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중찬의 書三讀] 존 오리어리 ‘온 파이어’ - 두려움 없는 아홉 살에 통(通)하다

발행일시 : 2017-12-22 00:00
[안중찬의 書三讀] 존 오리어리 ‘온 파이어’ - 두려움 없는 아홉 살에 통(通)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팔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저마다 강연을 하고, 강연이 통하면 본업을 벗어나 다른 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면 살아간다. 한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가르침을 필요로 했고, 그들의 책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일상은 유익했다.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서의 유행에 따라 식상함이 느껴지고 피로감이 몰려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을까. 언행불일치의 저자들에게도 실망감도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뭄에 콩 나듯이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감동이 있고 행복해진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존 오리어리는 지나온 길이 구십구만리다. 아름다운 아내와 네 아이의 아빠인 그는 열정이 넘친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목표에 대한 믿음과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용기가 충만해 있다. 대단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거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험난한 과거를 극복한 파이팅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는 아홉 살에 불장난으로 전신 3도 화상을 입었고,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선언했다. 마치 백련강(百鍊剛)의 신화처럼 그의 달궈진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1987년 1월 17일, 아홉 살 꼬마의 철없는 불장난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세인트루이스의 행복했던 그 집을 홀라당 태워버렸고, 꼬마의 몸집으로 불길이 번져 뜨겁게 타올랐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행한 사건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하느냐다. 그 일이 없었더라도 살다보면 분명히 다른 시련들이 찾아왔을 것이고, 모두 다 피할 수 없기에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다. 불덩이가 되었던 꼬맹이가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엄마에게 물었다. 이제 죽는 거냐고······

[안중찬의 書三讀] 존 오리어리 ‘온 파이어’ - 두려움 없는 아홉 살에 통(通)하다

“존, 이대로 죽는 게 낫겠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 - 22쪽


깜짝 놀랐다. 맘대로 죽어 보라니, 내 엄마 맞아? 아빠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었는데, 다정한 목소리로 위로해 주셔서 눈물이 났다.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위해서 모든 걸 다 걸어야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부질없는 소망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살 것인지 말 것인지 부터 결정해야했다. 앞으로 매 순간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작 아홉 살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곤경에 빠진 자신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들에게 엄마는 냉정했다. 죽음의 기로에 선 아들에게 ‘선택’과 함께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말한 것이다. 기다릴수록 기회는 멀어진다. 자신이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용기를 주거나 도움을 줄 사람은 곁에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고 생존 능력을 키우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라는 사실을 일찍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5개월의 재활 치료가 끝나고, 8개월간 온몸을 감쌌던 붕대도 풀었다. 대견한 꼬맹이는 퇴원했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포크도 못 잡는데 엄마는 혼자 알아서 먹으라며 도와주질 않았다. 처음엔 섭섭했지만 덕분에 오기가 생겼다. 그리하여 씩씩한 청년으로 성장했지만 상처를 드러낼 용기는 없었다. 살아남았다는 기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목회자인 데이비드 박사가 그것을 지적했다. 당당하게 가면을 벗으라고 말했다.


“가면은 나의 잠재력을 억누른다. 가장 나다운 것을 감춰버리고, 내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볼 수 없게 만든다. 반짝거리는 나의 이야기가 어두운 세상을 비추지 못하게 한다. 남과 다른 나를 만들어줄 나만의 독특한 경험과 이야기를 검열하여 입을 막는다. 나의 가면은 퇴원 후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그 이후까지 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 59쪽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낱말은 ‘변곡점’이다. 존의 인생에는 수많은 변곡점들이 있었고, 그것은 성장과 행복으로 향하는 지렛대와 같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지만 보통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아직도 SNS 프로필에 올릴 만한 이야기나. 이력서에 적을 만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다면 지금 당장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의 가면을 벗고 볼품 없어보일지라도 그 모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끌어안고 받아들이라고 했다. 상처는 감추면 감출수록 덧날뿐이라고······

[안중찬의 書三讀] 존 오리어리 ‘온 파이어’ - 두려움 없는 아홉 살에 통(通)하다

시련에 대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러서는 것이다. 보다 나은 대처법은 문제를 직시하며 한걸음 더 다가가 문제를 껴안고 맞서 싸우는 것이다. 도망가지 않고 고통의 순간을 그대로 극복해 가는 노력은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평소에 사이가 나빠 밉기만 했던 형은 가장 먼저 달려와 불타는 동생을 구했다. 괜찮다고 위로하는 누나가 있었고, 물을 떠다가 얼굴에 뿌려주던 여동생이 있었다. 살면서 매번 마주치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순간에 명확한 삶의 목적을 공유하는 수많은 조력자가 있었다. 감사한 일로 넘치는 세상을 발견했다.

존에게 있어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목표를 세우고 일을 도모함에 있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필요로 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성장을 의미한다. 반면에 안주하는 것은 수많은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며 죽어가는 것과 같다.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가능성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증명해줄 사람이 함께하면 더욱 좋다. 인생에 평범한 순간은 없다. 감사하는 마음은 가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어떤 역경이 닥쳐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준다.

