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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시행유예 어떻게 볼 것인가... '뿜칠' 도장은 이제 그만하자

발행일시 : 2020-06-10 15:00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력해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 전에 아파트 재도장하세요”

글을 쓰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검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내용이다. 블로그 주인은 페인트회사였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올 봄은 특이하게도 황사, 미세먼지 걱정 없이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대기 등 환경전반이 깨끗해진 영향 같기는 하나 검증되지 않은 의견이다. 인도의 펀자브 지역에서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히말라야 준봉을 육안으로 보게 되었다고 하니 그럼에도 감각적으로는 코로나19가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공기를 살린 역설이 느껴진다.
인간이 보기에 안타까운 이 역설은 한시적으로만 성립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겠지만 스페인독감이 그랬듯 대략 2년 안에 뭔가 전환점이 마련될 터이고 그러면 펀자브 주민들은 다시 히말라야 산맥의 고산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이 응당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론 코로나19가 그동안 인류가 잊고 지낸 숙제를 상기시켜 준 것이어서 마음이 무겁다. 펀자브 주민들이 히말라야 고산과 준봉을 잃어버리듯, 한반도 주민들은 다시 미세먼지 및 황사와 만나게 되리라는 뜻이니 말이다. 잃고 얻고의 방향차이가 있지만 펀자브나 한반도나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반도의 문제 겸 인류 전체의 문제에 대응하여,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폐기 등 우리는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대책 중에서 생활밀착 의제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내용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포함된 아파트 외벽 도장 방법의 변경이겠다. 페인트회사의 홍보성 글에서 확인되듯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2021년 1월 1일부터 이른 바 ‘뿜칠’ 방식의 외벽 도장이 금지된다.

창의적인 한국어인 ‘뿜칠’은 ‘분무 도장’을 현장에서 부르는 말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중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의 설치 및 필요한 조치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아파트 외벽의 도장공사는 기존의 ‘뿜칠’을 금하고 롤러방식을 택해야 한다. 롤러방식에는 붓칠이 포함된다. 몇 가지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내년 이후 기본적으로 아파트 외벽 도장에서 ‘뿜칠’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뿜칠’은 스프레이 방식의 도장ㆍ도색이기 때문에 사람이 하는 롤러방식에 비해 인건비가 적게 든다.

일각에서는 ‘뿜칠’에 비해 인건비가 많이 드는 롤러방식을 강제함으로써 아파트 관리비가 오르게 돼 입주민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뿜칠’ 금지 시행규칙의 시행을 유예할 것을 요구한다. 나름 경제학적인 근거를 내세우기도 하는데, 도장비가 상승하면 아파트의 재도장이 줄어들어 아파트 수명이 단축되고 그에 따라 재건축 주기가 짧아지면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주장이다. 이 자리에서 상세히 논하긴 힘들지만 아파트 유지비용과 가격, 수명 등은 재도장비용이라는 단일 요소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뿜칠’금지가 아파트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아마도 ‘시행 유예’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해당사자는 기존 도장업계일 것이다. 시장의 변동을 초래하는 여러 요인 중 ‘뿜칠’ 금지 같은 새로운 규제는 시장참여자에게 큰 시련임이 분명하다. 업계의 이러한 주장을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혹은 조금 거창하게 세계시민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사실 생존의 문제만큼 절박한 게 없다. 아파트 주민들만 해도 정부에다 미세먼지 줄이라고 강경하게 요구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외벽 재도장 비용을 올려야 하니 관리비를 더 내라고 하면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이미 2년이나 시행을 유예해준 마당에 더 유예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비추어 수용 가능한 주장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 길이 가야 할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 업계가 머리를 맞대어 부드럽고 올바른 전환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 업계도 살리고 국민건강도 지키는 적정한 해법이 없지는 않다. 분무에서 롤러질로 가는 것은 얼핏 퇴행처럼 보이지만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문제를 해결할 기술은 곧 발견될 수 있으며 실제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있다.

시장은 끊임없는 재구조화를 통해 발전했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촉발된 시장의 새 설계가 신기술개발로 이어져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의 로드맵을 미루지 말고 기획하고 시행할 시점이다. 옛 시장이 새 시장의 발목을 잡도록 방치하는 것은 업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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