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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리포트] 하나 둘 꺼내 놓는 '히든카드'…격동의 프로세서 시장

발행일시 : 2020-09-15 00:00

인텔이 이달 초 고객사를 내세우며 11세대 프로세서 '타이거레이크'를 공개했다. 삼성과 LG 등 인텔 프로세서를 주로 채택해왔던 국내 PC브랜드도 이에 맞춰 곧 신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인텔이 경쟁사 AMD에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AMD 최신 프로세서인 '라이젠 4000 시리즈'(르누아르)의 인기도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이다. 인텔 자존심이 회복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처럼 x86 칩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퀄컴과 애플의 ARM 기반 차세대 프로세서도 곧 세상에 나올 준비가 끝나가고 있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반전 꾀하는 인텔과 지켜보는 AMD

인텔은 타이거레이크를 통해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AMD에 밀리고 있는 PC용 프로세서 시장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분주하다. 150여개 고객사를 내세우며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한동안 경쟁사의 강한 상승세를 억누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만 보더라도 AMD에 CPU 시장 점유율을 점차 빼앗기는 모습이다.

AMD와 인텔 CPU 전체 시장점유율 추이 [출처=패스마크] <AMD와 인텔 CPU 전체 시장점유율 추이 [출처=패스마크]>

올해 2분기 들어 인텔은 7나노 미세공정 도입이 올해 안으로 불가능함을 콘퍼런스콜 Q&A에서 인정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대만 공상시보를 통해 TSMC에 6나노 칩 생산 위탁을 맡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물론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타이거레이크는 어수선한 시장 분위기에서 출시된 만큼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카드다. 일단 아키텍처를 완전히 재설계해 스펙터와 멜트다운 보안 문제를 해결했고, 최신 제품이라 성능은 2분기 출시된 AMD 르누아르보다 싱글코어에서 높다는 평가다. 특히 내장 그래픽에서는 경쟁모델 라이젠7 대비 30%가량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거레이크 [사진=인텔] <타이거레이크 [사진=인텔]>

타이거레이크는 인텔의 10나노 공정 슈퍼핀 기술로 탄생했으며, 인텔의 새로운 주요 경험 지표(KEI)인 '프로젝트 아테나 2.0' 지원을 위해 개발됐다. DDR4, LPDDR4x 등 다양한 메모리 기술을 지원하고, CPU는 전작 대비 20% 성능이 향상됐다. GPU도 새로운 저전력(LP) Xe 그래픽 아키텍처 기반으로 그래픽은 두 배, 인공지능(AI) 연산은 5배 강화됐다. 와이파이6는 물론 USB4 상위호환 기술인 썬더볼트4까지 새로 적용됐다.

인텔 기술은 전작 대비 강화된 성능과 확장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전만큼 인기를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경쟁사 AMD 대비 강력한 성능이 인텔의 경쟁력이었지만 올해 들어 차별성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MD는 오래 전부터 차기작인 '라이젠 5000 시리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스크톱용은 올해 연말에, 노트북용(세잔느)은 내년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AMD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데이 2020'에서 발표된 CPU 로드맵에 따르면, 곧 젠3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출하를 앞두고 있다. [출처=AMD] <'AMD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데이 2020'에서 발표된 CPU 로드맵에 따르면, 곧 젠3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출하를 앞두고 있다. [출처=AMD]>

타이거레이크와 격돌이 예상되는 라이젠 5000은 젠3 아키텍처를 바탕에 둔 7나노 기반 프로세서다. 그러나 최근 유출되는 로드맵에 의하면 젠3가 7나노가 아니라 5나노 공정일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또 RDNA2에 이어 차세대 RDNA3 아키텍처까지 지원해 훨씬 개선된 NAVI 그래픽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안으로는 서버용 CPU로 3세대 에픽 '밀란'도 출시할 계획이다.

빠른 기술 혁신은 AMD가 팹리스라서 가능하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2009년에 제조 설비를 모두 매각한 AMD는 이후 TSMC와 협업하며 라이젠 시리즈를 선보일 수 있었고, 인텔과 기술격차도 빠르게 좁힐 수 있었다. 결국 올해 들어 인텔과 동급이 됐는데, 가격은 여전히 인텔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IDM이 쇠락하고 반도체 제조와 설계의 분리가 뚜렷해지는 이런 흐름은 꼭 인텔과 AMD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지금도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구글, IBM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팹리스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중이다. TSMC,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 등 파운드리 업계의 전반적인 성장도 기대된다.

