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한 줄기 빛이 내리쬐고 있다. 이 모습은 참으로 신비하게 느껴진다. 마치 역경 과 고난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작은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위의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Antelope Canyon의 모습이다. 어둠과 빛으로 구성된 이 장면은 카메라를 설명하기에 딱 좋은 이미지이다. 카메라 의 어원은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이다. 까만 방을 뜻하는 이 단어는 라틴어에서 유래가 되었는데, 아 리스토텔레스가 암실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일식을 관찰하던 중에 발견 했다. 카메라 옵스쿠라 현상은 암실 밖의 세상이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와 벽에 거꾸로 상(이미지)가 맺히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너무나 잘 쓰 고 있는 카메라의 원리이다. 이렇게 빛이 작은 구멍을 통해서 들어와 하나의 상(그림)을 만든다고 하여 빛으로 그린 그림, 즉 Photograph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어둠속에서의 빛의 이야기가 바로 사진이다. Antelope Canyon, 2017
어둠속에서의 빛의 이야기가 바로 사진이다. Antelope Canyon, 2017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연을 그림(물감을 통해서)으로 그렸고, 그것을 똑같이 재현되기를 원했다. 그러한 화가들의 니즈속에서 카메라(옵스쿠라)는 눈으로 보는 삼차원의 공간을 이차원의 이미지로 옮기는데 사용했던 많은 도구들 중 하나다. 이러한 카메라의 초기 기술을 통하여 화가들은 보다 디테일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그러나 도 구을 뿐, 훌륭한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카메라 옵스큐라 가 사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카메라 옵 스큐라는 지금의 카메라와 많이 다르다. 빛이 투과 되는 기본적인 방식은 비슷하나, 실질적으로 빛에 의해 맺힌 상이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화학적인 발견이었다. 프랑스의 루이 다게르 (Louis Daguerre)는 조셉 니스포르 니엡스(Joseph Nicephore Niepce)와 함께 연구했던 초기 작업을 계속하여 표면에 은을 바른 구리판에 포지티브 이미지를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게레오타입의 카메라이다. 그러나, 노출을 위한 시간이 너무 길어 이 기술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이후 몇 가지의 필름이 개발되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지 이스트먼의 롤필름의 발명이었다.

아마 사진의 역사 중 가장 큰 부분이 아니었을까. 기존의 카메라 형태는 한 장을 촬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 이 필요로 했으나, 조지 이스트먼의 롤필름으로 인해서 빠르고, 쉽고, 저렴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모든 이를 위한 사진을 꿈꿔온 조지 이스트먼은 코닥사를 설립하여 여러장의 필름이 내재된 필름 카메라를 선보이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 이제는 정말이지 "모든 이를 위한 사진" 시대다. 필름이 있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아날로그 시대 는 이제 저물어가고, 디지털필름(센서) 기술이 우리의 역사를 기록하고, 일상을 추억하게 해준다. 아날로그에서 디 지털로 탈바꿈되고 있는 지금, 사진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필름이 비싸고, 사진을 찍는 기술이 어려웠던 예전에는 사진작가도 귀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사진도 귀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의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사진을 보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시간은 당연함이었고, 그 기다림의 시간은 설레 임으로 가득했다. 디지털시대의 지금은 어떠한가. 다양한 카메라가 시장에 판매되고 있고, 사진을 처음 배우는 Beginer 역시도 쉽게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다. 전화기는 이제 전화기가 아니라, 전화나 문자 부가 기능이 탑재된 고성능 카메라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과 보급 덕분에, 조지 이스트먼이 꿈꾸었던 "모든 이를 위한 사진"의 디지털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제 사진은, 그 사진을 찍는 우리의 스토리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 손녀를 찍는 할아버지, 2016
이제 사진은, 그 사진을 찍는 우리의 스토리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 손녀를 찍는 할아버지, 2016

