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께.

아빠! 우리는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해요. 우리에게 늘 최고의 것을 주시기 위해 노력하니까요. 더 좋은 집에서 살도록 늘 집을 새로 짓고,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게 좋다면서 음식을 넘치게 하시고, 다른 나라 과일도 맛볼 수 있도록 농약이 듬뿍 담긴 과일도 주셔서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나무 가구가 좋다면서 먼 나라에서 베어 온 나무로 만든 가구도 사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또 우리가 유행에 뒤쳐지지 않게 늘 새 옷을 사주시고, 휴대폰도 늘 좋은 것으로 바로바로 바꿔주셔서 저는 정말 신나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아빠는 우리에게 늘 좋은 것을 주고 싶으신가 봐요.

아빠! 그래서 우리도 커서 아빠가 되면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요. 아빠가 우리에게 하셨던 것처럼요. 아빠! 그런데요, 정말 무서운 소리를 들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점점 위험해진대요.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가 많이 안 좋아진대요. 그리고 땅에서도 자꾸 안 좋은 물질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또 우리가 맑게만 바라봤던 바다도 점점 더러워진대요. 쓰레기들을 바다에 마구 버리고 바닷 속에 무슨 귀한 물질이 있는지 마구 파헤쳐서 그렇대요. 그래서 바다에 사는 생물들 중 많은 종류가 죽어서 벌써 없어졌대요. 아빠! 우리도 나중에 아빠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데, 어떡해요?

아빠, 우린 어떻게 살아요?

작가의 말
개인의 입장은 이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는 부족하지 않게 해야 한다. 설령 남아서 버리더라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직장에서 점심 때 식사를 한 후 커피는 꼭 마셔야 한다.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이 좀 발생하면 어떤가. 남들도 다 마시는데 뭐가 문제인가. 농약이나 화학 비료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것은 다 안 해본 사람들의 입장이다. 손으로 잡초 뽑다가는 농사 못 짓는다. 토양 오염이니 수질 오염이니 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다. 당장 내가 살고 봐야지. 산이나 바다에서 쓰레기 버리는 것이 살짝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이것을 다시 가지고 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누군가 줍겠지. 이런 거 치우라고 세금 내는 거 아닌가.

기업의 입장은 이것이다. 기업의 제일의 덕목은 수익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 같은 소리는 요즘 기업 환경을 잘 몰라서 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무 운운하는 사람들이 와서 기업을 좀 경영해봤으면 좋겠다. 요즘은 잠깐 한눈 팔면 망한다.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다.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뜻은 좋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오염 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고, 또 오염 물질을 거르는 장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것이 더 낫다. 공무원들 바빠서 자주 오지도 못 한다. 요즘은 한 가지 제품으로 롱런하기는 힘들다. 휴대폰만 해도 자주 신모델을 내놓아야 한다. 자꾸 새로운 것을 탐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 하면 그저 망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휴대폰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까지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우리는 화장품 기업이다. 해양 오염을 유발하는 미세플라스틱인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제한하라고 하는데 금지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걸 만들려고 얼마나 많은 개발 비용이 투자되었는가.

지도자의 입장은 이것이다. 지도자는 늘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지도자가 되기 전에는 환경에 대한 정책을 펼치고 싶었다. 왜냐 하면 지도자는 국가의 미래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 환경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정책을 입안하고, 또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익 광고 등 꾸준한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지도자가 되고 보니 국민들은 환경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당장 먹고사는 것이 문제였다. 봄에 황사가 심할 때는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가 형성되다가도 황사가 옅어지면 국민들의 의식도 옅어지고 만다. 환경과 관련하여 어떤 제도를 만들려고 하면 관련 국민들과 기업들이 들고 일어난다. 일부 정치인들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진다.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미래 후손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물려주자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봐도 소용이 없다. 또 무슨 사건, 사고가 많은지 환경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이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 열강들의 신경이 예민한 상태이다. 그리고 각국 지도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 봐도 자기네 국가의 이익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좋은 결론이 나질 않는다. 하긴 자국 국민들의 눈치가 보이겠지. 현재가 이렇게 힘든데 미래를 어떻게 논하겠는가. 모든 게 평온한 상태에서 환경에만 신경 쓸 날이 올 수 있을까.

이런 입장들 때문에 지구의 오염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코넬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전세계 사망률 40%가 수질, 공기 그리고 토양 오염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스모그 및 다양한 화학물질로 인한 공기오염으로 매년 300만 명이 사망한다. 미국의 경우는 300만 톤의 유독물질이 환경으로 유입되어 암, 선천성 기형, 면역계 결함 및 많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 대기, 수질, 토양이 오염되면 결국에는 여러 경로를 거쳐 우리 인간에게로 오고 만다. 지난 봄에 황사와 스모그가 심할 때 시골로 피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시골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시골이 공기 좋다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슈퍼맨이 나타나서 오염의 길로 치닫는 지구를 구해줬으면 한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컨설팅과 브랜드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아행컴퍼니의 대표이자 시인이다.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