◇저변 넓혀가는 ARM 노트북

인텔과 AMD가 x86 생태계에서 경쟁하는 동안 ARM 생태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넘어 노트북까지 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퀄컴이 IFA 2020에서 발표한 2세대 스냅드래곤 8cx 5G 컴퓨트 플랫폼 [사진=퀄컴] <지난 4일 퀄컴이 IFA 2020에서 발표한 2세대 스냅드래곤 8cx 5G 컴퓨트 플랫폼 [사진=퀄컴]>

여기에 먼저 진입을 시도한 곳은 퀄컴으로, 지난해 12월 퀄컴 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 3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4일 2세대 제품인 '스냅드래곤 8cx 5G'를 발표했다. 이를 채택한 PC 브랜드로 에이서가 새로 합류하면서 ARM PC 생태계는 점차 늘어가는 모습이다. 신제품은 올해 급증하고 있는 비대면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얼굴 인식 인공지능(AI)이 향상돼 생체인증 및 화상 채팅에 필요한 시선 처리와 아바타 표현을 개선했다. 원활한 화상 채팅을 위해 '에코 제거 및 잡음 억제(ECNS)' 기술을 적용했으며, 최대 4K HDR과 3200만 화소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을 지원하고 있다. 성능 역시 경쟁 솔루션 대비 시스템 전반에 걸쳐 50% 이상 더 향상된 성능과 배터리 수명을 제공한다.

퀄컴이 아니더라도 자체 ARM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추진하는 애플도 주목된다. 애플은 WWDC 2020에서 향후 2년 안에 맥(Mac) 프로세서 전부를 인텔에서 자사 ARM 칩으로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다만 퀄컴과 달리 애플은 5G 또는 LTE 모뎀을 SoC 구성요소에서 제외했다.

WWDC 2020에서 공개된 맥 A프로세서 시스템온칩 구성요소들. LTE·5G 이동통신 모뎀 모듈은 빠져 있다. [사진=애플] <WWDC 2020에서 공개된 맥 A프로세서 시스템온칩 구성요소들. LTE·5G 이동통신 모뎀 모듈은 빠져 있다. [사진=애플]>

애플은 퀄컴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9년에 인텔 모뎀사업부 인수를 완료한 이후 자체 5G 모뎀을 개발해왔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애플이 퀄컴과 소송을 중단하고 오는 2024년까지 퀄컴의 5G 모뎀을 자사 신형 아이폰에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연히 5G 맥도 출시되려면 한참 남았다고 볼 수 있다.

5G에 의존하지 않는 애플 ARM 기반 맥이 기존 PC 이용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윈도를 비롯한 PC OS와 앱은 대부분 x86에 맞춰져 있고, 이를 ARM용으로 변환하는 리컴파일이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다만 현존하는 수많은 애플 팬덤을 고려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을 한 데 묶으려는 이 같은 애플 생태계 완성이 결코 무의미하진 않을 듯하다.

◇통신과 만난 반도체, 하나되는 거대 생태계

물론 x86 업계는 변화에 회의적이다. 리사 수 AMD CEO는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난 아직도 ARM은 x86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성능을 제공하는지,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여전히 PC와 서버 프로세서 시장 모두 x86이 지배적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x86 주 무대가 언젠가 PC에서 서버로 이동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최근 ARM 생태계의 PC 진입도 올해 급증한 원격근무·교육 등 비대면 수요 급증으로 가속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수요는 확실하게 급증하는 중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GTC 2020에서 “다음 10년 동안 데이터센터 규모의 컴퓨팅이 표준이 될 것이고 데이터센터가 근본적인 컴퓨팅 장치가 될 것이라 믿는다”면서 “이 때문에 엔비디아가 멜라녹스를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는 멜라녹스뿐만 아니라 ARM까지 400억달러에 인수한 상태다. 이는 퀄컴, 삼성, 애플, 하이실리콘(화웨이), 미디어텍 등이 AP 설계에서 엔비디아 영향력 아래 놓임을 의미해 또 다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서버 시장은 GPU의 가속 컴퓨팅 기술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와 결합하는 서버용 CPU와 D램·낸드 수요도 함께 촉발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같은 시급한 인류 프로젝트에는 현존하는 데이터센터의 자원마저 부족하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PC, 스마트폰, 콘솔 등 온갖 종류의 세계 컴퓨팅 자원을 한 데 연결해 AI를 가속하는 슈퍼컴퓨터처럼 활용하는 방안까지 과감하게 시도하는 중이다.

엔비디아에서 진행한 코로나19 방역 내용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에서 진행한 코로나19 방역 내용들 [사진=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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