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變態) [명사] :
1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탈바꿈’으로 순화. - 네이버 국어사전

안드로이드는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구글을 중심으로 한 OHA(Open Handset Alliance:개방형 휴대전화 연맹)에서 발표한 모바일 운영체제이다. 태생부터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오픈소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그 속성이 개방적인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비교적 많은 부분이 공개되어 있고 공유되어 있다.

각 휴대폰 제조사는 공개된 체제를 가져다가 자신의 스타일로 약간씩 응용해서 기능을 만들기도 하면서 제품을 출시한다. 결과적으로는 공개와 공유의 시대에 어울리는 공통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구성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운영체제를 공유하지만 그 체제를 담아내는 기기는 다양해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도 다른 회사로 각각 휴대폰을 출시하지만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이다. 애플과 윈도우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많은 수의 회사들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휴대폰을 출시하고 있다. 그래서이겠지만 안드로이드 폰의 시장 점유율은 다른 폰들과 비교해 가장 높다.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의 자료를 보면 최근에는 80%를 넘기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시스템이라 어떤 직업에 있는 사람이든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게 됐다. 특히 디자이너라면 그 안에 들어가는 콘텐츠든 하드웨어이든 관련 작업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특히 모바일 시대 이전부터 활동해온 디자이너라면 새로운 매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사실 그동안 알던 디자인 지식 말고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특히 종류도 너무 다양하고 변태를 거듭하는 안드로이드 폰은 특히 더 그렇다.

일단 안드로이드 폰은 기기의 종류가 너무 많다. 어느 회사에서 만든 폰이든 간에 탑재가 가능하니 당연한 결과이다. 다양하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구매자에겐 장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 등을 디자인 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환경에 맞추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실제 지난 수년간 개발관련 업계에서는 주된 이슈가 되었다. 너무 다양한 디스플레이 크기나 해상도 문제는 디자이너를 괴롭히곤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번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안드로이드 홈페이지에 가보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쉬멜로우를 받고 있는 안드로이드(로봇)이 보인다. 가장 최신의 안드로이드 OS 버전은 6.0으로 마쉬멜로우라는 애칭을 가졌다. 안드로이드는 새 버전을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애칭을 함께 발표한다. 그 애칭이 가진 이미지와 안드로이드를 결합시켜서 캐릭터를 만들기도 하고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한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이런 이름들이 정해지는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다음 버전의 OS를 지칭하는 애칭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추측하기도 하고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예측하기도 하면서 결과를 지켜본다.

애칭을 정하는 데에는 두 가지 룰이 있다. 하나는 달콤한 디저트 이름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마쉬멜로우도 캔디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불에 구워먹으면서 즐기는 과자의 종류이다. 주변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것이다 보니 안드로이드라는 기계적인 이미지가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한 전략을 쓴 모양이다. 더구나 달콤하고 맛있는 것들이다. 안드로이드가 우리의 삶을 달콤하게 만드는 착각마저 드니 말이다.

또 하나의 룰은 알파벳 순서대로 이름이 정해져 왔다는 것이다. 이 알파벳 순서로 진행되다 보니 다음에 결정될 단어의 첫 글자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최소한 Z가 돼서 그 순서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래서 안드로이드의 애칭(사실은 코드 네임이다)을 시기별로 늘어놓으면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된 디저트의 행렬이 된다.

2007년 11월에 발표한 베타버전에서 시작한 안드로이드 OS는 처음에 배포된 이후로 꾸준히 업데이트를 한다. 공식적인 코드네임으로 정리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의 Cupcake,즉 알파벳 C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앞에는 공식적이기 보다는 베타버전 형식이 더 강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이름은 없고, 나중에 알파벳 순서에 궤를 맞추려 알파, 베타 혹은 애플파이, 바나나 브레드 등의 명칭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Astro boy를 내부적으로 첫 버전에 부르다가 상표권 문제 때문에 디저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컵케이크 이후로는 디저트 이름이 정착이 되어 지금까지 다양한 맛있는 제품들로 이어져 왔다. 그 덕분에 안드로이드가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 점이 대중에게 흥미있는 요소로 작용돼 각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디저트 중에 어떤 것이 이름이 될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기능은 무엇일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www를 치고 찾아가는 웹사이트, 예를 들면 www.apple.com이나 www.android.com 처럼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와 더불어 개발자들이 이용하는 웹페이지는 주로 앞에 developer를 붙이고 들어갈 수 있다. www.android.com 대신에 developer.android.com를 치고 들어가 보면 개발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나 팁을 찾아볼 수도 있고, SDK를 제공하거나 공부할 수 있어서 개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있다. 디자인에 대한 원칙이나 정보, 혹은 방법도 제공이 되어서 관련 개발을 하는 사람이라면 살펴봐야 하는 곳이다.

