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회사 전체의 비즈니스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다. 필자의 회사인 데일리호텔의 경우도 고객이 얼마나 가입했고, 가입한 고객이 얼마나 구매를 했는지, 구매 취소는 얼마나 발생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요소들의 지표를 이용한다. 이는 회사의 서비스가 복잡해지고 일이 많아지면 모든 일의 진행 상황을 매순간 세부적으로 확인하기에 앞서 보다 빠르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지표가 만들어지면 과거-현재-미래의 연장선 상에서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기도 쉽다.

하지만, 각 부서의 운영에 관한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s)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주 적은 수의 ‘핵심’ 지표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첫 칼럼은 그 핵심 지표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전 블로그에서 '초기 페이스북에서 배우는 ‘아하 모먼트’(https://liveandventure.com/2016/09/11/ahamoment/)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핵심 문구를 인용하자면, “그(페이스북)의 팀은 온갖 실험과 측정끝에 사용자가 10일 내에(원래 알던) 친구 7명과 페이스북에서 연결되는 순간 떠나지 않고 남는다는 걸 알아냈고, 이것이 그들의 진정한 ‘아하 모먼트(A-ha moment, 깨달음의 순간)’가 되었다.”라는 내용이다. 짧은 글이지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일이고, 글을 읽다 보니 생각나는 경험이 있어서 함께 공유해본다.

2년 전 짧게 근무했던 잡플래닛 이라는 스타트업(채용 분야)에서도 “아하 모먼트”가 있었다. 회사의 공동 대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갖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 "공급자(supplier)가 많아야 소비자(consumer)가 많고, 소비자가 많아야 공급자가 많아 진다."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 문제는 O2O나 커머스 비즈니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성공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성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잡플래닛은 이미 서비스가 론칭하기 전부터 다양한 방법(온/오프라인 설문조사, 공개 정보 등)으로 기업에 관한 정보들을 확보했다. 그래서 이제 막 오픈한 서비스이지만 누가 봐도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가입되어 있고 활발하게 정보를 주고 받고 있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가진 리소스(돈/시간/사람)의 한계 때문에 사용자가 찾는 모든 기업의 정보/리뷰를 제공할 수는 없었는데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표가 있었고, 그게 당시의 서비스를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검색한 회사 정보는 무조건 하루 이내에 업데이트한다
사용자가 잡플래닛 사이트에 방문해서 기업 정보를 검색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 없으면, 회사 이름이 매일 자동으로 수집되도록 되어 있었다. 덕분에 고객이 지금 당장 궁금해하는 회사 정보를 알 수 있었고 운영팀에서는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회사의 정보를 높은 우선순위로 추가했다. 실제로 이 방법은 매우 잘 작동했는데, 검색에 노출되지 않아서 나쁜 경험을 하는 고객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재방문율도 높아졌다. 한 가지 지표만으로 당시의 스타트업이 해야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었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당시"라고 굳이 언급한 이유는 핵심 지표도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핵심 지표를 관리하기 시작하면 핵심 지표를 뒷받침하는 지표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어떤 회사를 가장 많이 찾는지, 그렇게 입력된 회사에 실제로 사용자들의 재방문이 이뤄지는지, 특정 회사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채널에서 오는지 등 운영팀에서는 거의 24시간 동안 그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무에 매달렸지만, 그렇게 달성된 지표는 마케팅 등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되었고, 그래서 초기에 매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서두에 인용한 블로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지표의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핵심적인 지표와 그렇지 않은 지표를 잘 구분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서우석 wooseok.seo@gmail.com데일리호텔 CTO. 안철수연구소에서 보안 관련 업무를 시작으로 잡플래닛 CTO, 요기요 서비스로 유명한 알지피코리아 CTO를 역임한, 보안 전문가이자 IT 베테랑이다. Microsoft MVP 활동과 S/W Maestro 과정 멘토링, 디버그랩 운영을 통해 국내 IT개발자들과 프로그래밍 기술을 공유하고 SW취약점 대상 공격기법에 대한 ‘버그 헌터’s 다이어리’와 프로그래밍 실무 지침서로 유명한 ‘CODE COMPLETE 2’를 번역해 SW구현 실무 정보 소개로 많은 호응을 받았다. 현재는 O2O 기반의 IT 서비스 전문가로서 이커머스 운영 및 수익 창출에 대한 지식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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