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정과 열정사이’…스카르피아의 이중적 캐릭터를 표현한 바리톤 고성현

‘토스카’에서 스카르피아 역은 바리톤 고성현과 바리톤 클라우디오 스구라가 더블 캐스팅되었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고성현이 출연하였기에, 이 글은 고성현의 스카르피아를 중심으로 평하고자 한다.

고성현은 기자간담회에서 “변할 수 없는 것은 푸치니의 음악이고, 푸치니는 아마 스카르피아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스카르피아는 사람들이 벌벌 떠는 전사이자, 토스카의 손에 죽는 것조차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고성현은 스카르피아가 가장 나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순수한 사람이라는 견해를 밝혔는데, 관객들은 스카르피아가 극 중에서 단순하면서도 전형적인 사람이라는 면을 느낄 수 있다. 근대화된 세련된 폭력이라는 면에서 보면, 스카르피아는 이미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도 의미있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토스카’에서 고성현은 등장부터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고성현은 무대에 흐르고 있는 에너지를 흡수함과 동시에 또 다른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하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고성현은 냉철함과 열정을 같이 갖춘 이중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저음의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아리아를 부르고, 강한 고음에서는 테너 이상의 파워를 가진 바리톤이다. 넓고 깊은 소리와 강하게 몰아치는 고음을 모두 소화하는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기에 스카르피아 표현에 적합한 바리톤이다.

고성현은 업무적으로 냉철하면서도 사랑 앞에서 열정적인 스카르피아를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의 호소력 깊은 목소리는 저음의 특색을 나누어 표현하기도 하고 동시에 표현하기도 한다.

반역의 주동자를 잡아내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기면서도, 의기양양한 두 눈에 비친 사랑의 고통, 내 품에 안겨 식어가는 사랑, 깊은 사랑의 대가에는 깊은 아픔이 따르는 법이라고 아리아를 부르는 모습은, 스카르피아의 내면인지 고성현의 내면인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이 느껴진다.

‘토스카’에서 제2막은 스카르피아의 내면을 깊숙이 바라보는 시간이다. 토스카와 스카르피아의 2중창과 함께 하는 두 성악가의 내면 연기도 주목되었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는 드라마틱함을 아리아에서 잘 표현하면서 듣는 즐거움을 높여주었다. 뮤지컬에서 파워풀한 뮤지컬 넘버에서 감명을 받기도 하지만, 달달한 뮤지컬 넘버에서 마음이 열리는 것처럼, 부드럽고 맑은 음색을 가진 조르다노가 부른 아리아는 관객들에게 감성적으로 어필하였다.

카바라도시는 서로 다른 아름다움의 오묘한 조화를 노래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유심히 관찰했을 때 알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도 한다. 화가가 직업이기 때문일 수도 있는 카바라도시의 예술적인 감수성은, ‘토스카’가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면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국립오페라단과 다니엘레 아바도 연출가가 해석한 ‘토스카’

이번 공연에 설정된 ‘토스카’의 시대적 배경은 이탈리아 역사의 암울했던 파시즘 정부 시대이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레 아바도가 새롭게 해석한 이번 작품은 이탈리아적인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고, 파시즘 시대 경찰의 야비함도 볼 수 있다.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토스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2016-17 레파토리 시즌의 개막작으로 ‘토스카’를 선정하면서 사회·역사적 의미에도 관심을 가진 것은, 방향 전환이 아니라 예술적, 문화적인 면을 더욱 넓게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탈리아 파시즘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4각의 콜로세움과 교회 건축물. 그리고 제3막에서 파시즘 영상은 ‘토스카’를 자칫 다른 면에서만 집중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자칫 민감한 우려를 할 수도 있었는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오페라 속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오페라를 찾는 관객들의 시야가 얼마나 넓어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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