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를 끊임없이 변주하라

발행일시 : 2017-05-10 02:06
김영세 회장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김영세 회장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나는 이노의 디자이너들에게 “예술가처럼 일하라”고 말한다. 직장인이지만 출퇴근시간보다 영감에 따라 일하고, 조직에 속해 있으나 항상 자유인으로 살라고 말이다. 이노피플에게 전하려는 핵심은 ‘예술가의 열정’을 지니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온갖 상황과 타협하거나 양보해야 할 때가 많다. 클라이언트가 있는 상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보니 예술가 같은 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경지에 오를 디자이너의 작품세계는 예술의 세계와 같을 것’이라고 믿고, 그 믿음을 이노피플에게 전하기 위해 애쓴다.

이 같은 생각은 이노디자인의 기업문화가 되었다. 일단 이노의 디자이너들은 자유롭게 생활한다. 자유로워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출근시간이나 근무태도 같은 것은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데 무슨 잔소리가 필요하겠는가? 이런 사람들은 어디서 일하건 그 자신이 바로 회사 오너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신의 일과 인생에 주인의식을 갖고 있으니 그가 바로 회사 주인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프로세스 또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노에는 이노만의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다. 그 핵심이 되는 것이 자기 주변을 관찰함으로써 실제 사용자 처지를 이해하고, 디자이너 자신이 실제 사용자가 되어서 혁신을 주도해가는 것이다.

흔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용자 대상의 설문조사 자료는 시간을 단축하는 도구일 뿐 핵심은 될 수 없다. 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이 철저히 사용자 처지에서 사용해보고, 주변 사람들의 실질적인 소감을 청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상의 사용자를 설정하고, 사용자의 특성을 전방위적으로 캐릭터라이징해서 그에 맞는 세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때는 얼마나 더 사용자에 가까워질 수 있느냐가 디자인 프로세스를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빠르게 스케치가 이어지고 좀 더 구체적인 도면이 만들어진다. 일례로 이노에서 작업한 스팀다리미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노의 디자이너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있기 전에 먼저 디자인 콘셉트를 잡고 상품기획을 해서 제안하는 과정을 거친다. 모든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먼저고, 그다음에 그것을 상품화하기 위해 스스로 상품기획을 만들어낸다. 개발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디자인을 가장 먼저 생각함으로써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잘 발현된 최초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상품화된다.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삶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즐거움을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노피플에게 일은 스트레스라기보다 즐거운 자극이다. 바로 이런 태도가 이노를 차별화하고 이노의 디자이너들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나 역시 늘 창의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디자인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콘을 찾는 것이다. 앤디 워홀에겐 캠벨 수프 통조림이, 베르사체에겐 메두사가 있듯이 나를 표현해낼 수 있는 디자인 DNA가 필요했다. 내 안에 축적되어 있는 정체성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IT, 전자, 하이테크 제품 디자인에 주로 참여했음에도 나의 디자인 세계에는 태극기에서 느꼈던 라인의 매력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태극기를 보면 감각적으로, 때로는 감정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낀다. 태극기 안에서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 직선과 곡선, 청홍흑백의 단아한 조화에는 디자이너이면서 한국인인 내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주역》의 기본 괘이자 태극기의 모서리에 표현되어 하늘과 땅, 물과 불을 상징하는 건곤감리乾坤坎離의 직선에서는 한국인의 강직함을,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태극太極의 유려한 곡선에서는 한국인의 유연함을 읽는다. 그래서 태극기야말로 가장 강인하면서도 가장 유연한 한국인의 표상이라고 단언한다.

이노컬렉션 제품들에 한국적 모티프를 반영하는 것도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 이노컬렉션 매장을 오픈한 것도 사업성에 대한 욕심보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매장이니만큼 우리 것을 알리는데 작으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일 중 큰일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온 까닭이다.

이렇듯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는 ‘브랜딩’이다. 퍼플피플의 궁극적 목표 역시 ‘나를 브랜딩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디자인으로 브랜딩한다. 기업의 최고 경영진에 브랜드와 디자인을 총괄할 인재를 포함시키는 일은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이것이 대기업들이 추구하는 창의경영의 답이다. 실제로 브랜딩은 기업의 생산물과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고리이며, 디자인은 사용자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한다. 지금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가장 몰두하는 것이‘스펙 쌓기’라고 한다. 이는 인간 표준화에 지나지 않으며 세상이 필요로 하는‘나’만들기에 역행하는 일이다.

‘너(또는 쟤)’와 같은 삶과 목표가 아닌 ‘오직 나’라는 콘텐츠를 창조해야 퍼플피플로 가는 인생이 열린다.

김영세 회장 (주)이노디자인 CEO,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한국디자인브랜드경영학회 이사, 기네스 한국심의위원 선정, 저서에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퍼플피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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