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야쿠르트아줌마 홍보 사진.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1970년대 야쿠르트아줌마 홍보 사진.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960회(국민 1인당 야쿠르트 섭취 횟수, 5000만명 기준)

-480억병(야쿠르트 누계 판매량)

-355만2000㎞(판매된 야쿠르트를 일렬로 쌓은 높이. 에베레스트산(8848m) 40만 배 높이)

-25원(최초 야쿠르트 가격. 1970년 버스요금은 15원)

1970년대 야쿠르트 TV광고 영상.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1970년대 야쿠르트 TV광고 영상.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세균을 어떻게 돈을 주고 사 먹느냐.” “병균을 팔아 돈을 벌려고 하느냐.” 1971년 8월 10일 출시된 국내 발효유 1호 `야쿠르트` 이 제품을 들고 판촉활동을 위해 거리로 나섰던 47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처음 등장한 유산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야쿠르트는 건강식품이 생소하던 시절 소비자 건강증진에 기여하면서 음료의 범주를 건강까지 확대시킨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야쿠르트 초창기 제품.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야쿠르트 초창기 제품.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야쿠르트를 선보일 당시는 유산균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기였다. 한국야쿠르트가 시제품을 생산했지만 1970년 당시에는 판매를 위한 제품 등록과 법적 기준도 부족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제품이다 보니 정부 어느 기관에서 담당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기준조차 없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야쿠르트 80년대 생산라인.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야쿠르트 80년대 생산라인.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어렵게 농수산부에서 이를 관장하게 됐지만 정부 검사기관에는 정작 발효유의 유산균이 규격에 맞는 지를 검증하는 기술조차 부족했다. 검사를 위해 거둬 간 `야쿠르트` 제품에서 유산균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한국야쿠르트 직원은 직접 이 검사기관을 방문해 균수를 확인하고 측정하는 기술을 알려줘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유가공 분야 기술력은 낙후된 상태였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제품 출시 다음 해인 1971년부터 방문 판매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야쿠르트 아줌마`다. 처음 47명으로 시작한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직접 소비자를 만나 견본을 증정하고 교육자료 배포 등 제품의 효능과 인식 개선을 위해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현재(2016년 말 기준) 전국 1만3000여명으로 확대된 이들은 주부 판매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978년 한국야쿠르트 평택공장 준공식 장면.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1978년 한국야쿠르트 평택공장 준공식 장면.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이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유산균과 발효유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야쿠르트는 발매 첫해 하루 평균 2만개를 시작으로 1977년 8월에는 최초로 100만 병 판매를 돌파했다. 이어 1994년에는 하루 평균 630만개라는 경이적인 판매량을 달성했다. 이후 다양한 발효유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점차 감소했다. 2000년 이후로 하루 평균 200만~250만개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성공적인 시장 진출에 따라 국내 식품업계도 발효유 사업에 속속 뛰어들었다. 빙그레는 1977년 발효유 사업을 처음 시작했으며, 1983년에는 떠먹는 발효유인 `요플레`를 출시했다. 매일유업은 1989년 호상발효유 `바이오거트`로, 남양유업은 1991년 `불가리스`를 발매하며 발효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2014년 출시된 야쿠르트 라이트(오른쪽)과 기존 제품.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2014년 출시된 야쿠르트 라이트(오른쪽)과 기존 제품.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출시 43년 만인 2014년 12월에는 야쿠르트에게 동생이 생겼다. 기존 제품에 비해 당 함량은 약 46%, 칼로리는 34% 낮춘 `야쿠르트 라이트`가 탄생한 것이다. 해당 제품은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오리지널 야쿠르트보다 4배 이상 팔리고 있다. 기존보다 65㎖ 용량을 280㎖로 대폭 늘린 `야쿠르트 그랜드`의 경우 젊은 고객에게 사랑을 받으며 편의점에서 주류를 제외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기존 야쿠르트 병을 거꾸로 뒤집은 혁신적 디자인의 `얼려먹는 야쿠르트`가 출시돼 어른에게는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재미를 선사했다.

1978년 야쿠르트 평택공장 생산라인.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1978년 야쿠르트 평택공장 생산라인. 사진=한국야쿠르트 제공

야쿠르트는 출시 이후 다양한 신기록을 수립하며 국내 첫 유산균 발효유라는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출시 후 480억병의 누계 판매량(2016년 말 기준)은 45년간 대한민국 국민(5000만 명 기준) 1인당 960회를 섭취한 양이다. `야쿠르트`(가로 3.5cm, 세로 7.5cm) 480억병을 옆으로 정렬하면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의 수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92번을 갈수 있는 거리이다. 또 위로 쌓으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의 40만배 높이가 된다.

이렇게 오랜 시간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경에는 소비자 중심의 착한 가격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 1971년 당시 25원이던 `야쿠르트`는 45년이 지난 지금 170원으로 6.8배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담뱃값은 45배, 인문계 대학 학비는 143배나 증가했다.

정영일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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