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창을 열어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壽)하는 데다가
보옥(寶玉)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마음이 본시 산을 사랑해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네.

그 품 안에서 자라나 거기에 가 또 묻히리니
내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에
아아(峨峨)라히 뻗쳐 있어 다리 놓는 산.

네 품이 고향인 그리운 산아
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산 내음새
산에서도 오히려 산을 그리며
꿈 같은 산 정기(精氣)를 그리며 산다.

감상의 글
노원구를 떠나 용산구로 이사 오면서 아쉬운 것 중의 하나는 불암산과의 이별이다. 불암산은 4년 동안 내 건강을 유지해주던 산이다. 집 바로 근처 입구가 있어 마음만 생기면 간편한 차림으로 슬슬 올랐다.

내가 주로 가는 경로는 상현교회-천병샘 약수터-헬기장이었다. 상현교회에서 천병샘 약수터까지 쉬지 않고 오른 후 한숨 돌린다. 속 깊이 시원함이 느껴지는 약수를 마시고, 체조 및 철봉을 하고 벤치에 걸터앉아 산을 올려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오직 나만의 세상이다. 그냥 좋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들, 산 위로 보이는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시원한 바람 등.

10여 분 쉬고 다시 산을 오른다. 헬기장까지 가는 길에 있는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다. 심장의 박동이 아주 빠르다. 힘들어도 천천히 쉬지 않고 오른다. 그렇게 계단을 다 오르면 또 잠시 쉰다. 힘들긴 하지만 이 순간이 좋다. 자동차 엔진에 엔진첨가제를 넣은 느낌이랄까. 헬기장까지 오르면 얼굴과 등에 땀이 흐른다. 체내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이다.

김관식 시인의 시 「거산호2」의 ‘거산호’는 산에 사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시인은 세상을 의미하는 ‘장거리’를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는다고 말한다. 시를 통해 본 세상에는 맨날 변하는 사람들이 있고, 작은 것만 취해도 자랑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의 권세만 잡으면 우쭐해지고, 또 조금의 부(富)를 취해도 거만해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산은 가슴 속에 보물을 갖고 있지만 늘 푸르고, 늘 겸손하고, 고요하고 너그럽다. 시인은 이런 산의 성품을 좋아하고 산의 정기를 그리며 산다.

산은 우리에게 신체적 건강도 주지만 마음의 피로도 없애준다. 산에 가득한 나무 친구들을 벗 삼아 오르다 보면 힐링이 저절로 된다. 그 동안 토요일에는 동기들과 같이 서울 둘레길 트레킹을 했었는데, 토요일에 일정이 생겨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하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함께 트레킹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7일 만에 끝내는 중학국어」 등이 있다. 또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시와와(詩와와)’는 ‘시 시(詩)’에 ‘와와(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웃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어 대는 소리나 모양)’를 결합하였다. 시 읽기의 부흥이 오기를 희망한다. 100편의 시를 올릴 계획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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