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5년 만에 신작 '우상'으로 돌아왔다. 다소 평이 갈릴 수 있는 쉽지 않은 스릴러 영화를 선보였다.

탄탄대로의 앞날이 기대되는 차기 도지사 후보 구명회(한석규 분)에게 날벼락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사람이 죽고 이 사고로 인해 그의 정치인생은 위기를 맞게 된다. 목숨과도 같은 자신의 아들을 잃은 유중식(설경구 분)은 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의문을 품고 동분서주 흔적을 찾아 나선다. 유일하게 사건을 목격한 중식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 분)는 그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하다.

'우상'은 세 사람을 연결하면서 서서히 사건을 한 곳으로 집중시킨다. 성공을 우상으로 하는 구명회, 자신의 핏줄인 아들을 우상으로 하는 유중식, 생존 본능이 우상인 련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우상’을 쫓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든다. 호흡이 빠르지는 않지만 복잡하게 꼬아놓은 극의 전개 때문에 과한 집중을 필요로 한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고 친절하지 않다는 점도 영화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수진 감독은 “강요가 아닌 사유할 수 있는 영화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보다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 '우상'은 그럴만한 틈이나 여유를 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전환되는 전개와 각 캐릭터들의 시점을 따라가기 벅차다. 영화 전체에 따로 떨어진 조각을 관객들이 일일이 찾아서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영화 속의 인물에 동화되어 공감하고 여운을 느끼기 보다는 머릿속에 맴도는 석연치 않은 의문점과 답답함이 더 크게 남는다.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작품이 의도한 바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낙엽과 동상 등의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 ‘메타포(metaphor: 은유)’가 과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특정한 이미지로 의미를 전달하는데 한계점이 있음에도 영화는 설명하기 보다는 반복적으로 뇌리에 잡히지 않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세 명의 인물과 하나의 사건이 개연성 있게 유기적으로 물리면서 큰 그림이 그려지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쫓다보면 결국 쳇바퀴 돌듯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

불편한 전개나 애매한 메타포 외에도 대사 전달에도 어려움이 있다. 극중, 련화가 구사하는 연변말투는 자막이 있어야 할 정도로 알아듣기 힘들고 다른 배우들의 대사 처리도 발성 등의 문제로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이수진 감독은 이에 대해 “뉘앙스만 잘 전달이 된다면, 대사가 잘 들리지 않더라도 영화의 이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우상'이지만, 분명 매력적임에는 틀림없다. 영화가 주는 불친절함으로부터 오는 해석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집중일지 모르나 빠져들게 하는 힘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지탱해주는 중심축이 되었다.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 한석규, 감정이 격분한 부성애를 연기한 설경구 그리고 완벽한 말투와 눈썹을 미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캐릭터에 몰입한 천우희까지. 세 배우의 앙상블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또한, 분장, 미술, 조명, 세트 등에서도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잘 연출해냈다.

권력자의 양심의 이면을 보여주는 구명회나 자식이 삶의 전부인 유중식 그리고 오로지 살아남겠다는 일념만을 가진 최련화의 캐릭터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게다가 불친절하다. 하지만, '우상'은 이수진 감독의 신선한 연출과 배우들의 흡입력 넘치는 연기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우상',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43분, 3월 20일 개봉.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