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통해 베이킹과 관련된 동영상들을 보면서 비슷비슷한 재료들을 넣어 특정한 공정을 거치면 아름다운 디저트가 탄생한다는 사실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영상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직접 베이킹을 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처음 시도한 베이킹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니 실망스러웠다는 표현이 맞다. 맛도 모양도 영상에서 보아왔던 그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베이킹 자체는 생각보다 더 즐거운 일이었기에 재도전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도서관에서 베이킹과 관련된 책을 빌리고 레시피들을 유의점 위주로 꼼꼼히 읽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처음 시도해 본 것이 '제누와즈'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정체는 사실 누구나 먹어봤을 빵이다. 케이크의 시트로 쓰이는 빵이 바로 '제누와즈'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당당하게 베이킹이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경험치가 쌓여있어 당시에 만들었던 제누와즈는 요즘 만드는 것에 비할 수 없이 초라했지만 내 손으로 만족스러운 베이킹을 성공시킨 것이 처음이었기에 무척이나 뿌듯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기억 때문인지 다른 빵들에 비해 만드는 빈도수가 가장 많고 애착이 가는 빵이다.

제누와즈는 이탈리아의 항구도시인 제노바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프랑스어로 케이크 시트를 의미한다고 전해진다. 제누와즈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전란을 한꺼번에 중탕하여 거품을 내는 공립법과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분류해 거품을 내는 별립법 그리고 흰자만 거품을 내서 머랭을 만들고 그 머랭에 노른자를 섞는 반별립법이 있는데 그중 가장 간편한 반별립법을 주고 사용한다.

자주 만드는 제누와즈의 경우 다음과 같은 분량의 재료들을 사용한다. 계란 세 개, 설탕 90g, 박력분 90g, 소금 1g, 식용유 22g, 우유 30g, 바닐라익스트랙 3g이 재료로 사용되는데 바닐라익스트랙이 없다면 생략해도 괜찮다.

베이킹을 시작하기에 앞서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고 박력분과 소금을 섞어서 한 번 체에 거른다. 밀가루를 채에 거르는 것은 가루가 공기를 머금어 이후 반죽에 섞을 때 수월하게 골고루 섞이게 하기 위함이다. 이때 오븐도 170℃로 미리 예열해둔다.

핸드믹서나 거품기를 이용하여 흰자만 거품을 내고 설탕은 흰자에 맥주 거품과 같은 거품이 올라왔을 때 한 번, 휘퍼가 지나간 자국이 보이기 시작할 때 한 번, 휘퍼가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보일 때 한 번 이렇게 세 번으로 나누어 넣으면 된다. 언제 설탕을 넣어야 할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면 이전에 설탕을 넣고 휘핑한지 40초 정도 지난 후에 다음 설탕을 넣어주면 된다.

계란 흰자를 거품 내어 머랭이 되면 계란 노른자를 넣고 주걱이나 거품기를 이용하여 섞어준다. 노른자가 반죽에 고르게 섞이면 체에 거르고 준비해둔 박력분과 소금을 두 번에 나누어 넣은 후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섞어준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더 체에 걸러 주는 것도 좋다. 가루가 바닥에 가라앉아있을 수 있기에 섞을 때 바닥에서 퍼올리듯 바닥 부분을 잘 확인하며 섞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식용유와 버터는 함께 섞어서 전자레인지에 20초간 돌려주거나 따뜻한 물에 중탕을 해준다. 40~60℃ 정도로 따뜻하게 데워진 혼합물에 앞에 만들어 놓은 반죽을 한 주걱 떠서 넣고 섞어준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반죽에 혼합물을 섞을 때 조금 더 수월하고 골고루 섞일 수 있다. 혼합물이 반죽에 잘 섞였다면 바닐라익스트랙을 추가해 똑같이 섞어준다.

완성된 반죽을 준비해 둔 틀에 부을 때는 15~20cm 정도 위쪽에서 반죽을 부어야 큰 기포가 정리된다. 반죽을 고르게 편 다음 팬을 바닥에 두어 번 두드려 남아있는 기포를 정리한다. 170℃의 예열된 오븐에서 50분 동안 구워주면 되는데 오븐마다 용량과 그에 따른 사양이 다르니 자신의 오븐에 맞게 온도와 시간을 수정하면 된다.

구워진 반죽을 찔러보았을 때 반죽이 묻어나지 않고 윗면이 갈색이면서 약간 거친 느낌이 나면 제누와즈가 다 익은 것이다. 만약 윗면의 색상은 갈색이 되었는데 반죽이 묻어나거나 부드럽다면 조금 더 익혀주는 편이 좋다. 반죽이 부드러운 상태에서 실온에 꺼내두면 식으면서 윗면이 덜 익은 것처럼 끈적끈적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다 구워진 제누와즈는 오븐에서 꺼내어 한 번 바닥에 떨어뜨리는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빵 속에 남아있는 수증기를 빼주고 바로 틀에서 분리해 윗면이 아래로 가게 뒤집어 식혀준다.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제누와즈는 보통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의 시트로서 사용된다. 생크림 케이크에 들어가는 빵이나 무스 케이크 밑면을 지탱하고 있는 빵과 롤케이크의 빵도 제누와즈라고 불린다.

케이크로 화려한 변신을 하는 제누와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카스텔라와 비슷한 식감과 맛이 나기에 굳이 크림을 올릴 필요 없이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먹는 것도 제누와즈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이다.

김민지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민지 기자는 직접 만든 빵을 주변에 나누고 맛을 본 이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작은 행복을 느낀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그녀의 빵 굽는 이야기.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