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동양인

밴쿠버는 동양인의 비율이 매우 높은 도시이다. 광역 밴쿠버 도시 중 하나인 코퀴틀럼에서 생활을 했던 개그우먼 이성미 씨의 일화가 방송에서 소개된 적이 있었다. 캐나다에 동양인이 많아 놀랐다는 이성미 씨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독수리, 곰, 늑대 등 캐나다를 상징하는 각종 동물이 표현된 토템들
독수리, 곰, 늑대 등 캐나다를 상징하는 각종 동물이 표현된 토템들

밴쿠버에는 정말 많은 동양인이 살고 있다. 밴쿠버에 정착한 중국인의 이민 역사는 캐나다 건국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밴쿠버의 민속촌이라 할 수 있는 버나비 빌리지 뮤지엄(Burnaby Village Museum)과 밴쿠버 뮤지엄(MOV, Museum of Vancouver)에서도 캐나다 건국과 함께 시작된 중국인들의 삶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레인보우 보트는 밴쿠버 내의 좋은 교통수단이자 관광 아이템이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레인보우 보트는 밴쿠버 내의 좋은 교통수단이자 관광 아이템이다.

캐나다의 건국 초기에 서부에서 동부를 잇는 캐나다 태평양 철도(CPR, Canadian Pacific Railway) 건설이 시작되었고 캐나다는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당시 청나라였던 아시아의 중국으로부터 노동력을 제공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공사가 마감된 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들로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였고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인력들이 캐나다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지리적으로 동양과 가장 가까운 밴쿠버에는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동양인들의 이민 붐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90년대 홍콩의 중국 반환 시기이다. 당시 홍콩 중국 반환을 계기로 30만 명의 홍콩인들이 캐나다로 이민 한 사례가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삶의 여유가 있는 지식인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가 밴쿠버 지역에 정착을 하였고 한때 밴쿠버는 홍쿠버로 불릴 만큼 많은 홍콩으로부터 들어온 인적, 물적 자원들로 채워졌다. 필자가 살고 있는 콘도 역시 홍콩의 자본력으로 지어진 콘도로 주민들의 대부분이 당시 홍콩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미국의 베이커 산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미국의 베이커 산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자본력 있는 중국 부호들의 이민이 시작되었다. 몇몇 이들은 날씨가 좋은 여름이나 휴가 시즌에 잠시 머무는 별장으로 밴쿠버의 집을 마련하였고 막강한 자본력으로 밴쿠버의 집들을 사들였다. 때문에 밴쿠버의 집값은 10배 가까이 올랐고 최근에는 1년에 6개월 이상 소유주 자신 또는 세입자들에 의해 주택이 점유되지 않으면 내는 세금인 빈 집세가 과세되고 있다.

이름 모를 꽃나무. 캐나다의 대부분의 주거형태는 하우스이다.
이름 모를 꽃나무. 캐나다의 대부분의 주거형태는 하우스이다.

한편 한국인의 캐나다 진출은 1960년대 독일에 파견됐던 한국인 간호사와 광부들 가운데 상당수가 캐나다행을 선택하며 시작되었고, 그 후 IMF를 겪으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투자이민을 통한 영주권 취득이 다소 쉬웠던 당시 많은 한인들이 캐나다에 들어와 정착하였다.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교포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로 당시의 이민 1세대, 1.5세대의 생활과 실제로도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밴쿠버 교민들 사이에서 '나 한국에서는......'이라는 말이 금기어라 할 정도로 한국에서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는 편의점, 세탁소 등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휘슬러를 가는 길에 만난 만년 설산
휘슬러를 가는 길에 만난 만년 설산

한인들의 캐나다 이민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잠시 증가세를 보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미세하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요리사와 어린이집 교사 등의 직업을 갖고 외국인 고용노동허가서(LMIA, Labour Market Impact Assessment)를 받아 이민을 진행하거나 자녀들의 영어공부를 위한 일 년 살기, 한 달 살기, 어학연수와 같은 형식의 캐나다 방문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곳에 오기 전 낯선 타국에서의 삶을 준비하면서 서양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하는 시간들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동양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이방인으로의 느낌이 크지 않아 다행이라 여겨진다.

전혜인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전혜인 기자는 한국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슈퍼우먼이었다. 지난여름 생활의 터전을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옮기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녀가 전하는 밴쿠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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