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측근 채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국마사회 내부 진통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노조는 "김우남 회장이 인사조치로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측은 '보복인사가 아니라 수평 전보 인사'라고 반박했다.

►한국마사회 노조, "김우남 회장, 사건 피해자들 부당 전보하는 2차가해"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26일 "부정 채용 강요 피의자 김우남 회장이 인적 쇄신을 빌미로 사건 피해자들을 부당 전보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경기남부경찰청 감력범죄수사대는 인사담당 간부에게 수차례 욕설과 폭언을 하면서 측근의 비서실장 채용을 강요한 혐의(강요미수 및 업무방해)에 대해 김 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이틀 뒤인 26일 김 회장이 인적 쇄신을 이유로 사건 피해자인 인사 담당 직원 2명을 과천 본사의 해외사업처, 발매총괄부로 각각 전보 조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국민권익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고, 타 부서 전보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는데도 전보 조처한 것은 2차 가해"라고 호소한 것으로 노조측은 전했다.

26일 오후에는 측근의 비서실장 채용을 반대한 마사회 부회장의 보직을 해임하는 등 임원 인사까지 단행했다. 피해자들의 부당전보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상임감사 결재를 누락하고, 발령 시행일자가 바뀌는 등 내규 위반의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회사측, "보복성 인사 아닌 수평 전보 인사"

회사측은 27일 노조의 '김우남 마사회장 보복성 인사발령' 주장에 대해 즉각 이를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회사측은 김우남 회장은 취임 때부터 인사쇄신을 통한 조직혁신의 의지를 천명했으며, 지난 24일 비상 간부회의에서도 기관 경영평가 E등급에 따른 경영개선안 마련, 7월 이후 경마정상화 등 산적한 당면현안을 위해 임원진을 비롯한 간부직원의 인사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회장-인사처장-인사부장으로 이어지는 인사라인은 회장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한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 자리임에도 2차 가해(회장에게 보고된 적 없음)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원활한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7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고객입장 재개에 대비한 주5일 근무체계로 전환, 신입사원 채용,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체결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비대면이나 실무급 직원들의 보고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해 신분상, 경제적 불이익이 없는 수평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아울러 회장의 인사지시에도 부회장 이하 인사라인이 조직적으로 지시거부를 하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인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2차 가해(보복성 인사)' 주장과 관련, 회사측은 인사처장을 해외사업처장으로, 인사부장을 발매총괄부장으로 보직을 변경한 것은 동일 사업장 내 동일직위를 부여한 것으로 급여의 손실 등 불이익이 없는 수평이동으로 노무사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고 시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회장 직위 미부여' 주장과 관련, 회사측은 ‘20년도 기관 경영평가에서 마사회가 공기업 중 최하위이자 유일하게 E등급을 받아 회장이 해임되는 상황에 직면케 했기에 당시 회장을 보좌했던 책임을 물어 보직을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 갈등 봉합하고 돌파구 찾아야

갈수록 골이 깊어가는 한국마사회 내홍을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경주가 중단되면서 엄청난 적자가 누적되는 위기상황에서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고 위기 타개를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뭉쳐도 시원찮은 마당에 내부 싸움이나 하고 있는 상황이 볼썽 사납다"면서 "쉽지만은 않겠지만, 위기상황을 돌파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성률 기자 nasy23@nextdaily.co.kr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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