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서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선보인 데 이어 태블릿 아이패드까지 선보였을 당시, 사람들은 노트북의 입지가 좁아지거나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노트북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위협했던 스마트폰을 닮아가며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삼성전자의 아티브북이나 LG전자의 탯북처럼 태블릿과 노트북을 오가는 PC가 등장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360도 힌지가 달린 형태의 최초의 컨버터블 노트북인 ‘요가북’ 시리즈를 레노버에서 선보이면서 변화가 일었다.

사진=레노버
사진=레노버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이 독특한 노트북은 힌지를 완전히 뒤로 젖히면 키보드가 자동으로 잠기면서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었고, 힌지를 적당히 젖혀 뒤집어 세운 스탠드 모드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도 있었다.

노트북과 태블릿의 각자 고유한 기기 사용방식은 유지하면서도 노트북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기능과 앱들을 모바일 기기에서처럼 사용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두 가지 기기를 하나로 담았다고 해서 '투인원 PC'로도 불린다.

지난해 5월 말 ‘컴퓨텍스 2019’에서 사전 언급된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1.0’ 세부 내용 [사진=인텔]
지난해 5월 말 ‘컴퓨텍스 2019’에서 사전 언급된 인텔 ‘프로젝트 아테나 1.0’ 세부 내용 [사진=인텔]

이후, 투인원 노트북의 활용법은 많아졌고 폼팩터는 모바일 기기처럼 디자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이 변하자 소비자들은 실제 스마트폰과 똑같은 경험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인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업계는 이에 걸맞는 노트북 수요에 눈뜨게 된다.

지난해 발표된 인텔의 프로젝트 아테나도 이 같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PC 기준이다. 현재 아테나 프로젝트에는 레노버, 델, 에이수스, 에이서 등 글로벌 PC 제조사를 비롯해 국내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참여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북 플렉스(Galaxy Book Flex) [사진=삼성전자]
삼성 갤럭시 북 플렉스(Galaxy Book Flex) [사진=삼성전자]

프로젝트 아테나는 실제로 스마트폰 같은 노트북을 지향한다. 언제나 준비돼 있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할 수 있는 모바일에 특화된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투인원 폼팩터를 유지하면서도 스마트폰처럼 제로베젤에 가까운 화면과 무선 인터넷 연결, 급속충전 지원, 배터리 지속시간 및 반응 속도를 요구했다.

현재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음성인식 서비스도 지원하는 내용도 있다. 당연히 이 같은 노트북 구현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기본 하드웨어 사양이 뒤따라야 하며, 제조사의 기술력도 갖춰져야 한다.

제조사가 아테나 인증 기준만 맞추면 될 거라 생각되지만, 여기서만 만족할 경우 차별성이 떨어진다. 사양을 더 좋게 만들거나, 편의성을 높인 기능과 디자인을 제공해야 한다. 올해 들어 선보이기 시작한 아테나 인증 노트북들도 제조사마다 개성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경험에 가장 근접한 제품은 오히려 아테나 인증과 상관 없는 제품에서 등장했다. 올해 CES에서 첫 선을 보이며 출시된 레노버의 최신작 2종은 키보드가 있는 것만 빼면 최신 스마트폰과 차이를 찾기가 어렵다. 타이틀만 보더라도 세계 최초 폴더블과 세계 최초 5G 노트북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세계 최초 5G 노트북 PC '레노버 요가 5G' [사진=레노버]
세계 최초 5G 노트북 PC '레노버 요가 5G' [사진=레노버]

‘레노버 요가 5G’는 레노버가 퀄컴과 협력해 개발한 노트북으로 인텔의 프로젝트 아테나와는 무관한다. 대신 퀄컴의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셋 기술이 탑재됐다. 퀄컴의 AP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최신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될 정도로 모바일 부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AP는 안정적인 5세대(5G) 이동통신과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것 외에도, 높은 전력효율로 배터리 지속시간도 대폭 향상시켰다. ‘레노버 요가 5G’의 경우, 이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노트북인 셈이다.

세계 최초 폴더블 노트북 PC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 [사진=레노버]
세계 최초 폴더블 노트북 PC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 [사진=레노버]

‘레노버 씽크패드 X1 폴드’는 LG디스플레이의 13.3인치 폴더블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노트북이다. 현존하는 가장 큰 폴더블 스마트 기기인 셈이다. 물리키를 갖춘 키보드는 없지만, 태블릿에서 사용하던 무선 키보드 액세서리를 활용해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노버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폴더블 노트북 PC가 국내외에서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비록 화면이 접히는 형태가 아닌 기존 클램셸 형식의 투인원에서 변화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연속된 화면을 제공하는 지향점을 비슷할 전망이다. 이는 앞서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서피스 네오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MS 서피스 듀오(왼쪽)와 서피스 네오 [사진=더 버지]
MS 서피스 듀오(왼쪽)와 서피스 네오 [사진=더 버지]

서피스 네오의 화면은 가운데 힌지가 있는 것만 제외하면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차이가 없다. 주목할 건 운영체제인 윈도 10X다. 이 새로운 운영체제(OS)는 애초부터 폴더블 PC를 위해 개발됐다. 윈도 10X OS 아래에서는 터치 디스플레이에 키보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화면도 알아서 변화하는 특징이 있다.

서피스 네오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올려두고 사용하는 모습. 화면의 빈자리가 작업 전환에 용이하도록 알아서 변경됐다. [사진=더 버지]
서피스 네오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올려두고 사용하는 모습. 화면의 빈자리가 작업 전환에 용이하도록 알아서 변경됐다. [사진=더 버지]

예를 들어, 키보드를 화면 아래쪽에 두면 남은 위쪽 화면이 모바일 OS와 동일한 형태의 바로가기를 활성화한다. 반대로 키보드를 화면 위쪽에 두면 아래쪽 남은 화면이 노트북처럼 패드를 띄워준다. 이 같은 화면 활용은 단지 몇 가지 예시에 불과하며, 사용자 설정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윈도 10X 기반 폴더블 PC는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올해부터 본격 선보일 전망이다.

이쯤 되니,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분 짓기 애매해진다.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다. 스마트 기기는 사용자 편의를 위해 개선돼왔고, 기존의 틀마져 깨뜨리게 되면서 서로 비슷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모습은 닮아가도 나름의 존재 목적과 지향점을 갖출 미래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또 어떻게 바뀌어 나갈 지 기대된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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