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미국 대통령들의 도시관과 세계관에 미친 영향

발행일시 : 2018-11-20 00:00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미국 대통령들의 도시관과 세계관에 미친 영향

올 가을은 미국은 중간 선거 때문에 바빴다. 이번 선거는 그간의  중간 선거와 달리 사람의 관심이 높았고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전직 대통령 바락 오바마는 선거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8년 만에 장악했고 공화당은 상원을 유지했다. 100년 동안 대공황시절1934년과 2001년 9월 11일 테러 1년 후에 치른 2002년 중간 선거를 제외하고 대통령 소속당이 의석을 잃었기에 예상된 결과였다.
 
중간 선거가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슬럼프에 빠지고 오바마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첫 책 『비커밍』을 출간했다. 자서전이었지만 아주 짧은 문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이 화제가 됐다. 중간 선거 운동 중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트럼프는 오바마 부부의 비판에 강하게 반박했다. 현직과 전직 대통령 사이에 불화는 암암리에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와 오바마의 가문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역대 미국 대통령과 달리 두 가문은 미국 도시와 깊은 관계가 있고 서로 불화가 생긴 것도 각자의 ‘도시관’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시 퀸스에 사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퀸스와 브륵클린 지역에서 임대 아파트 투자와 관리하는 회사를 운영했고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부동산을 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동안 아버지 회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월세를 받는 일을 했다. 이 때  임차인과 갈등이 많아 일이 힘들었다고 1987년에 출간한 책인 『거래의 기술』에 썼다. 아버지와 경쟁심이 있어서 서민이 많이 사는 뉴욕 ‘외곽’ 지역보다 뉴욕 부자가 밀집한 맨해튼에서 활동하고 싶었다. 이렇게 보면 도널드 트럼프는 젊을 때부터 서민보다 부자를 좋아했고 부는 본인의 노력으로 모인다고 믿었던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미국 대통령들의 도시관과 세계관에 미친 영향

1970년대 말 맨해튼에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 맨해튼 한복판에 큰 호텔이 문을 닫게 되었는데 트럼프가 시에 재산세 면제 조건으로 그 호텔을 사서 리모델링하고 그랜드 하얏트 뉴욕으로 재생시켰다. 1980년대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생겼다. 유명한 5번가의 가장 좋은 위치에 문을 닫은 백화점의 건물을 사서 철거하고 트럼프 타워를 지었다. 그 백화점 건물에서 역사적 가치 있는 부분을 보존했으면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트럼프는 무시하고 지하 부분을 빼고 전면 철거했다. 비판을 받자 보존 작업이 진행됐고, 지하부분이 새 건물에 재활용 돼 보존됐다. 그 후 호텔과 아파트뿐만 아니라 골프장과 카지노를 많이 지어 부동산 대부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축 행위를 보면 젊을 때 형성했던 부자에 대한 애착이 보인다. 트럼프 타워의 대상 고객층은 부자였고 그 후에 지은 건물도 그렇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에게는 도시의 주인은 경쟁에서 승리한 부자이기 때문에 건축 행위의 목표는 부자를 위해 도시 공간을 ‘재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과 같은 복잡한 세상에서는 반발하는 의견도 많다. 도시 공간은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트럼프도 여러 갈등에 직면했다. 이 때는 시에 새로운 건물로 인한 이익을 강조하면서 사업을 밀어 부쳤다. 그는 정치가는 귀찮은 존재이고 돈을 좋아하기 때문에 세게 나오면 자신의 뜻대로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는 도널드 트럼프와는 정반대이다. 오바마는 하와이에 태어났고 인도네시아에 살다가 하와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부모가 이혼하고 케냐 출신 아버지가 본국에 돌아가 아버지 없이 자랐다. 로스엔젤레스 교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컬럼비아 대학교에  편입해 처음으로 뉴욕에 살았다. 트럼프와 달리 한 곳에 뿌리 내리지 않고 자주 이사하며 외로운 시절도 많았다.
 
오바마는 1980년대 전반에 뉴욕에 살았다. 오바마가 서민 동네에 살 때 트럼프는 5번가 입성을 꿈꾸고 있었다. 트럼프 타워가 완공된 1985년에 오바마는 시카고에 이사해 흑인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가톨릭 복지 재단에서 ‘공동체 활동가(community organizer)’로 활동했다. 담당한 일 중에 하나는 시카고 시가 운영하는 사회 주택의 임차인 권리 운동이었다. 이 때 오바마는 서민을 이해하고 활동하면서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신뢰를 쌓았다. 
 

[로버트 파우저의 공감만감(共感萬感)] 미국 대통령들의 도시관과 세계관에 미친 영향

시카고에 3년 살다가 하버드 법대에 입학한 오마바는 시카코 출신 미셸을 만나 시카고와 인연이 깊어졌다. 졸업하고 시카고에 돌아가 미셸과 결혼했다. 시카고 대학교이 있는 하이드 파크이라는 지역에 뿌리를 내려 백악관으로 이사할 때까지 거기 살았다. 시카고는 흑인과 백인이 서로 밀집해 사는 도시로 유명하지만 하이드 파크는 여러 인종이 사는 다양한 지역이다. 시카고 대학교는 이 지역에 있고 화이트 컬러가 많이 살고 있는데 신혼 오바마 부부도 그랬다. 여기서 오바마는 시카고 정계에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하이드 파크가 다양하고 안정된 동네이지만, 주변은 흑인이 밀집해 사는 ‘남쪽’(South Side)이다. 이 상황에서 오바마 부부가 미국의 태생적 인종 차별 문제를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하이드 파크에 인종의 벽을 넘어서 같이 살 수 있는 가능성도 봤다. 오바마 부부의 인종 차별에 대한 고민과 그 해결에 대한 희망은 시카고라는 도시에서 공동체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형성되었다.
 
통계를 보면 미국의 도시 비율은 80%이며 처음 50% 넘은 것은 1920년이었다. 도시화 비율이 높지만, 많은 미국인은 도시를 꺼리고 큰 도시 주변 교외 지역에 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카고 하이드 파크에서 백악관으로, 트럼프는 뉴욕 5번가에서 백악관으로 이사했지만, 예외적이다. 20세기 역대 대통령 중에 대부분은 전원 주택이나 목장으로 이사했다. 도시에 살아본 역대 대통령은 많지만, 도시가 세계관에 크게 미친 것은 오마바와 트럼프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시는 승자의 놀이터라면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정의로운 세상 구축의 실험장이다. 즉, ‘아메리칸 드림’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경쟁하는 것은 미덕이다. 하지만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많아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경쟁과 정의, 이 두 세계관은 트럼프와 오바마의 갈등이자 21세기 많은 도시가 처한 갈등이기도 하다.
 
로버트 파우저 robertjfouser@gmail.com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미시간대에서 일어일문학 학사 및 응용언어학 석사,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와 일본 교토대에서 영어와 영어교육을 가르쳤고, 일본 가고시마대에서 교양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가르쳤다. 한국 사회를 고찰하면서 한국어로 2016년에  ‘미래 시민의 조건’, ‘서촌 홀릭’을 출간했고 2018년 ‘외국어 전파담’을 출간했다. 취미는 한옥과 오래된 동네 답사, 사진촬영으로 2012년 종로구 체부동에 ‘어락당(語樂堂, 말을 즐기는 집)’이라는 한옥을 짓기도 했으며, 2016년 교토에서 열린 ‘KG+’ 국제 사진전시회에 사진을 출품했다. 현재 미국에서 독립 학자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참여형 새로운 외국어 교육법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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