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화웨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사이버 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가 23일 국내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를 직접 지목하며 한 말이다.

미중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현재 화웨이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에도 반화웨이 전선에 합류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5G 통신장비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가 충남 당진에 위치한 GS EPS 공장에서 5G 기업전용망 서비스를 통한 레벨센서 함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관계자가 충남 당진에 위치한 GS EPS 공장에서 5G 기업전용망 서비스를 통한 레벨센서 함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최근 중국 화웨이와 관련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선택을 압박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의 화웨이 장비 퇴출 결정과 관련해 "인도의 지오, 호주의 텔스트라, 한국의 SKT와 KT, 일본의 NTT와 같은 깨끗한 통신사들과 다른 업체들도 역시 그들의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다"며 국내 통신업체들을 거론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번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부차관보의 발언은 LG유플러스를 직접 지목한 것으로,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기업의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반면에, 그는 LG유플러스가 미국 정부의 요구대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재정적 보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가능한 한 빨리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로 옮기는 것이 오히려 기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LG유플러스 분기별 요약 연결 손익 계산서 [자료=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분기별 요약 연결 손익 계산서 [자료=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화웨이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공격적인 통신비 정책을 선보일 수 있었고, 안정적인 커버리지를 빠르게 구축해나갈 수 있었다. 이는 실질적인 가입자 순증과 매출 증가로 이어졌고 1·2·3위 통신사업자간 5:3:2 시장지배 구도는 4:3:3 구도로 바뀌며 무서운 추격자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미중갈등이 다시 격화되면서 LG유플러스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앞서 화웨이 퇴출을 결정한 영국의 사례를 보면, 수많은 통신 전문가들이 최소 2~3년의 5G전환 계획이 지연될 수 있으며, 통신비 폭탄과 블랙아웃(서비스 제공 불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의 주요 통신사 보다폰, 쓰리, EE가 이미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는 5G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출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다만, 스트레이어는 LG유플러스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기존 설치된 화웨이 5G 통신장비의 교체까지 거론하지는 않았다. 영국 사례처럼 통신비 인상이나 블랙아웃까지 악화될 가능성은 아직 적으나, 완전한 배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스트레이어의 발언은 상당히 강압적으로 들리지만, 공급업체 전환 시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도움은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이익이 발생할 거란 해석도 가능하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이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거란 의미로 풀이된다.

위에서부터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의 지난 1년 간의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금융]
위에서부터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의 지난 1년 간의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금융]

한편, LG유플러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는 LG유플러스가 사업 방향을 고객과 주주 중 어느 쪽으로 친화적인 결정을 내놓는가에 따라, 화웨이 퇴출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통신장비 업계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와 거래를 끊을 경우, 그 수요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화웨이 퇴출로 인해 노키아와 에릭슨이 유력 5G 장비 독점 공급처로 부상했다. 외신은 이에 중국 정부는 영국을 기점으로 유럽이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이 같은 흐름에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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