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코리아의 채용정보, 크롤링 수법으로 빼내 무단 사용

취업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와 ‘사람인’ 사이에 지루하게 이어지던 불공정행위 관련 재판이 결국 잡코리아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취업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와 ‘사람인’ 사이에 지루하게 이어지던 불공정행위 관련 재판이 결국 잡코리아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사진=넥스트데일리 DB

취업포털 업체인 ‘잡코리아’와 ‘사람인’ 사이에 지루하게 이어지던 불공정행위 관련 재판이 결국 잡코리아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잡코리아(대표 윤병준) 측은 지난 28일 자료를 내고 “사람인(법인명 사람인HR)과의 저작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2심 판결이 확정됐다”라고 전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 고등법원 판결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수년간 계속되어 온 사람인HR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잡코리아와 사람인 간의 법정공방에 종지부를 찍었다라고 설명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사람인은 지난 2008년부터 수차례의 합의와 법원 조정 및 판결에도 불구하고 잡코리아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무단 크롤링 행위를 해왔다고 한다. 이에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사람인HR의 잡코라아 채용정보 무단 ‘크롤링(crawling)’ 행위는 부정경쟁 행위임을 판결했다.

크롤링(crawling)이란 웹페이지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대량으로 가져와 데이터를 추출해 내는 행위로 합법적인 크롤링과 무단 크롤링, 즉 불법적인 크롤링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인은 잡코리아의 모바일 웹페이지를 무단 크롤링해 자신의 서버에 옮긴 다음 SW를 통해 채용정보만을 추출한 뒤, 추출한 채용정보를 사람인의 사이트에 게시함으로써 잡코리아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한다.

1심판결에도 불구하고 사람인HR 측은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진행된 2심에서도 잡코리아에 패소했다. 사람인은 2심에도 불복, 대법원에 다시 상고했고, 대법원 역시 상고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 잡코리아의 승소를 결정한 고등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사람인HR이 경쟁사인 잡코리아가 제공하는 채용정보를 허락 없이 크롤링해 자사 영업에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 제93조 1항, 2항을 위반한 행위로 판단했다. 이는 잡코리아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사람인HR이 잡코리아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채용정보를 크롤링했고, 그 과정에서 IP차단을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IP를 분산시켜 자사 IP를 숨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사람인의 불공정행위를 인정했다. 법원은 또 “사람인HR이 잡코리아의 채용정보를 기계적인 방법으로 대량 복제해 영리를 목적으로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서버에 보관함으로써 사람인HR의 마케팅 비용 절감과 매출을 증대하는 등의 이익을 실제로 얻었고, 잡코리아는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정리한 채용정보를 복제 당해 경제적 이익이 침해 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된다”며 잡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최종 판결로 사람인HR은 더 이상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복제, 제작, 보관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할 수 없으며 이미 복제한 잡코리아의 HTML소스를 즉시 폐기하고 잡코리아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앞서 사람인HR은 2008년 잡코리아에 등록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크롤링해 사람인 사이트에 게재하면서 본 소송의 발단이 됐다.

당시 사람인HR은 채용공고 무단 복제를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이후에도 잡코리아 공고를 대상으로 한 사람인의 불공정행위는 계속됐다.

이에 2010년 잡코리아는 사람인HR을 상대로 법원에 채용정보 복제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2011년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사람인HR이 잡코리아의 채용공고를 무단으로 게재해서는 안된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강제조정 이후에도 사람인은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잡코리아의 웹사이트 내용을 통째로 긁어가는 방식으로 잡코리아의 수많은 채용정보를 그대로 복제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해왔다.

이런 방식의 무단 크롤링은 잡코리아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과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에게도 혼란과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기업이 잡코리아에 등록한 채용공고의 내용을 수정했으나 사람인에 동일 공고가 무단으로 올라간 걸 미처 몰랐던 탓에 변경된 지원일에 맞춰 지원하지 못하는 등 엉뚱한 내용으로 인한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채용공고의 양과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취업포탈 업계에서 타사의 채용공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속성을 악용해 이를 편취하는 사람인HR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업계를 대표해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이라며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계기로 공정한 경쟁질서가 더욱 공고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대표는 “이 판결은 동의를 받지 않은 무단 크롤링이 불법이라는 점과 잡코리아와 같은 UCC사이트도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 판결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후발 업체의 무단 웹크롤링 행위와 홈페이지 모방행위, 홈페이지 무단 복제행위 등의 불공정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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