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 방한, 바이오헬스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논의하는 국제포럼에서 면역항암제를 통한 암 정복 비전을 제시해 관련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서울바이오이코노미포럼은 4차산업 핵심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글로벌 기술 이슈부터 산업 동향, 법 제도 문제, 제약업계 현장의 목소리까지 폭넓게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다.

'바이오헬스케어산업, 미래를 논한다(Discovery to Industry)'를 주제로 내건 이번 포럼에는 산업계‧학계‧연구기관‧병원 및 관련 정부부처 등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 교토대학교 교수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2019 서울바이오이코노미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일본의 세계적인 석학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중앙)
2019 서울바이오이코노미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일본의 세계적인 석학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중앙)

혼조 다스쿠 교수는 ‘Discovery and Impact of Cancer Immunotherapy Blocked by PD-1 ’라는 제목으로 면역항암제 개발이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PD-1 치료제는 감염병에 있어 페니실린 발견과 비교될 만큼 획기적인 암치료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포럼에서 단연 관심이 쏠리는 발표였다.

PD1은 면역체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을 억제하면 T세포와 같이 돌연변이 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면역체계가 발동한다. 일반인에게 과도한 면역반응은 병이 될 수 있지만 암 환자의 경우는 반대다.

면역 반응이 활성화되면 T세포가 종양 세포만 찾아내 사멸시킨다. 면역항암제의 장점은 약물이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아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화학항암요법은 암 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환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줬다.

혼조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가속화 시키는 단백질만 연구한다는 데 문제가 있어 제대로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면역체계는 가속과 제동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출발해 PD1을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활성화된 T세포는 8시간마다 분열한다. 이는 직경이 10배 작은 대장균에 비해 체적 대비 660배 정도 빠른 것이다"라며 “따라서, 이러한 T세포를 포함한 면역기능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림프절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은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PD1을 억제하면 면역 T세포는 증가하지만 많은 티로신과 같은 다른 대사체를 더 많이 소비한다. 이로 인해 뇌와 신경으로 가는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물질이 감소한다. 또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혼조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실험 쥐가 신경물질 감소로 인해 공포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며 "아직도 우리가 후천성 (획득) 면역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가 더 기대 된다"고 덧붙였다.

혼조교수는 방한기간 중 충북 오송의 면역항암제 개발 회사인 ㈜싸이터스에이치앤비(대표 이충기, 앞줄 우측 첫번째)를 방문했다.
혼조교수는 방한기간 중 충북 오송의 면역항암제 개발 회사인 ㈜싸이터스에이치앤비(대표 이충기, 앞줄 우측 첫번째)를 방문했다.

면역학을 이용한 항암 치료 시대는 이제 막 열린 상황이다. 혼조 교수는 “PD1을 이용해 만든 면역항암제 니볼루맙이 나온 지는 이제 6년에 불과하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수를 더 빨리 늘리고, 새롭게 나타날 부작용을 미리 예방하는 일이다” 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면역항암제를 통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연구성과에 따라 머지 않은 미래에 암이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얼마든지 제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이날 주최측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 유망기술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우수한 연구성과를 빠짐없이 산업화 성과로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전 주기적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 따라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 R&D 투자를 2025년까지 연 4조원 이상으로 확대 추진하고 글로벌 수준의 규제 선진화, 시장진입 및 해외진출 촉진 등 바이오헬스 분야 혁신 생태계 조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홍 기자 jjh@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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