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해도 원하는 장소에 택시를 부르기 위해선 콜택시를 사용해야 했다. 전화를 걸고, 배차 여부를 문자로 안내받고, 기사에게 통화로 위치를 설명하고. 마냥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릴 필요는 없지만 번거롭고 불편하다 보니 수요가 높진 않다. 하지만 2015년 카카오택시가 등장한 이후 사용 방식은 달라졌다. 길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필요도 없고, 내 위치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택시앱으로 배차 요청만 하면 끝이다. 요금 결제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처리된다.

카카오택시는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주차 기능을 추가해 카카오T로 이름을 바꿔 서비스 중이다. 월 1000만명의 이용자 수를 자랑할 만큼 국내 독보적인 택시앱이다. 최근에는 여러 택시 호출앱이 등장했다. 카카오택시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앱에 따라서 더 유용한 점도 있다.

◇티머니가 함께하는 '온다택시(onda)'

지난해 6월 서울시는 공공 택시호출앱 '에스택시(S-Taxi)'를 한 달간 시범 운영했다. 에스택시 승객이 배차를 요청하면 주변에 빈 택시를 호출해 강제 배차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카카오택시는 승객 목적지가 기사에게 공개된다. 그러다 보니 택시 기시가 단거리 승객의 호출엔 응답을 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응답속도가 느리고 위치검색 기능이 떨어지는 등 시범 운영기간에 서비스가 불안정했다. 승객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서울시가 강제 배차 수단 중 하나로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면서 업계 반발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결국 운영 시기와 과태료 여부, 서비스 개선 등을 민간에 넘기기로 했다. 에스택시의 시범 운행 종료 후 5개월여 만에 등장한 앱이 티머니 '온다택시(onda)'다. 티머니와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이 함께 만든 서비스다.

온다택시는 '승차거부 없는 착한 택시'를 표방하고 있다. 승객 목적지를 택시기사가 알지 못하고, 배차는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하기 때문에 골라 태우기를 할 수 없다. 앱에서 택시를 부르면 1㎞ 이내 택시가 자동 배차된다. 택시기사는 승객이 차량에 탑승하고 나서야 목적지를 알 수 있다. 최근 티머니는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티오21콤즈와 손잡고 온다택시 내부에 승객용 단말기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수석 뒷면 상단에 승객용 단말기를 설치하고 요금과 이동경로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초반 4000대로 시작했던 온다택시 수는 1만여대로 늘었다.

◇마카롱택시

KST모빌리티는 가맹택시 마카롱택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마카롱택시는 8월 가맹택시 계약대수 1만대를 돌파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공격적인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마카롱택시 차별화는 서비스 품질이다. 친절하고, 청결하며,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꿈꾼다. 이를 위해 택시기사 운영 방식부터 다르다. 마카롱택시에선 기사님이 아닌 '쇼퍼'라고 부르는데, 쇼퍼(Chauffer)는 영국에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라이버를 뜻한다. 마카롱쇼퍼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다양한 전문 서비스 교육을 실시해 고객 응대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자 한다.

마카롱택시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마카롱 펫 택시'와 자전거 사용자를 위한 '자전거를 품은 택시', 노약자를 위한 '병원 동행 서비스' 등 수요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동하는 부모들을 위해 영유아 카시트 장착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친환경 택시 이동서비스 '마카롱 에코',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 '마카롱S', 업무택시 서비스 '마카롱 비즈' 등을 출시해 다양한 이동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반반택시

반반택시는 스타트업 코나투스가 출시한 서비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유일의 동승호출 옵션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초기 반반택시는 서울 강남과 서초 등 6개 권역(12개 구), 시간대는 심야(오후 10시~오전 4시)로 제한됐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총 12시간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동승호출은 1㎞ 이내에 있는 다른 승객 중 이동구간이 70% 이상 겹칠 경우 매칭이 이뤄진다. 택시기사는 동승객을 태울 때 3000~5000원의 콜비를 인센티브로 지급받는다.

코나투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반반택시 이용승객 상위 10%의 평균 할인 요금은 4만 4000원이다. 택시기사 상위 10%의 추가수익도 월평균 6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반반택시 누적 승객 회원은 12만명, 기사회원은 1만4000여명이다. 코나투스는 최근 가맹택시인 '반반택시 그린'에 대한 신규 면허증을 발급받았다. 전주를 시작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2000여대 전용차량을 운행할 계획이다.

◇고요한택시

고요한택시는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운행하는 택시서비스로 사회적 기업 코엑터스가 운영하고 있다. 2018년 6월 경주를 시작으로 서울, 남양주, 경주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승객과 기사 사이의 모든 소통은 조수석 뒤에 달린 태블릿PC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사용되는 앱이 코엑터스가 개발한 '고요한'이다. 승객의 말을 텍스트로 변환해 기사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주요 기능이며, 하차 요청과 결제방법 요청 등 자주 쓰는 말들은 간편한 버튼으로 만들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목적지 설정부터 하차 요청까지 택시 안에서의 모든 의사소통이 '고요한' 앱을 통해 이루어진다.

청각장애인의 고용 창출 효과는 물론 승객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대화 없이 이동할 수 있어 호평을 얻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고요한택시의 규모는 청각장애인 기사 16명이 10대의 차량을 운행하는 수준에 그친다. 코엑터스는 차량을 100대 수준으로 늘리고 고용 규모 역시 확대할 예정이다.

◇티맵택시

SK텔레콤은 카카오택시 출시 직후인 2015년 4월 티맵택시를 선보인 후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시일이 카카오보다 한 달 정도 늦었을 뿐인데 티맵택시의 이용자 수는 월 평균 100만명으로 카카오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지금까지 티맵택시는 티맵내비게이션을 사용해 소요시간과 예상 요금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외엔 카카오택시와 큰 차별점이 없다.

최근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티맵모빌리티 분사와 우버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는 택시를 비롯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데 묶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형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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