디지털 시대에서의 사진은 너무나도 쉽게 만들어진다. 셔터 한번이면 카메라는 고해상도의 멋진 사진을 만들어내 고(그것도 스마트한 자동모드로 비교적 정확한 노출로), 과자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사진을 현상할 수 있다. 그렇 다! 이제는 우리가 사진을 보는 가치의 기준을 분명 달라졌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하나 하나에 큰 가치를 두었다면, 이제는 사진이 바로 일상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그것을 기록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원히 담아준다는 사진 본연 의 가치에 더욱 중심에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사진의 깊은 가치에 더욱 귀를 기울어야 한다. 쉽게 만들어지는 사진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거나 또는 찍히는 사진행위를 "누군가와 하고 있는 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와 같은 사진매체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일상의 기록을 더욱 가치있게 보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사진은 무한한 효과를 줄 수 있다. 가령, 사진을 찍는 것은 관심 대상 을 보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관심 대상을 곁에 두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습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관심 상대를 더 욱 가까이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때문에, 관심은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동기부여인 셈이 다. 사진찍기를 통해서 마음의 열정을 다시 불태울 수 있다면? 아니면, 자신의 사진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토리 를 이야기 한다면? 바로 이것들은 사진을 매개체로 하는 교육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14년도에 진행했던 "학부모 와 함께 하는 자폐장애학우 사진강의"에서도 사진을 통해서 부모와 자폐아이간의 관심이 더욱 증대 되었다는 사실 도 발견했고, 찍은 사진을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서 마음에 있는 말을 할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제 사진은 다양한 곳에서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기존의 경험과 더불어 새로움을 체험하는 도구로써 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찍는 프로필사진(포트레이트)이 바로 그것이다. 프로필 사진은 다양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인물사진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활동이 적고 홍보가 필 요없는 분야에 있는 사람 들은 프로필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지 않다. 이처럼 사진은 필요에 의한 촬이 될 수도 있지만, 사진을 찍는 시간 에 느끼는 개인(또는 그룹)의 체험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가령,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존감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의 외모나 내면적인 표현을 이미지로 만드는 것이 고, 나아가 개인의 생각을 표출하는 행위라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한 사람의 자존감에 대한 부분이 분명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말하면, 프로필, 또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는 사진은 우리의 자존감을 높히는데 이바지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자식들의 시선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존감은 또한 어떤 것과 향 이 있을까. 아이는 외부 환경에 따라 그 자존감이 많이 변화한다. 가령, 부모의 재력이라든지, 부모가 얼마나 자신을 아껴주고 관심을 주는지에 따라 아이의 자존감이 많이 변화할 것이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지속적으로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주는 행위는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 하는 것이고, 그것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스스로의 모습을 느끼게 함으로써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 는 것이다. 이로써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모의 사랑을 통해서 다시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이벤트는 어떨까? 많은 부모의 큰 관심사는 분명 우리 아이가 좋은 꿈을 가지고 그렇게 성장하는가 이다. 많은 교육들이 동기 부여를 하고 비젼을 찾아주며, 삶에 있어서 목표를 수립한다. 그 이미지를 머리속으로 그 리게 해주는데, 그 과정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려진 꿈을 작가의도에 의해서 촬해주는 것이 아 니라, 결과로 나와야 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는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화장부터 소품까지 찾아보고 스스로 결 정하게 하는 방법이 그 꿈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게 해주는 건 아닐까. 이 드림포토(프로젝트 가명)는 아이에게만 국 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성인도, 그리고 사업을 하는 CEO도, 임직원 역시도 회사에서 그리고 자신이 생활하는 역 내에서 꿈꾸는 이미지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나아가 기업의 목표(드림)를 수립하고 브랜드를 만드는데 이바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남 그 이후부터 결혼까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CJ웨딩홀, 2017
만남 그 이후부터 결혼까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CJ웨딩홀, 2017

사진매체는 또한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재창조할 수도 있다. 필자는 결혼식을 사진전으로 꾸몄다. 남들과 비슷한 웨딩사진으로 장식한 것이 아니라, 아내와 연애를 하던 그 초기부터 결혼까지의 과정을 액자로 제작하여 웨딩홀 로 비에 설치를 했고, 신년의 좋은 메세지를 사진엽서로 만들어 하객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사진매체를 활용하 여, 가족과 하객들께 소소한 재미를 부여한 셈이다. 생각만 하면 더 좋은 방법으로 사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진을 보고 즐거워 하는 것은, 사진 속에 담겨진 피사체의 모습과 그 느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내재된 스토리를 통해서 더욱 그 존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찍는 많은 사진은 분명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함께 있는 것을 말해주고, 기억하게 해주며, 또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발휘한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이제 그 가치를 토대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정연호 jakeimagelab@gmail.com
제이크이미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CEO 브랜드를 위한 사진기획/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 하나의 놀이의 콘텐츠로서, 사진촬영 행사를 기획하여 개인과 기업에 제안하고 있다.
사진촬영과 그것의 의미(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진과 우리의 프레임(시선)을 통한 좋은 사진 촬영가이드에 대한 글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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