 황금빛의 동전이기에 '골든 코인' 기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자신을 꾸미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고 개성이 존중되는 학교라는 점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아이들 스스로가 즐겁게 참여한다는 점 역시도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저 좋게만 느껴진다.

가만히 앉아서 시키는 것들만 하는 수동적인 교육이 아닌 직접 참여하고 그 참여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자유분방한 환경이 한편으로는 무척 부러울 따름이다. 모든 아이들의 개성과 호기심을 인정해 주는 뉴질랜드의 교육 환경을 접하는 지금을 우리 아이들이 최대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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