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문제, 불편을 검증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만들 차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제품을 두고 고통을 없애준다고 해서 ‘Painkiller(진통제)’라고 부른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데 돈이 아까워서 진통제를 안 사먹는 사람은 없듯이, 창업을 할 때도 이런 Painkiller와 같은 제품을 개발한다면 사람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통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없애고 싶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 비슷하거나 똑같은 제품이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두통약이 타이레놀뿐이라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지만, 게보린도 있고, 펜잘도 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제품의 성능, 가격, 마케팅 등에서 어떻게든 차별화를 만들어서 경쟁사로부터 소비자를 빼앗아 와야 한다. 만약 경쟁 제품보다 매력적이지 않다면 고객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창업자들이 경쟁사 분석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에 너무 심취할 때 생기는 문제다.

“제 아이디어는 세계 최초입니다.”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시도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스타트업 치고 그 아이디어가 정말로 세계 최초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에 이미 있는 제품이거나, 다르다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차이를 거의 못 느낄 만큼 아주 미세하게 다를 뿐이다.

실제 멘토링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종종 놀라곤 한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과 동일한 제품군을 만들고 있는 경쟁사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경쟁사에 대해 샅샅이 다 알 필요는 없다 치더라도 적어도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모르는 것이다.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면서 가장 힘이 빠지는 순간이다. 창업을 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과 성의마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 설명회에서 경쟁사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면, 그 스타트업에 대한 신뢰도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만약 경쟁사와 거의 유사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결국 그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고객들을 빼앗아오는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것은 더 어렵고 복잡하다.

고객이 A라는 제품을 가지고 있는데, 비슷한 기능의 B 제품을 출시했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이 B 제품을 사려고 하면 전환비용(Switching costs)이 발생한다. 전환비용은 다른 것으로 바꾸고자 할 때 들어가는 비용으로 흔히 돈을 생각하지만, 단순히 금전적인 비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시간과 노력, 제품을 바꾼 뒤에 익숙해지기까지 들어가는 등 무형의 비용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굉장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고객이 이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B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은 크게 두 가지의 경우에 마음이 흔들린다. 첫째로 B 제품이 정말 확 끌릴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사지 않고서는 못 배길 때, 둘째로는 제품을 바꿀 때 할인 혜택 등을 많이 받을 때다. 하지만 혜택을 주는 것은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가입하거나 휴대폰을 바꿀 때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주며 고객들을 회유하는 정책을 펼치는 통신사 간 싸움만 보더라도 가격 인하, 혜택 제공 등의 정책은 결국엔 경쟁사 간 제 살 깎아먹기 식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고객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제품을 내놓는 것이 정신 건강에 훨씬 좋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미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래서 경쟁사가 파악하지 못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해당 시장을 독점하는 것.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좋은 방법이다.

경쟁사 분석과 관련해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자신이 도전하려는 사업이 누군가가 이미 시도했다가 실패 또는 철수한 경우다. 얼마 전 전국 대학의 교내 식당 메뉴와 주변 식당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만들겠다고 한 학생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배달의 민족’에서 ‘캠퍼스밥’이라는 앱을 출시해 한 차례 시장에 선보인 적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캠퍼스밥’의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을 철수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오히려 시장에서 경쟁자가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식당 정보에 대한 뛰어난 노하우를 가진 기업에도 불구하고 사업화하길 포기했다면, 그 아이템에 대해 냉정하게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팀이 생각하고 있는 수익모델은 ‘배너 광고’였다. 사실 앱을 이용하는 유저 입장에서 배너 광고만큼 성가신 게 없다. 그래서 최근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가장 찬밥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 배너 광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너 광고를 수익 모델로 창업을 한다면, 과연 이들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사업을 끌고 갈 수 있을까? 대답은 물음표일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이 하려는 사업이 기존에 누군가가 한 차례 시도한 적이 있는 것이라면 철수, 실패의 이유까지 철저하게 분석해서 그들의 한계는 무엇이었고,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뛰어넘을 것인지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런 경우는 어떤가? 아무리 찾아봐도 경쟁 제품이 없다고 느낄 때다.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쾌재를 부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쟁 제품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무언가 다른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투자 설명회에서도 “저희에겐 경쟁사가 없습니다.”라고 발표하는 것은 감동의 요소가 아닌 감점의 요소다. 따라서 고객들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불편을 해소하고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문제 검증 단계에서 고객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다른 제품을 쓰고 있는지,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었는지) 등을 물어보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다.’라는 유명 카피에서처럼 경쟁사는 단지 같은 시장에서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경쟁사를 분석할 땐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대체재와 유사제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 정수기 업체에서 자신들의 경쟁자를 ‘정수기 옆에 있는 자판기’라고 정의했다는 것처럼 폭넓은 시각으로 경쟁사를 바라보면 보다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이렇게 경쟁사 분석까지 끝냈다면 본격적으로 솔루션을 설계하면 된다. 문제를 정의하고 검증하는 단계에서 솔루션을 미리 짜놓았을 수도 있겠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문제 검증까지 끝낸 다음 해결책을 완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인은 문제 정의를 잘 했다고 생각해도 실제 검증 단계에서 모든 걸 뒤엎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앞서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 그렇게 되면 힘들게 솔루션을 생각하고 설계해놓아도 의미가 없어진다. 대략적인 방향성과 틀만 잡아놓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문제 검증 이후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솔루션을 설계할 때는 딱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고객의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냐, 경쟁자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했느냐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질문에서 모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성공을 기대해도 좋다. 하지만 그 대답은 문제 검증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나 창업자 자신의 몫이 아닌, 잠재 고객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즉, 솔루션을 만든 후 다시 그것을 고객 인터뷰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고객을 만날 때는 솔루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스토리보드를 그리거나 프로토타입의 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솔루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장에 출시된다면 돈을 주고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지,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의 마지노선은 어느 정도인지, 제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추가적으로 어떤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는지 등을 물어보면서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면 된다.

앞서 사례로 든 ‘톡센터’를 만든 스타트업 ‘내쉬스’의 경우 시장에 출시하기 전, 솔루션을 검증하기 위해 서대문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달 간 시장 조사를 벌였다. 그들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 ‘톡센터’를 다운받게 한 다음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였다.”, “출시되면 쓰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놀라운 것은 한 달 동안 2,000명의 다운로드가 발생했고, 3,000건 이상의 문의 사항이 접수됐다는 사실이다. 솔루션 검증 단계에서 이만큼의 성과를 냈다면, 실제 서비스를 런칭한 이후의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솔루션 검증 단계에서 잠재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진정한 의미의 ‘사업 아이템 발굴’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는 허술하게 쌓은 모래성과도 같아서 언제든 무너지고 뒤집힐 수 있다.

전화성 glory@cntt.co.kr 씨엔티테크의 창업자, CEO이자 현재 KBS 도전 K 스타트업 2016의 심사위원 멘토이며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IST 학내벤처 1호로 2000년 창업하였고, 전산학의 인공지능을 전공하였다. 14년간 이끌어온 씨엔티테크는 푸드테크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연 1조 규모의 외식주문 중개 거래량에 9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경제학을 독학하여 매일경제 TV에서 앵커로도 활동했고, 5개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하다. 푸드테크, 인공지능, 컨텐츠 생산, 코딩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엑셀러레이팅을 주도하고 있으며, 청년기업가상 국무총리상, ICT 혁신 대통령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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