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찰이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를 진행, 표적수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사단법인 오픈넷이 12월 15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는 한-EU FTA 위반이자 인터넷의 기본 철학에 반한다는 견해를 밝혀 관심이 쏠린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정보통신망상 콘텐츠를 상시 모니터링 하도록 하는 것은 사적 검열을 강화하게 하는 일이자, 인터넷의 기본 철학인 ‘자유로운 정보유통과 공유’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2월 10일 경찰은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를 소환,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17조 제1항 위반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카카오의 대표시절 ‘카카오그룹’ 서비스의 비공개 게시물에서 아동 청소년 음란물이 유포되고 있음에도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률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고 명시돼 있다.

오픈넷은 당시 경찰이 이 대표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는 점, 경찰이 이례적으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었다는 점, 유독 다음카카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점 등에서 불거진 표적수사 논란을 떠나, 이 법률이 애초에 위헌이자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법을 위반하는 게시물을 포착하고자 모든 게시물을 모니터링 하도록하기 때문이다.

▲ 사진은 다음카카오 출범 당시 이석우 대표
▲ 사진은 다음카카오 출범 당시 이석우 대표

오픈넷은 첫째로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는 한-EU FTA 위반”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일반적 감시의무를 명시적으로 면제하고 있다. 국내법적 효력을 갖는 한-EU FTA 협정문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일반적 감시의무의 면제 조항을 두고 있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부과한 아청법 제17조 제1항 역시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또 시행령의 ‘기술적 조치’란 사실상 기술적은 물론 법적으로도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오픈넷의 주장이다. 오픈넷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업로드 된 콘텐츠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고, 오로지 기술적 수단만을 통해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여부를 파악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순수한 ‘기술적 조치’가 가능하다는 사례로 언급되는 구글의 조치 또한 구글이 구축한 아동 음란물 데이터베이스(DB)에서 특징값(digital fingerprint)을 추출, 해당 특징값과 일치하는 이용자 콘텐츠를 사후에 ‘기술적 방법’으로 특정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구글 또한 음란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직원이 육안으로 아동 음란물 해당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육안 확인 없이 기술적인 방법만으로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찾아내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은 ‘배포를 목적으로 하는 소지’만 처벌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DB운영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목적을 불문하고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소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국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DB운영조차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기술적 조치란 업로드 된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라는 말이 된다. 오픈넷이 이번 수사의 취지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비공개 게시물까지 육안으로 들여다보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비공개 게시물에 대해서까지 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감청하라는 것과 다름없기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커진다.

▲ 아청법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 아청법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더 나아가 오픈넷은 “아청법 제17조 제1항 및 관련 시행령 조항은 위헌”이라고 말한다. 아청법 제17조 제1항이 ‘기술적 조치’의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은, 법 조문의 해석만으로는 어떠한 조치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명확성 원칙 또는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또 아청법 시행령에 명시된 기술적 조치는 위 내용대로 기술적, 법적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방법이므로 역시 위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 오픈넷의 설명이다.

오픈넷은 “이러한 문제는 일반적 감시의무를 통해 해결 불가능할뿐더러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로 해결되어서도 안 된다”며 “기술적 조치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공개 게시물까지 모니터링 하라는 것은 이용자를 상시적으로 감청하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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