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도 어지간한 한국 음식을 대부분 구할 수 있다. 거의 냉동된 상태이고 수입품이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타국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큰 메리트이다.

그러한 음식 중 하나가 순대인데 메가마트라는 한인마트에서는 한국에서 보던 방식으로 큰 찜통에 순대를 쪄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차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순대 때문에 오가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냉동 순대로 만족하는 편이다.

학창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친구들과 함께 갔던 순대촌의 순대볶음이 그리워졌다. 미리 사서 냉동실에 보관해 둔 순대를 해동하고 양파, 당근, 양배추, 대파, 떡, 깻잎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팬에 식용유와 들기름을 1:1 비율로 넣고 대파와 순대를 볶아준다. 어느 정도 익어가면 깻잎을 제외한 남은 야채들과 함께 설탕 반 스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야채들을 익힌다. 마지막으로 들깨가루와 깻잎을 넣어주면 고소한 백순대 볶음이 완성된다.

고추장에 식초, 설탕, 사이다를 넣어 초고추장을 만든 후 된장, 들깨가루, 다진 마늘, 들기름을 넣고 물로 농도를 조절하여 찍어 먹는 양념소스를 만든다. 이 찍어 먹는 소스가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제대로 한다.

며칠 전 SNS를 통해 한국의 순댓국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당장이라도 한인 식당에 가서 포장해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순댓국 하나 먹자고 먼 거리의 한인 식당을 방문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라 또 포기를 하고 만다.

냉동실에 남은 순대와 사골국물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고 냉장고 야채 칸을 살펴보니 얼마 전 장을 보아 온 부추도 있다. 계획에 없던 홈메이드 순댓국을 위해 뚝배기를 꺼내고 사골국물을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사골국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순대를 넣고 새우젓으로 부족한 간을 더한다. 여기에 부추, 대파, 고추, 후춧가루를 넣으니 너무나 쉽게 순댓국이 완성되었다.

고춧가루, 새우젓, 다진 청양고추, 다진 마늘, 후춧가루, 생강가루를 넣고 다진 양념도 만들고, 적당한 길이로 자른 부추와 양파에 간장, 액젓,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어 무쳐둔다. 부추무침과 깍두기 그리고 소주를 곁들여 내어진 한 상이 차려졌다. 식당에서 먹는 맛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오가는 시간을 보상하기에는 충분히 맛있는 나만의 순댓국이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도시락 메뉴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김밥이지만 단무지의 강한 향 때문에 우리 집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때문에 자주 김밥을 싸주는 편은 아니다. 8월 개학 후 처음으로 싸 본 김밥과 다진 소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하여 흰쌀밥 사이에 넣은 꽃게 주먹밥, 치킨 너겟 등을 이번 주 도시락 메뉴로 준비하며 한국을 향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본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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