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의 인문 독서 아카데미 사업

7월,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에서는 ‘한밤중, 산책하는 철학’이라는 타이틀로 구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 독서 아카데미 사업을 시작하였다. 원래는 양재 도서관에서 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온라인 강의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작년 11월 개관된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은 가족친화형 열린 공간,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도서관을 지향하는 현대적인 건축물로 탄생했다. 다양한 독서문화 활동과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발히 운영하고자 하는 데에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인문 독서아카데미 사업도 그러한 활동의 한 일환이다. 강연 프로그램과 연계 독서동아리 활동으로 진행되는 ‘한밤중, 산책하는 철학’은 ‘걷기와 산책,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세계 문화 산책’을 주제로 제1부 ‘문학, 산책하는 문학가’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 윤지관 교수와 함께하는 ‘문학, 산책하는 문학가’

제1부 ‘문학, 산책하는 문학가’의 강사는 윤지관 덕성여자대학교 영문학과 명예교수로 계간 실천문학 편집위원, 영미문학 연구회 공동대표,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등의 화려한 경력과 함께 세계문학과 관련된 다수의 번역, 저작 활동을 한 바 있다.

강연 프로그램은 7월 7일부터 8월 4일까지 총 5회차에 걸쳐 진행되며 1회차 윌리엄 워즈워스 ‘워즈워스 시선’, 2회차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3회차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4화차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5회차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이루어져 진행 중이다.

제1부 ‘문학, 산책하는 문학가’의 1회차 ‘워즈워스 시선’은 ‘호수의 시인, 마음속 자연을 발견하다’라는 부제로, 워즈워스 문학의 근간이 되는 그의 자연관과 자아관, 그리고 걷기와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워즈워스에 대해 신선한 재해석을 도모했다.

강의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소개, 걷기&자연에 대한 그의 철학, 시대적 배경, 작품들에서 찾아보는 워즈워스의 철학 순으로 진행되었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 4.7 –1850. 4.23)은 19c 초 영국 낭만주의 운동의 대표 시인이며 영국 시인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로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았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장시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것에 있다.

그는 자연관, 세계관, 우주관을 담은 장시를 발표하여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큰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대표적인 그의 작품들에는 <서곡>, <무지개>, <수선화> 등이 있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낭만주의 작가이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이 본원이며 이 자연을 통해서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워즈워스는 산책을 몸의 감각기관과 자연의 영구한 요소들이 만나는 체험이라 여겼다.

이 산책이 바로 워즈워스 작품들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의의 큰 주제였다. 산책이 취미였던 워즈워스는 산책뿐만 아니라 장거리 도보여행도 종종 떠났으며 이를 통해 더 깊이 자연과 교감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러한 경험들은 생생하게 그의 시에 녹아있다.

그의 작품들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위대한 자연을 노래하며 그 속에서 자아를 탐색하고 치유하며 깨달음을 얻는 자신을 그려내고 있다. 워즈워스는 70세까지도 산에 오르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자연에 대한 그의 애정의 크기 또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문학, 산책하는 문학가’의 1회차 ‘워즈워스 시선’

윌리엄 워즈워스의 또 다른 특징은 민중을 중요시하며 진정한 시는 민중의 언어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이미 만연하게 사용되고 있어 별로 놀라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에 윤지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다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건 우리가 워즈워스 이후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워즈워스 당시의 시는 대학자들만 쓸 수 있는 것이었고 대부분이 영웅시, 풍자시의 형태였으며 심지어 라틴어를 아는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였다. 그만큼 소수의 지식인만이 누리던 고급문화였던 시를 워즈워스는 자신의 철학으로 시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이 워즈워스의 개념은 현재까지 이어져, 하나의 당연한 시의 개념으로까지 확립된 것이다.

워즈워스는 낭만주의의 선구자라 불린다. 낭만주의란 사전적 의미로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중엽까지 유럽 전역과 그 문화권인 남북 아메리카에 전파된 문예사조, 예술운동을 뜻한다. 계몽주의의 비합리성, 산업혁명과 나폴레옹 등으로 인간소외, 자연 상실 등이 발생하자 감각과 자아로부터 진실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윤지관 교수는 산업화 현실에 대한 자연, 인간성에 대한 그리움이 전체적인 사회의 정서로 자리 잡았으며 시인들은 이를 더 빨리 감지하고 그 중요성을 주장하며 낭만주의 운동을 전개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때 가장 앞장서있던 인물이 바로 워즈워스와 그의 친구 콜리지인 것이다.

강의에서는 ‘단편’, ‘서곡’, ‘수선화’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단편’을 통해 황홀경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볼 수 있음을, ‘서곡’을 통해 본원적이고 위대하고 경이로운 자연을 통해 인간이 자아를 찾고 내면이 치유될 수 있음을, ‘수선화’를 통해 ‘시는 강렬한 감정의 자연스러운 넘쳐흐름이다.’라는 워즈워스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한밤중, 산책하는 철학’ 1회차 ‘워즈워스 시선’은 워즈워스라는 인물과 걷기의 미학, 그리고 작품 속에 녹아있는 그의 자연관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연자인 윤지관 교수는 상세한 배경 설명, 다른 작가와의 비교 대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예리한 질문 등을 통해 수강자들이 더 잘 이해하고 스스로 작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왔다.

온라인 강의였지만 강의 방식을 통해 교수와 수강자가 호흡을 같이 한다고 느낄 수 있었던 유익하고 성공적인 강의였다. 이후 강의들에 대해서도 몇 차례 더 다뤄볼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한다.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인문 독서아카데미 사업이야말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앞으로의 공공기관이 가져야 할 긍정적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사업이 다른 지역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임수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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