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달라진 학교생활과 온라인 학습활동

공식적인 봄방학이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를 갈 수 없게 되자 이곳에서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다. 아이들은 화면으로나마 다시 만나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마냥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진 첫날.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모습에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진 첫날.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모습에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사실 초등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수다스러운 아이가 있는 반면 말 수가 너무 적은 아이도 있고 이민자나 유학생들이 많은 캐나다의 특성상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도 있다.

모국어가 영어이기에 의사소통이 비교적 자유로운 아이들도 있지만 아직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이 서툰 저학년의 아이들이기에 부모나 양육자가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마도 초등 저학년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경 쓰이는 점이 많지 않을까 한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기존에도 ‘클래스 도조’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학부모나 아이들과 소통을 진행해 왔기에 온라인 학습 자체가 생소하지는 않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팀즈(Teams)'라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정이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팀즈'를 통해 선생님이 책의 일부를 전송해 주고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팀즈'를 통해 선생님이 책의 일부를 전송해 주고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

캐나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공식적인 온라인 학습 채널이 '팀즈'로 결정되었고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디가 발급 및 배부되었다. 온라인 영어 도서관이라 불리는 '라즈 키즈(Raz kids)'와 수학 실력 향상을 위해 개발된 '엑스트라 매스(X-tra Math)' 등 각종 온라인 학습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셧다운 된 도서관 대신학교에서 제공된 프로그램인 RazKids를 통해 책을 읽는다. 읽기, 따라 녹음하고 듣기,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한 퀴즈 등의 단계가 있어 체계적인 읽기 공부가 가능하다.
셧다운 된 도서관 대신학교에서 제공된 프로그램인 RazKids를 통해 책을 읽는다. 읽기, 따라 녹음하고 듣기,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한 퀴즈 등의 단계가 있어 체계적인 읽기 공부가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시작된 개학 첫 주에는 각 가정에 컴퓨터와 같은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매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작업은 아이가 배정된 클래스의 담임선생님뿐 아니라 밴쿠버 교육청에 있는 한국인 담당자도 함께 나서주었다. 유학생들과 신규 이민자들이 많은 밴쿠버의 교육청에는 각 나라별 담당자가 있어 아이들과 학부모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밴쿠버 교육청에 소속된 한국인 담당자는 한국인 학부모를 대상으로 별도의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고 온라인 수업에 사용되는 매체를 미리 이용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지도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하였다.

각 가정마다 준비된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매체에 대한 확인이 마무리되자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30분간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하셨다. 다른 클래스의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수업을 진행하는 반이 있는데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의 경우 수업 시간이 중복되는 케이스가 많아 수업 시간과 회차를 늘이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해 주셨다.

클래스마다 학생들의 사정이 모두 다르기에 온라인 수업의 진행에 대한 재량이 각 반의 담임선생님에게 있는 듯하다.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온라인상으로 과제를 지정해 주셨고 아이가 과제 결과물을 업로드하면 하나하나 확인하시고 코멘트를 달아주신다.

선생님의 코멘트에 따라 부모나 양육자가 아이의 과제를 체크하고 수정이나 보완을 진행하여 다시 제출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담임선생님의 최종 확인이 끝나면 해당 과제가 모두 완료되는 형식이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하지 않지만 교장선생님과 행정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은 학교에 출근하여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에 필요한 다양한 도움을 주고 계신다. 과제물을 인쇄할 수 있는 매체인 프린트기가 없는 가정에서는 학교에서 정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학교 앞 벤치에서 인쇄물을 받아 갈 수도 있다.

우리 아이는 ELL(English Language Learning) 수업을 일주일에 두 번 듣고 있는데 해당 클래스의 인원은 세 명뿐이어서 훨씬 효과적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느낌이다.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기에 온라인 방식의 수업이지만 딱히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다.

인원수 자체가 작아 다른 학생들의 음성으로 인한 소음도 적어 세 아이 모두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선생님의 피드백 또한 자연스러웠다.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작은 인원의 온라인 수업이 훨씬 적합한 것 같았다.

초등 저학년의 학습 과제는 아이의 과제라기보다는 엄마의 과제인 것 같기는 하다. 매일 아이 옆에 붙어 함께 과제를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바로 곁에서 온라인 수업 과정을 함께하며 내 아이의 수업태도와 행동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밴쿠버 아트갤러리에서 주최한 온라인 모임. 작가, 화가, 스토리텔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거리와 상관없이 동시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밴쿠버 아트갤러리에서 주최한 온라인 모임. 작가, 화가, 스토리텔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거리와 상관없이 동시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다시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 것이라 이야기한다. 앞으로는 지금의 모습과 같은 ‘뉴 노멀 라이프’가 시작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에 온라인을 통해 학습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광경이 아닌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느낌도 든다.

아직은 모두가 지금의 상황에 적응을 해나가는 단계이고 계속적으로 장기화되는 경우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은 때에 기성세대 보다 익숙하게 여러 매체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아이들의 모습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새겨본다.

전혜인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전혜인 기자는 한국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슈퍼우먼이었다. 지난여름 생활의 터전을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옮기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녀가 전하는 밴쿠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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