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정치적 문제로 온 나라가 중심을 잃고 혼란스럽다. 그 와중에 현 정부가 주창한 창조경제도 무조건적으로 비판받고 폄하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미래 사회의 큰 흐름을 볼 때 소프트파워 사회 즉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회에서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그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소프트 파워를 특성으로 갖는 산업들과 속도 경영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최근 수년간 정부와 기업이 힘을 쏟은 창조경제가 별다른 논의 과정도 없이 사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여기서는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속도경영과의 관계를 규명해 보려고 한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와 속도경영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정부가 출범 당시 창조경제를 내세웠을 때부터 창조경제는 비전이 불확실하고 개념이 모호하여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비판을 많이 받았고 그 결과로 창조경제의 개념적 정의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창조경제의 개념은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John Howkins)가 2001년 그의 저서 ‘The Creative Economy’에서 학술적으로 정리하였다고 한다. 그는 창조경제란 ‘경제활동에 필요한 투입과 산출의 주요 요소가 전통적인 토지나 자본이 아닌 창조적 아이디어에 있는 경제’ 이고 ‘창조적 행위와 경제적 가치를 결합한 창조적 생산물의 거래’로 정의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을 비롯한 관련 기관의 자료를 토대로 보면 정부가 얘기하는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의 발굴, 또는 기존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새로운 방법이나 과정을 적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며 창조경제의 핵심원동력은 창의성(Creativity), 지식정보(Contents), 융합(Convergence)이라고 한다.

쉽게 풀어보면 전통적인 창조산업은 문화산업,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등이며 최근에 인터넷 혁명, 모바일 혁명이 진전됨에 따라 미래의 창조산업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 통신 기술)가 전 산업에 연결되어 지식정보, 개인의 창의성과 융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 부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애플과 페이스북이 창조경제의 대표적 기업이다.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에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 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만들어 다양한 컨텐츠를 흡수하면서 생태계를 구성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었고, 페이스북을 대표로 하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는 사회적 관계를 확장시키고 위치정보, 게임, 음악동영상, 쇼핑 등의 정보와 결합하여 새로운 IT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였다.

이런 유형의 비즈니스 중 많은 경우에 플랫폼 비즈니스의 형태를 갖는다. 전통적인 산업에서의 기업전략은 주로 구매-제조-유통-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 걸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한쪽에만 고객이 존재하는 단면시장(One-Sided Market)이었다.

반면에 플랫폼 비즈니스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이용자 그룹이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어 거래나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양쪽 또는 어느 한쪽에 플랫폼 이용료를 부과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서로 다른 이용자 그룹이 거래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제공된 물리적, 가상적 또는 제도적 환경을 말하며 이러한 시장을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고 한다. 한쪽의 그룹(이하 ‘A그룹’)은 또 다른 쪽 그룹(이하 ‘B그룹’)의 고객이거나 타겟 집단이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수년간 크게 성장한 외식 배달 주문 플랫폼 기업의 A그룹은 배달 주문을 하는 고객이고 B그룹은 외식업체이며, 페이스북의 경우 이용자들이 A그룹이라면 그들에게 광고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기업들이 B그룹인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링크드인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ICT 기업의 특징을 보면 이들에게는 양쪽의 이용자 그룹이 존재하며, 이 2개 Side를 매개하는 네트워크로서 기능할 뿐 특정한 제품을 직접 생산하여 이윤을 획득하지 않는다.

A그룹의 규모가 커지면 B그룹의 관점에서는 잠재고객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플랫폼의 매력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B그룹에 참여하여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이용자의 수가 증가하게 되고 이것은 또 A그룹의 관점에서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므로 참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와 같이 양쪽 (Two side) 중 어느 한쪽 그룹의 거래량이 늘어남에 따라 다른 한쪽 그룹의 참여도 많아지고 이에 따른 양측의 거래량도 증가하게 되는 현상을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Network Effect)라고 한다.

전통적 기업은 성장을 위해 R&D 나 마케팅 비용에 투자를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그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다른 고객 집단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새로운 고객,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더 집중한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이나 구글이 유튜브를 사들인 것이 다 그러한 배경에서이다.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대부분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용자가 유사한 플랫폼을 복수로 유지하는데 시간이나 노력의 형태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가장 사용이 편리하고 효용이 큰 하나의 플랫폼을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인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을 보면 대부분 1등 사업자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플랫폼 비즈니스는 선발자 우위(First Mover Advantage), 교차 네트워크 효과, 승자독식 (Winner Takes All)의 경쟁 원리가 지배한다. 사업의 기회를 선점하고, 경쟁자와의 격차를 확대할수록 지위가 공고해지는 효과가 전통산업의 경우보다 훨씬 커진다.

창조산업이 태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성을 토대로 지식정보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아이디어와 융합하는 역량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겠으나, 일단 사업화가 된 후에는 빠른 속도로 이용자 수를 늘려 나가야 하므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주로 하는 창조산업에서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의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먼저 시작하고, 먼저 나아가고, 변화에 상대보다 더욱 민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속도경영이 필요하다. 이 때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혁신이 어우러지면 사업 추진이 가속화되어 경쟁사보다 먼저 임계치 이상의 이용자 규모를 확보하기에 용이해진다. 그러므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지배하는 창조산업의 경우에는 속도경영 역량이 사업 성공 요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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