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진 여기어때 PR매니저
지용진 여기어때 PR매니저

금주법(1919~33)은 당시 미국 사회에 생채기를 남겼다. 국가가 나서 주류의 양조, 판매, 수출입을 금지하는 금주법이 온갖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밀주를 토대로 막대한 부를 쌓은 알 카포네 같은 마피아를 키운 것도 결과적으로 금주법 때문이었다.

사실 금주법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 대해 반감을 가진 미국 사회가 양조업으로 자본을 축적한 독일인을 견제하기 위해 내린 조치였다. 법 제정의 명분부터 삐딱했다. 정부의 어설픈 시장 개입이 화근을 자초한 셈이다.

반세기도 훨씬 지난 금주법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벌어진 해프닝 때문이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7월 4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정부가 배달앱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 시장에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둔 말이다. 유 후보자는 발언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해가 풀리지는 않는다.

정부가 배달앱을 개발한다는 의미는, 배달앱을 공공재로 규정하겠다는 뜻인데 과연 배달앱을 공공재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만약 유 후보자의 발상이 현실화 될 경우, 배달앱을 비롯해 숙박앱, 부동산앱 등 다른 분야까지 영향이 미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렇게 될 경우 O2O 시장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게 된다.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앱은 O2O 시장에 속한다. 온라인(모바일)으로 이용자를 모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 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O2O(Online to Offline)라고 부른다. 최근 O2O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여기어때 같은 숙박앱도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여기어때는 올해 거래매출이 약 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 달에 약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여기어때를 이용하고 있으며, 한 달 거래매출이 250억원(5월 기준)에 육박한다.

여기어때가 중소형호텔(모텔)을 비롯해 호텔, 펜션, 리조트, 캠핑/글램핑,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유형의 숙박 예약 서비스를 만들어 한 해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숙박 O2O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민간에서 주도해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을 키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양질의 숙박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부의 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데이터 독과점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일부 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빅데이터를 가진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의 정보 수집 및 이용은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위 정부와 기업(시장)의 밀당 과정에서 ‘조율의 묘’가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시장 개입은 활성화 정책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나서 배달앱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달 O2O 시장에서 기업과 업계가 상생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결해야 할 부조리한 관행은 어떤 것인지 ‘면밀히 관찰’하고 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참고로 여기어때가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금가보장제의 경우, 중소형호텔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숙박 이용 때 현금과 카드의 가격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O2O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주목 받고 있는 분야다.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고, 발전 가능성도 밝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주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이끌 장관의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에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나온 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규제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함부로 휘두르면 금주법처럼 생채기만 남긴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용진 여기어때 PR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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