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사진=KBS1

24일 오후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껍데기는 가라! 보드라운 속살만 남아라!' 편이 그려진다.

영월 구래리 마을 사람들의 추억 까기!

높은 해발고도를 자랑하는 영월 구래리 산골마을. 이곳에서 1년 반의 시간, 세찬 눈보라와 무더위를 견디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황색의 껍질을 싸는 것도 모자라 단단한 잣송이에 몸을 숨긴 잣이다. 20-30m 높이의 나무를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올라가, 꼭대기에서 장대로 내리쳐야만 얻을 수 있는 잣은 이곳 마을 사람들에게 황금만큼이나 귀하다. 1970년대 세계적 규모의 텅스텐 주산지에서 이제는 잣의 생산지가 된 마을 사람들에게 잣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추억의 맛이다. 잣만큼이나 고소한 인생을 살고 있는 구래리 마을로 떠나가 보자.

감자 범벅과 곤드레밥은 강원도 산골 사람들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여기에 잣을 듬뿍 넣으면 맛과 영양을 배로 끌어 올려, 평범하지만 특별한 구래리 사람들의 영양식이 된다. 키위와 비슷한 맛의 토종 다래와 잣을 함께 갈아 만든 특제 소스로 구운 돼지갈비는 자동으로 엄지척을 부른다. 음식이 완성 될 동안 마을 사람들은 잣송이 째로 잣을 구워 고소한 맛을 즐긴다. 잣 요리를 함께 나누며 추억 여행을 떠난 마을 사람들이 차린 고소한 잣 밥상을 맛보러 가보자.

거친 물살을 이겨 온 해녀 가장의 섭 밥상!

해가 떠오르는 땅, 양양. 그곳에는 파도가 잔잔할 때면 바다 속 보물을 캐러 나가는 해녀 정학자씨가 살고 있다. 그녀에게 보물은 바로 토종홍합, 섭. 이 보물 하나로 맏이인 학자씨는 오남매를 먹여 살렸다. 16세 때부터 물질을 시작해 64년째 하고 있다는 그녀는 아직도 물질이 너무 좋다. 오히려 바다로 나가지 않을 때 몸이 아프다고 한다. 학자씨에게 바다는 하루하루를 살게 해준 곳간이자 그녀의 삶을 위로해준 공간이다. 투박하지만 단단한 삶을 살아온 학자씨를 만나보자.

양양군 앞바다를 냉장고 삼아 살고 있는 문익환씨를 만났다. 어머니 박복신씨가 바다로 나가 캐온 섭을 필요할 때마다 저장고에서 꺼내 쓴다. 해녀였던 복신씨가 캐온 섭은 가족들에게 푸짐한 식탁과 삶을 선물했다. 그게 바로 그녀가 가족들의 만류에도 물질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거친 물살을 이겨내 얻은 섭으로 끓인 지역 토속 음식 섭국과 어머니에게 바치는 아들의 섭비빔밥, 동해안의 온갖 보물을 넣어 끓인 통섭전골까지. 귀한 바다의 맛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모자가 차린 섭 밥상을 맛보러 가보자.

바다에서 만난 투박하고 단단했던 아버지의 마음!

동해안의 귀한 산물이 모여드는 강원도 고성. 그곳에서 아버지 뒤를 이어 39세 젊은 나이에 배를 몰고 있는 성인엽씨와 동생 성대협씨를 만났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와의 이별 이후, 인엽씨는 대를 이어 선장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그가 잡는 것은 선분홍빛을 띠는 홍새우와 가로 줄무늬를 갖고 있는 꽃새우. 동해 깊은 수심에만 살고 있는 귀한 산물이다. 그는 바다 위에 있으면 자연스레 도시락 반찬에 새우를 싸주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새우의 속살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처럼, 모진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준 아버지가 그리운 두 형제를 만나러 가보자.

새우를 한가득 실어 집으로 돌아올 때면 형제의 집에서는 새우파티가 벌어진다. 동생 대협씨가 즐겨 만드는 음식이 있는데, 홍새우를 통째로 갈아 젓갈 대용으로 넣어 만든 홍새우겉절이다. 여기에 아버지가 살아 생전 좋아하셨던 홍새우해물탕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없는 홍새우튀김,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 최고의 음식이 되는 꽃새우회까지. 아버지가 선물한 곳간에서 잡아온 새우로 차린 형제의 그리움 한 상을 맛보자.

감사한 이웃들과 나누는 순옥씨의 동과 한 상!

예부터 물이 달고 토지가 비옥한 곳이라고 소문났던 예천 지역의 개포면 승동 마을. 14년 전 대구에서 이 곳으로 가족들과 함께 귀농 온 권순옥씨. 주변에 귀농한 사람들이 많지 않던 터라 외로움을 많이 탔다. 마음의 병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녀에게 마을 어른들이 손을 내밀었다. 함께하는 이웃이 있어 다시 활기찬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순옥씨. 그녀는 오늘 음식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마을 어른들에게 대접하고자 한다.

밥상 위에 오른 주 식재료는 바로 동과. 동아호박으로도 불리는 동과는 조선시대에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흔히 먹던 채소였다. 단단한 껍질 속에는 하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수분을 한가득 머금고 있어 어느 요리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데...조기젓국에 채소를 넣어 담근 뒤 겨우내 얼려서 먹는 동과섞박지, 각종 약재와 청계를 동과에 넣고 찌기만 해도 안에서 맑은 물이 나오는 청계 백숙, 밀가루피 대신 동과를 얇게 저며 만두소를 넣고 찐 동과 만두까지. 동과의 맛처럼 이웃들과 새콤달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순옥씨를 만나러 가본다.

홍혜자 기자 hhj@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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