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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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이 마침내 터졌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보건당국의 성분분석 결과 공개로 재점화 됐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다. 아직까지 보건당국이 한심하게도 '독불장군(獨不將軍)'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과 타르는 물론 인체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식약처가 밝힌 정확한 '분석결과 의의'를 그대로 옮겨 적자면 다음과 같다.

○궐련형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니코틴 자체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궐련형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궐련형전자담배 2개 제품의 경우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되었다는 것은 궐련형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WHO 등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궐련형전자담배에도 벤조피렌, 벤젠 등 인체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어, 궐련형전자담배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담배 유해성은 흡연기간, 흡연량 뿐만 아니라 흡입횟수, 흡입깊이 등 흡연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해성분의 함유량만으로 제품 간에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분석결과 의의를 보면서 기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결코 변하지 않는, 그래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보건당국의 비상식적인 태도 때문이다.

우선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이 나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식약처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9종의 인체 발암물질) 함유량을 측정한 결과 이들의 평균 함유량은 국내 판매 상위 5개 일반담배의 0~28%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90% 적게 나오는 셈이다. 특히 1,3-부타디엔은 검출되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됐으며 이들이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단순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담배의 유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아 함유량만으로 제품 간의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식약처가 자신들이 내놓은 결과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꼴이다. 식약처는 이번 분석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와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일반담배를 비교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일한 유해성분이 5배 정도 많이 든 일반담배와 그보다 훨씬 적은 함유량을 가진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에 미치는 차이가 큰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식약처는 자신들의 분석 결과에서 타르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미 타르가 담배 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라고 밝힌 것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데도 말이다.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강조하기 위해 '특히'라는 단어를 붙이는 꼼수를 부렸다는 인상도 지울 수가 없다.

여기에 '타르의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되었다는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는 내용의 근거도 없다. 분석 결과 발표에 앞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궐련형 전자담배의 분석법이 없어 일반담배 분석법을 적용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식약처의 설득력은 더욱 떨어진다. 결국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언급하기 위해 정확한 분석보다 말 만들기에 집중한 어처구니없는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누구나 다 알 듯 담배는 기호식품이다. 건강을 위해 금연을 권하는 사회가 됐지만 흡연의 최종 선택은 개인 스스로의 몫이다. 담배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식약처는 올바른 정보를 흡연자에게 제공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분석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뒷북' '탁상행정'이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던 보건당국의 태도 먼저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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