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아이들에게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해주고 싶어 집에서 함께 만두를 빚은 적이 있는데, 두 아이 모두 스스로 만든 만두를 너무나 잘 먹었다. 그 기억이 좋았는지 아이들은 무척이나 자주 또 만두를 만들고 싶다고 졸라대었다. 만두를 만들려면 품이 많이 들어가는 터라 여러 차례 아이들의 요청을 미루고 나서야 미안한 마음에 준비를 시작하였다.

보통은 돼지고기만 사용하지만 이번에는 냉동실에 다진 소고기가 많아 돼지고기와 같은 비율로 섞어 주었다. 삶은 당면, 부추, 당근, 으깬 두부, 숙주, 다진 파와 마늘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고기에 섞어 만두 속을 만든다. 김치를 좋아하는 큰아이를 위하여 3분의 1 정도는 다진 김치를 넣어 김치만두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신만의 만두를 빚어낸다. 솔직히 준비하고 뒷정리하는 것이 번거로워 아이들의 요구를 몇 차례 미루었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진작해줄걸 하고 금세 후회하고 말았다. 매운 것을 전혀 먹지 못하는 작은 아이를 위하여 김치만두와 고기만두를 모양으로 구분하면서 빚어내었다.

찜통에 찌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만두를 해치웠고 이날 저녁 만두는 나에게도 맛있는 와인 안주가 되어주었다.

한국에 있을 때 매년 소래포구에서 신선한 젓갈을 구입해 보내주시는 어머니 덕에 젓갈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명란젓은 활용도가 높아 우리 집 냉동실에 항상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란젓이 들어가는 요리 중 명란 크림 파스타는 아이들이 점심으로 선호하는 메뉴 중 하나이다. 스파게티 면이 삶아질 동안 소스를 준비해두면 좋다. 올리브오일에 편마늘을 볶다가 크림과 우유를 넣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고 명란젓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금 간은 세게 하지 않는 것 좋다. 적당히 삶아진 면과 어린 시금치(Baby Spinach) 그리고 적당량의 명란젓을 넣어 완성한다.

크림의 고소함과 명란젓의 조화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앞서 소개한 만두와는 다르게 재료 준비만 되면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멋진 요리이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