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두 아이가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 뚝딱하는 메뉴 중 하나는 마파두부이다. 고소한 돼지고기와 부드러운 두부 덕에 동/식물성 단백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영양만점의 요리이기도 하다.

중국 사천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추기름에 청고추와 홍고추를 넣고 볶아 두반장 듬뿍 넣고 매콤하게 만들고 싶지만 아이들을 위하여 참기로 한다.

파 기름을 내어 양파와 돼지고기를 넣고 볶다가 맛술, 간장, 설탕, 다진 마늘, 생강가루, 굴 소스 그리고 두반장을 약간만 넣고 물을 부어 끓여 준다.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깍둑썰기 한 두부를 넣고 준비해 놓은 녹말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농도를 맞춰주면 간단하게 마파두부가 완성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큰아이와 전혀 먹지 못하는 작은아이의 상반된 식성으로 한 그릇은 두반장 대신 된장을 넣어 만들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마파두부의 부드러운 식감 때문인지 국이나 찌개 없이도 밥에 쓱쓱 비벼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녀석들의 모습에 수고스러움 따위는 전혀 고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이들을 위한 장 보기를 하던 중 마트 진열대에 전시된 초록 초록한 라임을 보자마자 시원한 라임 에이드가 생각났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한 꾸러미를 카트에 담아 집으로 향했고 구입한 당일 아이들을 재우고 라임청을 만들었다.

껍질이 있는 채로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베이킹소다로 표면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끓는 물과 소금 그리고 다시 찬물의 순서로 헹굼과 세척을 반복한 후 물기를 제거해 준비해 둔다. 라임을 슬라이스하는 동안 집안에 퍼지는 상큼한 라임 향이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 주었다. 슬라이스 한 라임과 설탕을 같은 비율로 병에 채웠더니 약 650ml 되는 유리병에 평균적으로 7개의 라임이 들어갔다.

이렇게 숙성시킨 라임청을 이용해 나만의 모히또를 만들고자 얼마 전부터 집 앞 공터에 민트도 키우기 시작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마셨다는 칵테일로도 유명하고 2015년에 국내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내부자들' 속 배우 이병헌의 대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음료이다.

긴 유리잔에 작게 조각낸 라임과 민트, 설탕을 넣어 으깨어주고 잘게 부순 얼음을 채우고 적당한 양의 토닉워터와 럼을 따른 후 슬라이스 한 라임으로 장식하면 우리 집을 몰디브로 만드는 모히또가 간단하게 완성이 된다. (개인적으로 토닉워터와 럼의 비율은 4:1 정도가 좋다.)

라임 에이드가 생각나 만든 라임청이 직접 기른 민트와 함께 모히또가 되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라임 에이드도 만들어 마시고 있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요즘이기에 그 아쉬움을 모히또로 달래 본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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