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죽음에 자신을 더 깊숙이 밀어 넣어야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병사, 영화 '허트 로커'

발행일시 : 2021-03-02 09:35
영화 '허트로커' 포스터 <영화 '허트로커' 포스터>

'허트 로커'는 전쟁의 참상이란 '사실'이 그저 표면적 현상에 그치고, 인간 내면에 응집된 전쟁의 상흔이 전장에 우뚝 선 회오리바람처럼 고독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묘사된다.

제목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미군이 쓰는 말로 알려진 'hurt locker'는 전쟁에서 물리적 고통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은 군인이 그것에 심리적으로 고착돼 빠져나오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상태를 말한다. 아마 그런 상태에 빠진 사람까지도 일컫지 싶다.

'hurt locker'라는 단어가 'hurt'와 'locker' 두 개를 결합한 것이니 쉽게 뜻이 와닿는다. 살펴보았듯, 공포와 고통에 대해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하거나, 그러한 시도가 실패해 사실상 고통과 공포에 장악된 채 어렵사리 가짜 평정을 이어가는 방편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공포와 고통이 되어 버리는 가장 극단적인 해체의 방편도 있다.

영화 '허트로커' 스틸컷 <영화 '허트로커' 스틸컷>

상처 입어 고통받고 두려움에 떠는 자아는 극단적 해체 이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물쇠가 채워져 봉인된다.

영화 시작과 함께 올라가는 "The rush of battle is a potent and often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이란 자막이 말하듯 전쟁은 마약이어서 병사는 전장에 중독된다. 강력하고 치명적 중독에 휩싸인 어떤 병사는 '허트 로커'가 되어 영화의 윌리엄처럼 전장을 유령으로 떠돌게 된다.

개봉 : 2010.
재개봉 : 2021.3.11.
감독 :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 제리미 레너, 안소니 마키, 브라이언 게라그티
상영시간 : 130분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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