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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WWDC서 맥(Mac) ‘독립선언’...의미는?

발행일시 : 2020-06-23 17:40

이르면 4분기 ARM 기반 맥북 출하 예정
전 제품 라인업에 애플 생태계 구축 완료

팀 쿡 애플 CEO가 맥북에 자사 프로세서 탑재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애플] <팀 쿡 애플 CEO가 맥북에 자사 프로세서 탑재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이 WWDC 2020에서 맥북의 자사 프로세서 탑재를 사실로 확정했다. 맥(Mac) 역사 30여년 만에 획기적인 변화다.

애플은 22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WWDC(애플세계개발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이르면 올해 4분기에 자체 반도체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와 최신 맥OS 빅서(Big Sur, 11.0)를 적용한 맥북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팀쿡 애플 CEO는 "오늘은 맥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선언하며 ”여러분에게 우리가 어떻게 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는지 보여주겠다"고 한층 고무된 어조로 소개했다.

팀쿡 CEO의 말은 맥북이 온전히 애플 생태계로 들어오게 됨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맥북이 인텔이나 AMD 등 다른 CPU 제조사들이 제시하는 기술 로드맵을 따르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는 맥에서도 새로워진 맥OS를 통해 애플 생태계에 완전히 최적화된 형태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 ARM 협력으로 애플 정체성 회복하는 '맥'

애플은 지난 10년 간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북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출시해왔지만, 유독 맥북은 자사 기술력이 적용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맥북은 지난 30년 동안 IBM과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적용해왔다. 이는 애플이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기 시작한 2010년도에도 마찬가지였다. 애플 실리콘의 기술은 모바일 기기에는 최적화됐지만, PC 적용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안도 없었기에 애플은 다른 PC 제조사들처럼 지난 14년 간 인텔의 제품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인텔 프로세서가 애초부터 복잡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설계됐으며, 미세공정 대신 코어를 늘리는 안정적인 방식으로 고성능 수요에 대응해 왔다는 데 있다. 이 전략은 PC 전력효율을 떨어뜨려 높은 발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맥의 지향점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던 셈이다. 결국 맥북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인기 있는 노트북이 돼버렸다.

맥에 탑재되는 애플 실리콘은 저전력·고성능 PC를 지향한다. [사진=애플] <맥에 탑재되는 애플 실리콘은 저전력·고성능 PC를 지향한다. [사진=애플]>

애플이 인텔 대신 손을 잡은 건 ARM이다. ARM은 영국의 팹리스 기업으로, 업계에서는 흔히 ‘팹리스의 팹리스’로 통한다. ARM은 통상의 팹리스 기업에서 할 수 없는 고난도 칩 설계를 도맡아왔는데, 주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넷북 등에 많이 쓰이는 단순 명령어 구성 방식의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설계에 특화돼 있다. 때문에 ARM은 팹리스가 아니라 칩리스로도 구분된다.

실제로, ARM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에 탑재되는 A시리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시스템온칩(SoC) 칩 개발에도 깊게 관여했다. 특히 애플과 ARM은 1993년 '뉴튼 메시지 패드'에 탑재할 저전력 칩셋 개발을 위해 ARM의 전신인 에이콘(Acorn) 컴퓨터와 협력한 바 있으며, 이때 개발된 칩셋이 A 시리즈 탄생의 모태가 됐다. 태생 상 A 시리즈가 iOS, watchOS는 물론, 맥OS와 같은 애플 자체 운영체계와도 궁합이 잘 맞을 거라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 새로운 맥OS ‘빅서’와 ‘A12Z’, 환상의 궁합 보여주나

