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경 감독의 ‘나의 연기 워크샵(Hyeon's Quartet)’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중 ‘비전’ 섹션에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장편 영화이다. 영화는 연극 ‘사중주’의 배우 미래(김소희 분)의 연기를 보고 워크샵에 참가한 헌(이관헌 분), 은(김강은 분), 준(성호준 분), 경(서원경 분)의 네 사람의 연기 수업을 보여준다.

미래는 단순히 이론적이거나 기술적인 면으로만 연기 수업을 접근하지 않고, 배우려는 이들이 왜 연기를 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드러내고 싶고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기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나의 연기 워크샵’은 깊숙이 들어가서 알려주고 있다.

◇ 영화 속의 연극에서 영화 속의 영화로

안선경 감독은 연극 활동을 하다가 장·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그의 작품은 뜨거운 논쟁과 영화제 수상을 통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다. 이번 영화도 단순하지 않다. 영화 속의 연극으로 시작하여, 영화 속의 영화로 나아가는데, 장르적인 면 이외에도, 연기의 내면을 파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연극 ‘사중주’는 영화 속의 연극이다. 영화 속의 영화가 아닌 영화 속의 연극으로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극적 연기가 무대적으로 더 강력한 연기로 표현될 수 있고, 영화 속 영화이면 연기의 톤이 극명하게 나뉘지 않고 섞일 수도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바라보기와 엿보기 측면에서 보면, 연극은 실시간 공연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직접적인 훔쳐보기가 될 수 있다는, 연극이라는 타 장르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 연기 연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영화와 연극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연기 워크샵에 참가한 헌은 극단의 막내로 온갖 허드렛일을 담당한다. 은은 헌책방 정리로 무료한 시간을 보냈었고, 준은 단편영화 배우로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다. 경은 사진작가이지만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헌, 은, 준, 경을 비롯하여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제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지침을 알려주는 교육적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다. 거울 동작으로 따라하기의 장면을 보면 실제로 앞에 있는 사람과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미래는 연기는 관객에게 마음을 약간 들키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강한 척 하기, 쿨한 척 하기, 괜찮은 척 하기가 좋은 연기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부연해 설명한다. 보통 영화를 볼 때 특정한 관객들만 배우의 마음을 알아챘을 때 보다는, 모두가 다 공유할 수 있었을 때 더 공감이 되었다는 점이 떠올랐다.

영화는 실제 상황과 연기 연습을 오가면서 관객을 잠시 혼동시키는 방법 사용하여, 학습 대본이 아닌 영화라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실제 상황인 것처럼 몰아가는 긴장감을, 연기 연습이었다는 것을 밝히며 해소시키는데, 연기에 감정이입하여 몰입하면 실제 감정이 생긴다는 것도 떠올랐다.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나의 연기 워크샵’은 배우들의 감정선에 대하여 진지하게 만나게 되는 시간이다. 단순히 보이는 연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감정선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힘은 남에게 있다는 미래의 말은 무척 놀랍게 느껴졌다. 필자를 비롯한 일반적인 관객들은 그 힘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관객의 힘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기도 한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연기를 계속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실제 삶에서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한 연기 지침

‘나의 연기 워크샵’은 내면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주는데, 이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도 도움이 된다. 영화 속 연기 연습을 통해 알려주는 릴렉스, 관계 등의 개념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완전히 다 맡기는 것이 교감이 아니라는 미래의 말은, 인간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의미있는 개념이다. 완전히 주는 것과 완전히 받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주고 받는 것이 교감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가 주는 교훈적인 내용은 진한 감동으로 이어졌다.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나의 연기 워크샵’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미래는 인물 만들기 수업을 위해 ‘현’의 일기를 공개한다. ‘현’의 여러 시간들을 각자에게 다른 시간으로 주면서, 그 시간을 상상하고, 느끼며, 체험하고, 표현하도록 만든다. 현의 일기를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몰래 들여다 보는 것 일수도 있고, 연극이나 영화의 대본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이면서, 나(연기자)의 또 다른 삶을 사는 것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현’의 일기는 각각의 주제를 던지고 있는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는 촬영에 임하면서 이 작품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진지한 연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인물에 깊숙이 들어가는 방법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일반적이자 효과적인 방법이 감정이입이다. 역할을 맡은 자신의 실체를 마주보는 것이 배우의 연기라면, 그 실체에 또 다시 마음을 맡기는 것은 관객의 감정이입이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연기의 신비로운 매력을 통하여, 관객이 예술을 맞이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연결시키지는 않지만 실제 삶에 적용할 수도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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