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12부, 톱텍 전 대표 A씨 등 관계자 9명 모두 무죄 판결
"설비 기술개발에 톱텍 제안한 부분 있고, 검찰 증거만으론 위법 아냐"
"비밀유지 준수,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술의 경우 누출 대상 아냐"

톱텍 구미본사 전경.
톱텍 구미본사 전경.

중견 장비업체인 톱텍이 2년여간 진행된 핵심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혐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는 21일 열린 선거공판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엣지 패널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톱텍의 전 대표 등 관계자 9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양벌 규정으로 함께 기소됐던 톱텍 등 업체 2곳도 무죄가 선고됐다.

톱텍 전 대표 A씨 등 관계자들은 2018년 4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플렉서블 OLED 엣지 패널 3D 래미네이션 장비 제작에 대한 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의 산업기술을 자신들이 설립한 B업체에 유출하고, 이를 중국 업체에게도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같은 해 5~8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유출한 기술로 제작한 3D 래미네이션 제조장비 24대를 B업체에서 제작해 16대를 중국 업체에 수출하고 8대를 수출하려 한 혐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톱텍의 A씨 등이 중국 업체로부터 155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2018년 11월 산업기술 보호 및 유출 방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서 영업비밀로 특정된 정부는 이미 특허로 공개됐거나 동종 업계에 알려져 있었고, 관련 장비의 제조에 있어 톱텍이 개발 제안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또한 검찰이 제시한 증거로는 톱텍이 설령 이 정보를 이용해 3D 래미네이션 장비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업체간 비밀유지 계약과 관련해서도 톱텍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톱텍 간 맺은 비밀유지 계약에 따른 비밀유지 준수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술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공동으로 개발에 참여해 만들어진 기술의 경우 비밀 누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법원이 휴대폰의 모서리 끝부분을 휘어지도록 설계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필요한 톱텍의 설비 장비 기술을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대중소 기업간 공동개발이나 협업 등에 있어 기술의 소유와 이에 대한 권리(지분) 싸움에서 상당한 변화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포괄적으로 봐왔던 비밀유지 계약과 관련한 부분도 개발 과정에 함께 관여해 만들어진 경우 비밀 누출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부분도 주목된다. 이 역시 대중소 협업 관행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평가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1심이고, 검찰의 항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확정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두고봐야 한다”면서도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인정됐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낙영 기자 nyseo6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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