새로운 맥에 적용된 맥OS '빅서' [사진=애플] <새로운 맥에 적용된 맥OS '빅서' [사진=애플]>

주목할 점은 이번 WWDC에서 애플이 새로운 맥북 발표와 동시에 ‘빅서(Big Sur)’라는 새로운 맥OS를 발표한 사실이다. 맥북에 탑재될 새 프로세서가 빅서와도 완벽한 짝을 이루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이날 시연에서도 빅서(11.0)가 적용된 새로운 맥OS 기반 맥이 쓰였다. 함께 공개된 프로세서 이름은 ‘A12Z 바이오닉’이다. A12Z 바이오닉은 인공지능(AI) 기계학습 처리를 위한 GPU와 뉴럴엔진이 탑재되며 보안 등 특정 맥 기능도 추가됐다. 파이널컷 프로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어도비CC 등 기존 인텔 프로세서 기반 앱 실행도 시연됐는데, 모두 기존 맥에서는 어려웠던 높은 호환성을 보였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은 “이날 시연한 맥OS 빅서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애플 실리콘에 맞게 모두 리컴파일 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새로운 맥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애플]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새로운 맥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애플]>

빅서에서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iOS와 비슷해졌다. 편의성은 물론 디자인에서도 애플 생태계 내에서 동일성과 연동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그밖에도 이전 맥북에는 없었던 기능을 빅서에서 다수 추가했는데, 이번 ARM 칩셋 적용에 따라 가능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기존에 인텔 프로세서용으로 개발된 앱을 지원하는 조치도 발표됐다. 과거 IBM 파워PC 전용 앱을 인텔 칩셋 기반 PC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로제타’의 차기 버전인 ‘로제타2’를 지원해 호환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또,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X코드(Xcode) 앱에서 그들의 앱프로젝트를 열어 간단하게 ARM용 앱으로 리컴파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유니버설2’ 지원을 통해 애플 실리콘 기반과 인텔 기반 맥에서 모두 같은 퍼포먼스의 작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서에서 MS 파워포인트를 실행하고 있다. [사진=애플] <빅서에서 MS 파워포인트를 실행하고 있다. [사진=애플]>

◇ PC 프로세서 점유율 변화 올까?

맥북을 통해 수면위로 부상한 애플과 ARM의 지난 30년 간의 공고한 협력체계는 앞으로의 PC 프로세서 점유율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프로세서 교체가 어느 정도 인텔의 뒤쳐진 기술력을 반영한 조치인 까닭이다.

특히, PC업계에서는 이번 WWDC가 기존 인텔의 아성에 금이 가게 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 PC에서 인텔이 지금보다 나은 비전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업계의 '탈 인텔'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흥미롭게도 애플은 자사 프로세서 채택에 있어, 인텔보다 미세공정에서 앞서 있는 AMD 라이젠도 고려하지 않았다. 맥북이 나아갈 방향이 인텔은 물론, AMD 아키텍쳐와도 맞지 않으며, 애플 실리콘의 로드맵 또한 이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노선을 타고 있다고 해석된다.

맥 A프로세서 시스템온칩 구성요소들 [사진=애플] <맥 A프로세서 시스템온칩 구성요소들 [사진=애플]>

다만, 현실적으로 애플이 모든 맥 시리즈에 새로운 PC용 A 시리즈 프로세서를 전격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순차적으로 자체 프로세서 탑재 맥 시리즈가 선보여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점차 인텔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은 가장 먼저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가 탑재될 애플 제품으로 맥북프로와 아이맥을 언급했다.

한편, 다른 PC 제조사가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를 자사 제품에 탑재할 가능성은 아직 적다. 현재 PC 대부분은 맥OS가 아닌 윈도 기반이며, 앱 역시 인텔 프로세서에 맞춰져 있다. ARM 칩셋이 맥OS를 넘어 윈도10 및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호환성까지 확보하지 않는 이상, 기존 애플 제품을 제외한 프로세서 점유율 변화는 시기상조로 판단된다. 애플의 모든 PC 라인업이 ARM 프로세서로 대체되더라도 인텔에겐 전혀 타격이 없는 수준이다. 현재 애플은 애플 프로세서 탑재 맥의 앱을 미리 개발할 수 있는 하드웨어 킷인 ‘DTK(개발자 전환 킷)’ 판매에 들어갔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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