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메인 포스터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메인 포스터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7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멀티플렉스에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 상영 후 배우 이정재와 박정민 그리고 홍원찬 감독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배우 황정민은 다른 영화 촬영 스케줄로 인해 해외에 있어 화상 통화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을 끝낸 암살자 인남과, 자신의 형제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된 레이의 지독한 추격전을 그리는 영화이다. 태국에서의 충격적인 납치 사건까지 더해져 무척 다채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7년 전 신세계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누구보다 남다른 기대감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캐스팅만으로 보아도 올여름 '대작'임에 틀림이 없으며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기대 이상의 쫄깃한 박진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올여름의 습한 더위에 대적하는 등골 '서늘한' 긴장감이라기보다는 '이열치열' 느낌의 뜨거운 액션과 서스펜스에 더 가깝다 할 수 있겠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추격과 추격이 겹쳐졌다는 점에서 긴박감은 더해진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의 연출이 진부하지 않고 신선했다. 개봉 전부터 스타일리시한 영화라는 타이틀로 자부심을 갖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액션은 리얼했고 캐릭터의 색깔은 뚜렷했다. 무엇보다 '스톱모션' 기법을 차용해 프레임을 나누어 촬영한 것은 마치 컷을 나눈 만화를 연결해 보는 것 같은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태국 현지 배우들의 열연으로 정점을 찍은 리얼함은 감각적인 연기와 액션, 인간의 본능을 표현한 각본 안에서 언어의 장벽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해외 로케이션은 자칫 잘못하면 단순히 멋들어진 '배경'으로만 쓰인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도박에 가깝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감행한 한국, 일본, 태국을 넘나드는 촬영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자부한다. 특히나 극중 인물인 '인남'이 세 가지 배경에 따라 각각 다른 색채와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가 압권이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 배우가 연기한 '인남'은 고독한 암살자와 같다. 흔한 캐릭터 같지만 '추격자' 레이와의 갈등으로 인해 한층 더 다양한 감정을 마주하게 하고 여타의 캐릭터들과 차별화되는 그의 '인간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장소에 따라 그를 다르게 추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어둠' 그 자체인 인남을, 한국에서는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인남을, 태국에서는 두 가지가 마구 뒤섞인 인남을 만나볼 수 있다.

이정재 배우가 맡은 '레이'는 폭발적으로 관객의 발등에 불을 떨어뜨리며 하나의 기폭 장치 같은 역할처럼 보인다. 몸 위로 가득한 문신에 쨍한 화이트 톤의 의상까지 가장 '캐릭터'로서의 이미지가 뚜렷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남을 쫓겠다는 직선적인 목적까지 합쳐져 만화 속 인물을 보는 것처럼 악역임에도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정재 배우 특유의 깊고 거친 목소리는 '레이'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두 배, 세 배로 살렸다. 슬림 하고 가벼운 움직임이 캐릭터의 '무자비함'과 '잔인함'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박정민 배우의 유이 캐릭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그가 있기에 영화가 적정선을 유지하고 중화된다는 느낌이다. 영화 '오피스' 이후 두 번째인 홍원찬 감독과 박정민 배우의 호흡은 관객들에게 진부하지 않고 독특한 전율을 안겨주는 듯했다. 감독과 새로운 연기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의 만남은 그 자체로 참신하다. 강렬한 추격전 사이에서 박정민의 역할은 이 영화에 빠져서는 안 될 관전 포인트다.

영화 '박열'에서 명품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최희서 배우와, 낯설지만 인상적인 마스크를 가지고 있는 아역배우 박소이도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우리에게 다른 작품들로 익숙한 오대환과 박명훈 배우도 꼭 필요한 '조연'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관객은 자연스레 '인남'의 시선에서 이 영화를 쫓아가게 될 것이다. 인남은 분명 보통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영화 시작부터 '암살자'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키고 구하겠다는 처절함이 더해지면서 그 인물은 입체적으로 변모한다. 극의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암살자 인남을 응원하는 마음이 커지기도 했는데 이는 황정민 배우의 과묵하지만 진심이 담긴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눈에 살기가 없는 암살자 황정민과 눈빛에 살기가 가득한 추격자 이정재의 만남. 둘 다 '피'를 보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들이 존재하기에 그 차이를 구경하는 것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서 둘의 눈빛은 더욱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태국에서의 액션 신에서는 묘하게 흙빛인 화면과 겹쳐져 서부 영화의 마지막 결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 사진 /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제목은 그 문장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신기한 매력을 가진 듯하다. 실제 주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에서 착안했다는 이 작품은 휘몰아치는 스토리 속에 관객들이 고민해볼 수 있는 지점을 분명히 남겨놓는다. 흔히들 말하는 '죄'와 '벌', 그리고 '어둠'과 '악'이라는 다소 무거운 단어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홍원찬 감독은 이 영화를 '어둠의 세계에 존재하는, 원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다른 사람을 구하게 되면서 본인도 구원받는 이야기'라고 정의해 주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살인'이라는 악행을 거침없이 범하는 주인공들이 결국 그 죄에서 대가 없이 벗어날 수는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영화가 재미있다'라는 것은 관람하는 입장에서 최고의 극찬이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는 상업영화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오락성과 흥미진진함이 모두 들어있다. 빽빽하게 구성된 각본은 장면의 여백을 남기지 않고 관객이 스크린에서 눈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무료하고 답답한 일상을 이어나가는 관객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으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한 마디로 중간에 '휴대폰'을 들여다볼 수 없는 영화다. 이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비교적 의미심장한 제목을 가지고 승부수를 던진 이 영화는 그 구절에 어울리는 내용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여름을 책임질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8월 5일 개봉될 예정이다.

장세민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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