이미 누가로 발표되었지만 N버전에 대한 개발과 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이었을 때는 누가(Nougat:아이스크림바인 누가바를 연상하면 알 것이다), 누텔라(Nutella:초콜렛과 헤이즐넛이 들어간 이탈리아 스프레드)와 Nan Khatai(인도식 버터로 계란없이 만든 전통 과자)등이 회자 됐었다.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많은 유저들이 나름대로 예측을 하면서 기대를 했고 예측 이미지들이 웹상에 돌아다녔다.

구글의 CEO인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는 인도 델리 대학교에서 지난 12월 있었던 토론에서 관련된 질문에 애칭을 정하기 위한 투표를 진행할 생각을 얘기하기도 하고, 인도식 과자를 이름짓기 위해 인도인이 투표를 많이 하면 어떻겠냐고 얘기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애칭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눈여겨 볼 것은 제품을 하나 출시하고 그 이름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유의 행위들이다. 정보와 기술을 쥔 자가 권력을 가지고 권위를 갖던 시대를 우리는 분명히 거쳐 왔다.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인식과 그 기술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퍼지게 되었다.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역사의 결과겠지만 지금 첨단 기술을 표방하는 곳에서 점차 이런 공유가 확산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특성은 바로 이 부분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는 그 종류도 다양한 곳에 이식되어 이용되고, 그 개발의 과정도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변화하고, 사용자의 피드백도 반영해야하고, 그러다보니 자주 변신한다. 변신을 거듭한 결과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시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자꾸 변화되어 가니 점점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변화, 즉 발전이 된다.

반면 이 계속되는 변화는 곧 너무나 많은 다양성으로 굳어버린다. 세상은 다양한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주는 약점도 많다. 안드로이드는 그 기기들 뿐만 아니라 OS도 다양성을 갖는다. 일종의 파편화로 사용자마다 다른 OS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폰의 경우 최신의 OS를 70%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안드로이드 내에서도 아직 킷캣과 롤리팝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상당수이고 최근 OS로 업그레이드하는 비율이 낮으니 서비스 공급이나 여러 측면에서 힘이 분산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복잡한 일이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높고 계속 장점을 키워나가는 것을 보면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에서 변태라고 하면 주로 성적인 의미의 나쁜 용어로 자주 인식되고 사용된다. 하지만 그 원래의 뜻으로만 본다면 다양한 탈바꿈을 하는 개체로 오히려 발전을 의미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가 십 년 남짓의 시간동안 계속적인 변화, 즉 업데이트를 통해서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부응해 왔고 이것을 발전적 의미의 ‘변태’라고 부르고 싶다. 안드로이드가 충분히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었고 도움을 주었다면 안드로이드의 변태는 무죄이다!

최정은 ceochoi@nextdaily.co.kr 크림콘(CreamCon)의 대표이자 넥스트데일리의 IT과학부의 모바일 전문기자이다. 한참 스마트폰 앱시장이 시작될 무렵, 앱을 공부하고 만들게 되면서 회사를 창업했다. 디자인관련 업무는그래픽 디자인부터 멀티미디어 디자인까지 모두 소화할 만큼 디자인에 자신있다. 그러나 모바일 분야에는 관심과 애정이 깊다. 모바일 관련 강의를 대학과 협회 등을 통해 하고 있으며, 모바일 시대의 디자이너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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