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O₂ 활용, 반도체 저장능력 한계 돌파
산소 원자 4개에 데이터(1bit) 저장 가능
집적도 1,000배 향상...업계 파급력 높아

이준희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사진=삼성전자]
이준희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사진=삼성전자]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를 최대 1000배 이상 향상 시킬 수 있는 이론과 소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2일(미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사이언스에 순수 이론 논문이 게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로, 국내 연구팀 단독 교신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이론적 엄밀성과 독창성, 산업적 파급력을 인정 받았다.

지금까지 반도체 업계는 소자 성능 향상을 위해 미세화를 통한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을 써 왔다. 이 방식은 데이터 저장을 위해 탄성으로 연결된 수천 개 원자 집단인 '도메인'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는 반도체를 일정 수준 이하로 크기를 줄일 수 없는 제약이었다. 반도체 소자는 한계 수준 이하로 작아지면 ‘0’과 ‘1’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어 정보저장능력이 사라지는 이른바 '스케일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단일 원자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오른쪽)와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을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존 메모리(왼쪽) 비교 [사진=삼성전자]
연구팀이 제시한 단일 원자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오른쪽)와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을 사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존 메모리(왼쪽) 비교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산화하프늄(HfO₂)' 산소 원자에 전압을 가해 원자간 탄성이 사라지는 물리 현상을 새롭게 발견했다. 개별 원자에서도 '0'과 '1'을 구현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현상을 적용하면 개별 산소 원자 4개에 데이터(1bit) 저장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저장을 위한 수십 nm(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도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된다.

이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상용화될 경우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의 메모리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 적용 시 반도체 소형화에 따른 스케일링 이슈도 발생하지 않아 현재 10나노(nm) 수준에 멈춰 있는 반도체 공정을 0.5나노까지 미세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집적도가 기존 대비 약 500~1000배 향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메모리는 원자 간 탄성 작용으로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을 이용해 1비트를 저장하지만, 연구팀이 제시한 현상을 활용하면 전압을 걸 때 원자 간 탄성 작용이 소멸돼 개별 원자에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자료=삼성전자]
기존 메모리는 원자 간 탄성 작용으로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을 이용해 1비트를 저장하지만, 연구팀이 제시한 현상을 활용하면 전압을 걸 때 원자 간 탄성 작용이 소멸돼 개별 원자에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다. [자료=삼성전자]

이준희 교수는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고의 집적 기술"이라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소형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해 12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간 1조 5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589개 과제에 7589억 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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