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이고 충분한 공급 필요, 생애주기별 주거 특성도 고려해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을까? 사진 = 뉴스1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을까? 사진 = 뉴스1

정부의 8·4 주택공급확대 정책의 주된 화두는 공공분양 아파트와 지분적립형 분양 등이 꼽힌다.

공공분양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으로 인근 아파트 시세 대비 저렴하게 분양된다. 이로 인해 분양 이후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해 일명 ‘로또 분양’으로 불리고 있으며 치열한 청약 전쟁을 야기시킨다.

이런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꺼내든 카드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다.

지분적립형 분양 방식은 신혼부부 및 30·40대 무주택 서민이 분양가의 20~40%만 지불해 일부 지분을 먼저 얻은 후 20~30년에 거쳐 분할된 나머지 지분 전체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내 집 마련 초기 자금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집주인이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 투기, 즉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20년 지분적립형 주택에 10년의 전매제한을 걸었을 경우, 10년 후 집주인이 갖는 지분은 약 62.5%가 된다. 이때 집주인이 집을 매각한다면 자신이 보유한 지분만 판매할 수 있으므로 시세의 절반이 조금 넘는 가격밖에 받지 못한다.

이 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며 파는 상황이 되므로, 온전히 모든 시세차익을 얻고 싶다면 20년 동안 거주하여 지분을 모두 취득하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분적립형 분양 방식은 거주기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매매의 빈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고 이는 곧 주택 가격의 안정화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분적립형 분양 방식이 제 역할을 할 경우 로또 분양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공급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급물량이 적으면 지속성이 없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해당 주택의 공급을 최대한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급물량이 적으면 가격 안정화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다.

둘째는 생애주기별 주거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경우 20년 이상을 한 집에 사는 것이 생애주기별 주거 특성에 맞지 않는 등 시행 이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 거주자를 위한 주택이라 하더라도 20년 또는 30년은 매우 긴 시간이기 때문에 중간에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 등이 생기면 이에 대처하기 힘들다. 이런 것까지 고려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단기 투기(로또 분양)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8년까지 서울시가 공급할 지분적립형 주택은 1만7000가구"라고 밝혔다. 업계는 "실질적으로 공급이 시작되는 시기는 대략 5년 이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다.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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