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트렌드 다양화... 참신한 아이디어 실행노력 중요
기업·지원기관·소셜벤처 등 지속협력 하면 '일석다조' 효과
ESG 지향점도 기업리스크 넘어 사회문제 해결도 고민해야

ESG와 사회적 가치의 공통 영역은 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다르다. ESG의 지향점은 기업 리스크 감소이고, 사회적 가치의 지향점은 사회문제 해결과 공익에 있다는 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성장 지향의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부의 양극화 문제가 심해지면서 북유럽 복지국가의 분배 모델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양극화의 원인이 자유시장경제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산업구조가 급속히 글로벌화, 4차 산업혁명화 되는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복지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세금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올 국가예산 558조원 중 복지성 예산은 230조에 달한다. 해마다 10% 이상씩 증가함에도 사회문제들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동안 사회문제 해결은 정부와 민간 비영리기관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에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기술, 바이오를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하고 있고, 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변화하고 있다. CSR로 통칭되는 사회공헌활동,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결합된 CSV, ESG 경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하면 임직원들이 저소득층에 연탄이나 김장을 나누거나, 장애인 단체에 기부를 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기업 사회공헌 사업도 진화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의 사회공헌 트렌드는 결합, 협력, 금융 등의 키워드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과 정부의 협력, 기업과 중간지원기관(NGO/NPO)과의 협력, 기업 사업과 결합된 창업과 사업화 서비스(오픈 이노베이션), 다양한 사회문제의 복합적 해결(컬렉티브 임팩트), 금융을 기반으로 소셜미션 기업에 대한 임팩트 투자, 글로벌 협력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형태 중 필자가 실제 컨설팅했던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대기업과 소셜미션을 가진 벤처 B사가 사업적으로 결합한 모델이다.

B사의 미션은 에너지 빈곤계층인 독거노인의 난방을 실내 텐트로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든 B2C(기업이 고객에 직접 상품을 파는)사업 모델이 1+1, 즉 고객이 실내텐트 하나를 구입하면 1개를 독거노인에 기부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B사는 정직하게 고품질 자재를 사용하고 국내 생산을 고수하다 보니 납품가격이 높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필자는 코칭을 하면서 대표의 진정성에 감동받아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우선 시장 타깃을 재조준했다. 저가 B2C 실내텐트 시장에서 프리미엄 고기능, 고품질 B2B(기업이 다른 기업에 상품을 파는) 시장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 실내 텐트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의 숨은 니즈를 파악했다. 색상과 디자인을 바꾸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온도, 습도, 차광을 최적으로 유지하도록 제품 성능을 개선했다. 또한 제품의 핵심 고객은 글로벌 체인망을 가진 특급호텔로 설정했다.

호텔에서는 B사 실내텐트 품질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가족, 연인을 위한 아늑한 실내 텐트가 설치된 특별 숙박 패키지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면서 객실 점유율을 높였다.

이를 발판으로 고급호텔의 글로벌 체인과도 결합해 해외로 진출했다. 회사의 기부사업이 순항하면서 1+1 방식에서 1+2(1개를 팔면 2개를 지원)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모델에서 창출된 사회적 가치는 매우 높다. 에너지 빈곤가구에 대한 복지지원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성장, 친환경 제품을 통한 환경문제 해결 등이 결실이다.

대기업이 소셜벤처기업을 위한 액셀러레이팅(급속한 성장을 도와주는 일)을 통한 국내외 판로지원 등의 협력을 확대한다면 한정된 복지예산으로 한계에 부딪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가치 증가에서 혁신은 반드시 IT나 기술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은 아이디어나 새로운 방법을 실행하고, 그 변화가 확산되는 것이 중요한 요소다.

ESG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ESG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미션과 전략을 재조정 하는 작업 만큼 사회적 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사회공헌에서도 혁신이 중요한 시기다.

** 이종익은 2012년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사회투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의 사회혁신 조직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 액셀러레이팅,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박상대 기자 kevi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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