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금 제이미에 대해 말하고, 노래하고, 소리쳐야 한다.

뮤지컬 '제이미' / 제공 : 쇼노트
뮤지컬 '제이미' / 제공 : 쇼노트

본고장인 영국 이외의 국가 중에서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첫선을 보이고 있는 뮤지컬 '제이미'가 관람객들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과 웃음을 선사해 주고 있다.

뮤지컬 '제이미'의 열기는 실로 뜨거웠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장벽이 무색할 정도로 배우들과 관객의 케미는 '찰떡 호흡'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맞아떨어졌다. 관객들의 리액션은 물 흐르는 듯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3열, 비교적 앞자리에서 마주한 공연 '제이미'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무대 위 배우들과 관객 간의 '소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배우들과 관객들의 소통도 좋았지만, 작품 내에서의 '소통'에도 집중할만했다.

뮤지컬 '제이미' 포토월 / 사진 : 장세민 기자
뮤지컬 '제이미' 포토월 / 사진 : 장세민 기자

제이미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맞서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을 보며 한순간도 빠짐없이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소통의 진정성 덕분이었다.

뮤지컬 '제이미'는 드랙퀸이 되고 싶은 특별한 소년 제이미가 차별 어린 시선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열일곱 살의 제이미, 모두가 으레 그렇듯 내면의 혼란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다.

제이미라는 인물은 이렇듯 '혼란'과 '성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인들이 "이거 그냥 너 아니냐."라고 할 정도로 제이미와 대단한 싱크로율을 보였던 뉴이스트의 렌은 제이미에 완벽하게 녹아든 연기를 보여주면서 캐릭터가 가진 개성을 극대화했다.

뮤지컬 '제이미'의 주연 4명 / 제공 : 쇼노트
뮤지컬 '제이미'의 주연 4명 / 제공 : 쇼노트

이번에 제이미 역할을 맡은 배우는 2AM의 조권, 뮤지컬 배우 신주협, 아스트로의 MJ, 그리고 뉴이스트의 렌이다. 네 명의 배우들은 각각 다른 색깔과 매력으로 제이미를 연기한다는 것으로 뮤덕들에게 벌써 입소문이 나있다.

그중 렌은 뉴이스트의 멤버로 활동하던 때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역시 렌의 '안정적인' 보컬. 렌이 서브보컬을 맡고 있는 그룹 '뉴이스트'는 뛰어난 보컬 실력이 입증된 그룹이다.

뉴이스트 앨범에 수록된 솔로곡 'PARADISE'와 '나, 너에게' 등으로 탄탄한 노래를 뽐냈던 렌은 무대 위 제이미로 분하여 더 향상된 보컬 실력을 보여준다. 첫 뮤지컬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주연 배우로서 극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도 보여주어 뮤지컬 '제이미'는 주인공 제이미의 성장 스토리인 동시에 '렌'의 성장기로 보이기도 했다.

뮤지컬 '제이미' 캐스팅 보드 / 사진 : 장세민 기자
뮤지컬 '제이미' 캐스팅 보드 / 사진 : 장세민 기자

함께 호흡을 맞추는 다른 배우들의 무대 위 활약도 대단했다. 극 중 상대역인 '프리티'역의 문은수 배우는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제이미와의 케미를 더했다. 제이미의 엄마인 '마거릿 뉴' 역의 김선영 배우 또한 가슴 절절한 연기와 노래로 공연의 퀄리티를 높여주었다. '휴고(로코 샤넬)' 역의 최호중 배우는 제이미의 '멘토'와도 같은 역할로 재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렌의 실제 성격이 반영된 듯한 제이미의 '통통 튀는 매력'과 배우들의 열연이 뮤지컬 제이미를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인식되게 하였다.

배우들이 부른 뮤지컬 넘버들도 하나같이 완소(완전 소중한)의 곡들로 느껴졌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And You Don't Even Know It'은 관객들에게 제이미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가끔 사는 게 힘들고 답답할 때 멋진 파티를 내가 시작하면 돼'라는 가사가 마음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했다.

넘버 'Work of Art'는 단연 압권이었다. 제이미가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 억압에 기죽지 않고 보여주는 당당함과 화려함이 녹아들어 있는 춤과 노래는 관객들의 어깨도 들썩이게 만들었다.

무대 위 배우들이 '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를 다 같이 부르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제이미가 드랙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많은 시선들과 이야기가 떠도는 것을 표현했고 그것은 결국 '변화'를 뜻했다.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넘버였다.

뮤지컬 '제이미'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주인공 '제이미'의 모습이 바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와 차별과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며 평생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제 막 '어른'이 되려 하는 제이미의 고군분투와 외침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함께 용기를 얻게 된다.

넘버 'Spotlight'의 가사 '두려운 거 알아, 하지만 넌 강해.'처럼 우리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강한 존재이기도 하다. 사회의 억압과 시선을 극복하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으려면 모두가 차별에 대해 소리치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제이미에 대해 말하고 소리쳐야 한다. 드랙퀸을 꿈꾸는 특별한 소년, 제이미의 뒤에는 우리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삶 역시도 그렇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모두들 뮤지컬 '제이미'의 등장인물처럼 용기를 낼 시간이다. 교훈과 웃음을 함께 담은 완소 공연 제이미. 뮤지컬 '제이미'는 9월 1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부산 관객들을 만날 준비도 함께 하고 있다.

장세민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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