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영화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의 원제는 “보니와 클라이드(Bonnie and Clyde)”이다. 이 영화는 1930년대 대공황 시대에 실제 활약했던 악명 높은 강도 커플, 보니 엘리자베스 파커(Bonnie Elizabeth Parker)와 클라이드 체스넛 배로(Clyde Chestnut Barrow)의 실화를 그린 영화이다. 이 둘은 강도와 살인을 저지르며 폭주를 하다가 1934년 루이지애나의 한 시골에서 잠복 대기하던 경찰들의 총격 세례, 그것도 150발 이상의 총알 세례를 받고 함께 사망했다.

이 사건과 영화의 주인공인 보니에서부터 ride-or-die chick (타거나 죽는 여자, 즉, 죽을지언정 남자와 끝까지 함께 차를 타고 달리는 여자)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이 표현은 사랑하는 상대가 사정이 좋아지지 않아서 바닥으로 추락할지라도 그 옆을 끝까지 지켜주는 여자라는 뜻으로 이젠 쓰이며, 여자에게 그런 남자가 되어줄 때에도 chick대신 man이나 husband를 서서 쓰기도 한다. 그런 여자가 혹은 남자가 되어주겠다는 마음도 그래서 이렇게 고백한다. I’ll ride or die with you라고. ‘난 죽을지언정 끝까지 당신 차를 타고 달리겠어요’라고.

사랑이 귀한 시대이다. 혼자 살기에도 벅찬 현실을 살고 있기에 연애조차 포기하는 시대이다. 돌아보면 대공황 시대 역시 살기 편했던 시대가 아니었다. 그 힘든 시대에 내일이 없다는 절망으로 그 암울한 현실에서 강도와 살인으로 폭주하며 오늘의 젊음을 모두 다 태워버렸던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의 젊음을 태워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절박하면 사람은 사랑이라도 열렬히 하건만, 우린 이미 절박하건만 왜 열렬한 사랑으로라도 오늘을 태우지 못할까 ?

가수 지드래곤의 2013년 노래 ROD는 바로 이 Ride or Die에서 따온 표현이다. 대공황에 못지 않게 암울한 이 시대에 젊은이는 과연 노래한다 – “We ride or die / 너는 Bonnie 나는 Clyde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tonight.” 미친 사랑의 노래라고 스스로 말한다.

죽을지언정 함께 차를 타고 달리는 그런 극적인 상황이 실제 벌어지길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랑은, 설사 미쳤다고 할지라도, 어찌했건 생명의 힘에 대해 말해준다. 그래서 1930년대 보니와 클라우드를 지지하고 숨겨주며 이 커플의 죽음을 애도한 이들이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뜨겁게 사랑해서라도 살고 싶었나 – 삶을 부르는 그 애틋한 몸짓이 살아있으나 죽은 것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파문을 일으킨다. 꿈꿀 필요는 있다. 그게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해주니까. 그러니까, 다시 되뇌어본다. 죽을지언정 당신 차를 타고 끝까지 달릴게요 (I’ll ride or die with you.) 생명의 힘은 이렇게 꿈꾸며 환기시킨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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