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간 코로나19 국내 누적 확진·완치자 수 [출처=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난 10일 간 코로나19 국내 누적 확진·완치자 수 [출처=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올해 연휴기간을 기점으로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5일 광복절 연휴기간동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견됐고 지역감염까지 이어지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방역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다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자 일부 기업들은 빠르게 재택근무태세로 자체 전환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차 코로나19 확산세에 비하면 아주 빠른 반응이다.

◇ 반년 간 재택근무 일상화, 빠른 비대면 전환 가능케 해

가장 먼저 재택근무를 시행한 곳은 SK텔레콤과 KT다. 이 두 기업은 지난 17일 오전 공지를 통해 23일까지 선제적 재택근무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그룹 영상통화’ 솔루션을 활용해 FHD 화질로 그룹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그룹 영상통화’ 솔루션을 활용해 FHD 화질로 그룹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의 경우, “코로나19 재확산 예방과 구성원·가족 그리고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전 직원 재택근무를 23일까지 권장한다"면서 "재택 기간 중 외출을 최소화하고 밀폐 밀집장소 방문을 삼가해달라"고 당부했다.

KT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조치에 따라 선제적 재택근무 조치를 결정했다"면서 "6일간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지역 직원은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하도록 하며 그 외 지역 직원들도 임산부, 건강취약자, 육아직원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LG유플러스도 코로나19 지역감염 재확산에 따라, 각 조직 인원을 절반으로 나눠 오는 28일까지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로 18일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감염예방 및 직원의 건간,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며 "클라우드PC와 사내 메신저, 화상회의 솔루션 등 실시간 협업을 할 수 있는 재택근무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가 아니더라도, 같은 IT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 테크노벨리도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곳에 사옥이 위치한 네이버, 카카오, 티멕스소프트도 일제히 건물을 봉쇄하고 전사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발 빠른 대응은 통신 인프라와 원격 화상회의 솔루션이 잘 갖춰져 있는 IT기업에서 두드러진다. 과민반응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큼 평소 준비가 잘 돼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재택근무는 그 자체로도 IT기업의 기술력을 상징하는데, 특히 이번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임직원들이 새로운 비대면 근무 방식에 완전히 적응해 시기적절한 빠른 시행도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김정인 LG유플러스 빅데이터전략팀 책임이 재택근무 중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해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김정인 LG유플러스 빅데이터전략팀 책임이 재택근무 중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해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실제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국내 기업에서는 감염병 확산세가 진전국면에 들어간 이후에도 재택근무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 시행해왔다. 비대면을 뉴노멀로 받아들인 이러한 사내 정책이 지금의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서도 빠른 태세전환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비대면 업무로 인해 임직원들에게 큰 혼란이 있었지만, 이후 지난 6개월 간 순환근무제 실시로 원격근무에 충분히 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적응이 된 이후부터는 임직원들 반응이 좋고 실제 업무효율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재택근무가 완전히 정착되면 이참에 도시를 벗어나 교외로 이사하겠다는 임직원도 있을 정도다.

현재 국내기업들은 IT업계를 중심으로 비대면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며 재택근무 도입 비중을 높여가는 추세다. 앞서 언급된 카카오와 네이버만 하더라도 순환근무제를 중단한 시기는 불과 각각 지난달 7일과 이달 3일에 지나지 않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예 지난달 23일부터 주3일 재택근무를 마곡사옥 근무자 300명을 대상으로 도입한 이후로 적용범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 막 나가는 집단이기주의...비대면에서 감시로 가는 일상 초래할 수도

18일 사랑제일교회 소재지인 서울 성북구의 구립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18일 사랑제일교회 소재지인 서울 성북구의 구립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에 일부 유흥업소, 교회 또는 방문판매 등 전통적인 대면방식을 고수하는 곳에서는 방역수칙까지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여전히 감염병 취약 지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IT업계와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으로, 주로 비대면에 특화된 새로운 기술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번에 물의를 빚은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전날 기준으로 300여명의 신도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이 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다른 교회와 달리,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세를 과시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여기에 허위로 신도 명단을 제출하거나 검사를 미루라는 지침 등 정부의 역학조사를 계획적으로 방해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는 특정 이익단체의 집단이기주의가 공중보건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사례다. 집회 및 결사의 자유의 권리만 행사했을 뿐,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법리적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지국을 통해 단말위치정보를 추적,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추적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정책과 상반되는 주장이지만, 고의적으로 공중보건을 무시하는 행태가 잇따르자, 감시정부의 등장을 재촉하는 여론도 점차 무르익는 모습이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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