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감장치 없는 배출가스 5등급 자동차용 2000cc와 2700cc 엔진이 전국 각지의 학교와 공공건물 옥상에서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초미세먼지를 내뿜고 있다. 자동차보다 초미세먼지를 200배 이상 배출하고도 아무런 규제와 검사도 없이 방치된 실정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가스 냉난방기를 설치한 건물은 1만 5000곳(5만 5000대)이며, 이중 2200여 학교에 2만6000대가 설치돼 있다.

정부는 2011년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을 통해,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학교와 공공기관에 연면적 3,000m² 이상의 건물에 전기 대신 자동차 엔진을 사용하는 가스 냉난방기(GHP)설비를 의무화했다. 2013년부터는 대상을 1000m²까지 확대하며 설치비와 요금할인 혜택까지 지원했다.

2,200개 학교에 설치돼 차량 엔진으로 가동하는 가스냉난방기(GHP)
2,200개 학교에 설치돼 차량 엔진으로 가동하는 가스냉난방기(GHP)

►자동차시민연합 수도권 4개 지역 측정, 초미세먼지 연간 215배나 배출

자동차시민연합은 2020년 8월 말에서 9월 중순, 서울 마포구, 중랑구, 서초구 및 경기 파주 등 4개 지역에서 측정을 했다. 일반 에어컨은 전기를 사용하지만 GHP는 도시가스로 차량용 엔진을 구동하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배출가스 3대 대기오염물질인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메탄(CH4)을 측정했다. 종합한 평균치는 일산화탄소(CO) 607ppm, 메탄(CH4) 491ppm, 질소산화물(NOx) 602ppm이 배출됐다. 자동차와 비교하면, 연간 배출량은 평균 64배, 시간당 15배, 대기 중에서 초미세먼지로 전환되는 질소산화물은 연간 215배나 배출(’13년 이후 가스 소형승용차 기준)됐다.

배출가스를 측정한 날 외기 온도는 평균 영상 25℃ 수준으로 낮아 GHP 엔진의 냉방 부하가 낮은 상태로 작동해 유해 배출가스가 적게 배출됐지만, 외기 온도가 높거나(영상 30℃ 이상) 낮은 경우(영하)에는 GHP의 냉난방 부하가 높아 엔진이 고부하로 작동하므로 유해 배출가스는 더욱 증가한다.

►학교, 수백 대 차량 초미세먼지 뿜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옥상에는 냉방을 위해 배기량 2000cc급 차량용 엔진이 돌아가고 있었다. 초미세먼지는 곧바로 ‘매우 나쁨’ 수준으로 올라갔고. 측정 1시간 만에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로 분류되는 질소산화물은 최대 230ppm,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인 메탄은 1400ppm까지 올라갔다. 0.01g/km 또는 10ppm 안팎인 자동차 배출가스와 비교하면 적게는 20배, 많게는 100배 이상이다.

특히 전국 2219개 초중고교에서 2만6000 대가 설치돼, 한 대에서만 자동차의 수백 배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지만, 저감장치도 없고 규제도 없다.

학교보건법 시행령에는 학교 출입문부터 50m 구간은 절대정화구역이다. 가스 냉난방기를 작동하면 질소산화물이나 메탄 같은 대기 오염물질이 나오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건강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자동차업체가 저감장치 성능을 시험한 결과, 미부착 시 질소산화물은 무려 810배, 탄화수소는 26배 더 배출됐다.

►정부, 적극적인 정책 마련 필요

정부는 현재 일산화탄소만 2800pp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나 환경부는 가스 냉난방기 도입 이후 현재까지 배출가스 문제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를 개선 보완하기 위해 조속히 신차에 따르는 성능과 배출가스저감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대표는 “도로에서 노후차 운행 규제도 중요하지만, 학교 옥상의 배출가스 5등급 수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인 판단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향후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의 규제를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팀 onnews2@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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