용기를 준 잭 벅의 한 마디, 두 물리치료사의 스트레칭 지원, 로이 간호사와 모든 의료진의 헌신에 앞서 부모님의 사랑이 있었다. 매사 긍정적인 존의 태도는 부모님을 닮았다. 겉보기에 좋은 인생이든 나쁜 인생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살면서 기쁨의 감정을 느끼는지, 느끼지 않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감사하는 습관이다. 존의 감사하는 마음은 결코 패배자가 될 수 없는 탁월한 조건이자 존재의 이유다. 세월이 흘러 휠체어에 앉은 아버지는 그 순간에도 감사할 것이 너무 많다며 아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무엇이든 쉽게 얻은 건 가치가 없다. 사람들은 대개 편안한 걸 좋아하지만, 삶을 바꾸는 건 결코 편안하지도 않고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인생의 목표를 향한 의도적인 ‘스트레칭’ 같은 것이 필요하다. 힘들어도 앞날을 위한 스트레칭을 견디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진짜 ‘삶’을 얻을 수 있다. 일단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실천하고 노력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기회들이 찾아온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결정하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성장을 위한 스트레칭’을 하면 마법이 일어난다.


“꼬맹이, 두 번째 공을 받고 싶으면 첫 번째 공에(세 번째 공을 받고 싶으면 두 번째 공에) 사인한 선수에게 감사 편지를 쓰기만 하면 돼. - 너의 친구, 잭 벅“ - 206쪽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그가 찾아왔다. 세인트루이스의 유명인사인 부시스타디움 장내 아나운서 잭 벅이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가망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완쾌되면 야구장으로 초대하겠다며 꼬맹이를 유혹했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아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두렵고 암울했던 아홉 살 중환자에게 낯익은 그 목소리는 한줄기 강렬한 빛이었다. 결국 살아남은 소년은 퇴원 후에 야구장을 찾아 뜨거운 환대를 받았는데, 1회용 쇼가 아니었다. 며칠 뒤부터 사인볼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잃은 꼬맹이에게 팬을 잡도록 동기 부여를 한 것이다.

그 가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월드시리즈에 출전할 때까지 모두 60개의 사인볼을 받을 수 있었다. 잭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존은 깨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약 올리는 듯한 잭의 편지가 없었더라면 존은 꼬부랑 감사 편지마저 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잭의 보물인 ‘명예의 전당 크리스털 볼’을 대학졸업 선물로 기증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에만 몰두하지만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돌멩이 하나가 수많은 잔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의 변화는 그렇게 다가온다.

두려움과 사랑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두려움은 어떤 일을 할 때 의무감으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고, 사랑은 하고 싶다는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누군가를 쓰러트리기 위해 주먹을 꼭 쥐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존은 늘 사랑을 지지했다. 빛은 언제나 어둠을 이긴다는 신념과 그림자를 쫓아버리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릴 뿐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행동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만 집중했다.

[안중찬의 書三讀] 존 오리어리 ‘온 파이어’ - 두려움 없는 아홉 살에 통(通)하다

“두려움이 메아리치는 마음의 방은 사랑으로 부수어 열 수 있다. 두려움은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고, 믿음은 그 감옥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래서 나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며, 기도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궁금했다. 성공적이고, 의미 있고, 기쁨으로 가득한 삶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베스에게, 아니, 살면서 맺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돌아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나의 바람이 이기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베스와의 관계, 더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관계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지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 250쪽


사랑의 실패는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두려움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사랑에도 기적의 비가 내렸다. 멀어질 것만 같던 그녀가 다시 다가왔다. 3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존감을 유지하며 주저하지 않는 사랑으로 최고의 미인을 만날 수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가능성을 보고,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며, 타인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길을 걸었다. 열정으로 활활 타오르는 삶을 살아가던 존 큰아들을 얻고 그 이름을 ‘잭’이라고 지었다.

우리는 때로 경청을 해야 한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되 가르치려는 말에 때때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존의 얘기는 귀 기울일 만 하다. 그는 죽음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사람이다. 여전히 수많은 장애에 시달리고 있지만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렸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개 두려움의 대상은 실제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며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일 뿐이다. 지금의 삶이 꿈꾸던 삶과 다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삶이 바뀔 수는 없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존의 역설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만족스러웠다.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선물한 붓글씨 ‘통(通)’은 주역의 한 구절을 신영복 선생님 글씨로 옮긴 것이다. 방서 궁즉통 통즉변, 변즉구(窮則通, 通則變, 變則久)는 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고, 열리면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것은 국가 간의 중대한 소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파이팅 넘치는 존 오리어리가 삶의 변곡점마다 발견하는 변화의 철학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아홉 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지금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존의 미소는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순간순간이 자기만의 인생이듯이 인생은 결코 혼자 걸어가야 할 외로운 길이 아님을, 나는 아홉 살 그 때 배웠다.’던 아동문학가 위기철 선생의 이야기와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아 준 존 오리어리의 투박한 이야기에는 뭔가 통(通)하는 것이 있다.

안중찬 ahn0312@gmail.com 주)교보피앤비 기획실장 / 장거리 출퇴근의 고단함을 전철과 버스 안에서 책 읽기로 극복하는 낙관적이고 사교적인 생활인이다. 컴퓨터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분야 11권의 저서와 더불어 IT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 권의 책에서 텍스트, 필자, 독자 자신을 읽어내는 서삼독의 실천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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