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직장이라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규모에 관계없이 늘 조직과 함께 한다. 조직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으로 고유의 성격이 '조직문화'로 나타난다. 조직문화에는 기업을 처음 만든 사람들의 창업신화, 그리고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형성된 조직 고유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이렇게 형성된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새로운 구성원도 시간이 지나면 조직문화의 영향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 간다. 그러므로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기업이 오랜 기간 형성한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체득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조직문화의 영향에 따라 개인이 체득하게 되는 일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직무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내는 방법, 둘째, 조직에서 의사결정하는 구조 이해, 셋째, 전략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기이다.

첫째, 다양한 직무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 성과를 내는 방법은 개인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조직은 다양한 직무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업무특성이 반영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개인 혼자서 일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조직에서는 내가 속한 조직 외에 다른 조직과 협업하며 일을 수행하여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개인의 힘이 아닌 조직의 힘으로 성과를 내는 경험은 오직 조직에 속해 있을 때 가능하다.

둘째, 조직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 그 구조를 이해야 한다. 조직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계층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진행하는 일을 의사 결정권자와 관련된 사람들을 설득해서 의사결정을 받아 원활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조직에서 하는 중요한 경험 중 하나이다. 따라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잘 설득하고 일과 관련된 사람의 동의를 구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직접 그 의사결정의 구조 속에서 일할 때 알 수 있다. 의사결정 구조에 속해 있더라도 과정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고 단순하게 결정된 결과를 따르기만 하면 개인적인 발전은 없다.

셋째, 조직에서는 일하다 보면 수많은 문제를 만나게 된다. 조직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모여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조직 내에서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하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담당자는 단순한 현상에 매몰되어 작은 범위만을 문제라고 정의해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경험많은 분들은 복합적인 부분까지 생각해 문제를 제대로 정의해서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는다. 이렇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확대하여 제대로 문제를 정의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개인은 사고력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할 수 있다. 복합적 문제해결 경험을 많이 할수록 개인의 문제해결 역량은 향상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세밀하게 살펴보며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조직은 개인에게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방식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곳이지만 일하는 곳의 조직 규모에 따라 경험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조직규모가 작은 곳이라면 업무를 조직으로 수행하지 않고 개인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표준화되지 않고 개인화된 상태로 일이 진행되어 회사에는 그 경험이 쌓이지도 전달되지도 않는다. 특히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던 개인이 퇴사할 경우 그 업무가 없어지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에 반해 규모가 큰 조직은 업무를 표준화하여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화했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직의 역량으로 일을 진행한다. 규모가 작은 곳에 비해 좀 더 체계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많은 기업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체계적인 업무수행 경험을 높게 보고 규모가 큰 조직 경력사원을 많이 찾는다. 그러나 규모가 큰 조직에서 작은 조직으로 옮겨 잘 정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큰 조직에서 일했다고 하더라도 일에 대해 방관자적인 관점이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자로서 수행한 경험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대기업 출신 경력사원이 규모가 있지만 체계가 덜 잡힌 기업으로 이직한 후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시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스스로 퇴사한 이후 다시 이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렇게 방황하는 분들은 대부분 해야 할 일에 대해 관념적으로 업무내용을 들은 적이 있거나 직접 밑바닥부터 세부적으로 해보지 않았지만 관련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업무를 수행하다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업무를 A부터 Z까지 직접 다 해거나 챙겨야 하는데, 대기업에서 오랜 고민 끝에 구축한 시스템을 이용만 해본 사람은 시스템의 본질적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시스템을 벗어나는 순간 개인의 업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옮긴 조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면 개인은 다시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으로 돌아가거나, 본인 스스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본질을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업무경쟁력을 높여 적응하거나, 자기반성없이 짧게 여러 기업을 옮겨 다니게 된다.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조직에 전파하려고 채용한 기업은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력사원으로 인해 유•무형 손실을 입게 되어 대기업 출신 경력자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조직생활에서 좋은 점들을 제대로 배우고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언젠가는 떠날 수 있기에 좋은 경험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게 직장인으로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규황 Khlee6042@gmail.com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인사업무를 하고 있다. 외부활동으로 네이버 글로벌HR카페에서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주니어 인사담당자 공부모임 HR인공위성의 공동 운영자이기도 하다. 소셜 멘토링 잇다의 멘토로서 구직자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으며 네이버 인사쟁이 카페에서 HR in 동행이라는 북세미나를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신입사원 들의 회사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가이드가 될 글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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